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이 아닌 차악’에게 수상했다는 발언이 가져온 여파 때문이었을까. 지난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가장 잘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시상식이었다. 이에 맞춰 부문별 필수 후보작 제도를 철폐했고, 최우수 창작뮤지컬-최우수 외국뮤지컬-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소극장 뮤지컬로 구분되어졌던 작품상 역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뮤지컬로 간소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과 가 각각 8개와 5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가 망하고 뮤지컬 두 번 다시 안 하려고 했는데.” 으로 올해의 뮤지컬상을 수상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가 말했다.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오스트리아 황후의 이야기는 김준수의 존재와 쉽게 풀어낸 스토리로 객석은 연일 만석이었다. 국내초연이었지만 20년간 숙성된 음악은 그 자체로 기품이 넘쳤고, 배우들의 기량 역시 뛰어났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조명에 이르기까지 무대는 한 덩어리가 되어 함께 움직였다. 의 8관왕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100% 해냈을 때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는 시너지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는 탄탄한 원작을 어떻게 소화해냈는가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하나의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15분짜리 한 곡(‘춤추는 사람’)에 담은 작곡능력은 그 중 으뜸으로 손꼽혔다.
오만석이 증명해낸 호스트의 힘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시상자와 수상자들의 입담에 있었다. 소집해제를 앞둔 윤형렬은 “공익을 위하여 요원으로 출생, 사망, 혼인, 이혼 신고 등을 받고 있었습니다”며 자신의 근황을 밝혔고, “서른다섯에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현숙은 “이 기회로 다양한 역할 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제작자 여러분 연락주십쇼”라며 애교 섞인 자기 PR을 하기도 했다. 성두섭은 4년째 MC를 맡은 오만석을 향해 “4년째 같은 MC라니 지루하지 않나. 휴 잭맨(주: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토니 어워즈의 호스트였다)도 후배에게 넘겨줬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며 귀여운 협박을 했고, 심지어 인기상을 수상한 김준수마저 “뽑아주신 모든 분들 만수무강 하시길 바랍니다”라 말했다. 과거와 달리 ‘올해의 뮤지컬’ 후보작들의 축하공연 외에 시상식만을 위해 준비된 특별한 장면들은 적었지만, 같은 뮤지컬배우이자 연출로 호흡해온 호스트 오만석의 힘이 컸다. 그는 김현숙이 신인상 시상자 정진호와 박준형을 안는 순간 “어머니가 아들을 보듬어 안으시네요”라며 놀렸고, 자신보다는 수상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대본에 의지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더 쉽게 보여줄 수 있었고, 이는 배우와 스태프, 관객이 함께하는 진짜 ‘쇼’로 탄생되었다. 1년 새 빌리들은 7cm가 자랐다고 했다. 여섯 살이 된 더 뮤지컬 어워즈도 제법 자랐다.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산재해있고 가야할 길은 멀지만, 다시 시상과 콘셉트의 기본으로 돌아간 이번 시상식은 앞으로의 더 뮤지컬 어워즈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올 한해 창작뮤지컬 와 , 와 한국 버전이 일본관객을 찾는다. K-POP 열기를 타고 넘어온 한국뮤지컬을 향한 관심이 점점 배우에서 공연 중심으로 깊게 퍼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의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으로 남우신인상을 수상한 지현준의 “으로 잡고 있는 손 위에 있는 트로피는 스태프들과 관객이 같이 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놓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라는 발언에 주목해야한다. 직접 공연을 만드는 스태프와 배우의 노력을 계단 삼아 이제는 관객이 다양한 시선으로 노력할 때가 됐다.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내역
올해의 뮤지컬:
올해의 창작뮤지컬:
남우주연상: 조승우
여우주연상: 옥주현
남우조연상: 박은태
여우조연상: 김선영
남우신인상: 조강현, 지현준
여우신인상: 김현숙
인기상: 김준수, 김선영
극본상: 노우성
작곡작사상: 최종윤-노우성
연출상: 노우성
안무상: 정도영
음악감독상: 김문정
무대상: 서숙진
음향상: 송대영
조명상: 잭 멜러
의상상: 한정임
사진제공. 더 뮤지컬 어워즈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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