‘철거촌 고양이’ KBS1 수 오후 10시
2011년 여름부터 은 서울 마포구의 한 철거촌 고양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건물들이 하나하나 분해되고 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동안 그곳을 임시 거주처로 삼았던 고양이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유독 도드라졌던 것은 어느 때보다 뚜렷했던 ‘경계’의 모티브다. 건물의 잔해로 가득한 철거지역과 그 앞에 꽉 들어찬 아파트촌, 잔해 안에 숨어사는 길고양이들의 삶과 도시인들의 분주한 일상. 그 경계에 놓인 ‘위험지역’ 표시판은 두 세계가, 동등한 가치가 아니라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세계임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중심에 속한 세계가 더 많은 안락과 풍요를 추구할 때, 어떤 존재들은 전자의 과잉만큼 결핍을 겪으며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전자가 버린 철거촌을 집 삼아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그러한 현실을 아프게 일깨웠다.

방송은 한 새끼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그 현실을 바라본다. 바이러스 때문에 짓무르고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고양이의 눈에 비친 세계는 너무도 잔혹한 것이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조차 기대할 수 없기에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철거촌 고양이들의 삶. 그들이 영양실조와 바이러스로 죽어가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냉담하리만치 거리를 유지했다. 그 태도가 과연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많은 사람들이 그 냉담한 카메라의 시선조차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좁은 담벼락 틈에서 고양이가 힘들게 새끼를 낳고 사라지는 동안 그러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바로 옆 거리를 지나쳐가던 사람들이 사실은 대다수의 입장일 것이다. 눈을 돌리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세계,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세계와의 거리는 그렇게 멀기만 했다. 은 그 냉혹한 ‘경계’를 통해 역으로 ‘공존’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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