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노희영, 강레오, 김소희 심사위원. (왼쪽부터)
사전기획 기간 1년, 총 제작비 40억, 약 300평 규모의 세트장. 올`리브 (이하 )를 설명하는 숫자들은 놀랍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 매력은 요리라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도전자들 각자가 ‘마스터셰프’라는 목표를 붙잡아야 하는 까닭은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이며, 그렇기에 요리는 철저히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평가된다. 심사위원인 노희영 브랜드 매니저와 강레오, 김소희 셰프는 때론 냉정한 지적으로, 때론 푸근한 칭찬과 위로로 의 완급 조절을 담당하며 바로 그 평가를 담당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도전자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지난 25일 공개된 녹화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의 심사기준이 궁금하다.김소희: 재료의 맛이 확실하게 나면서 한국적인 요소를 살린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강레오: 첫 번째로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는가를 본다.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이해하고 있나, 그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재료와 재료 간의 밸런스는 맞나 등등. 근성도 좀 많이 보는 편이다. 도전자들이 다들 아마추어 수준이기 때문에 실력이나 열정은 거의 비슷하다.
노희영: 나는 마케터 입장에서 심사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 세계 셰프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테크닉이 어떻고 소스가 어떻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내가 오늘 사용할 식자재가 나의 실력’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정말로 합당한 양의 재료를 써서 정확한 맛을 내는 게 핵심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느낌이 왔던 요리는 아직 없다”
강레오 셰프. 지금까지 도전자들이 만든 요리 중에 아이디어가 빛났던 것들을 고른다면.
김소희: 하…… (한참 생각하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없다. 맛있었던 건 확실하게 몇 개가 있지만, 아이디어가 좋아서 먹자마자 아! (느낌이) 쫙! 이런 건 없었다.
강레오: 맛의 깊이를 확실하게 알고 요리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시그니처 디쉬 오디션에서 애탕과 대구 가지 꼬치를 만든 김혜숙 도전자다. 안타깝게도 양파 써는 것까지 하시고 두부 요리 미션에서 탈락하셨다. 연세가 좀 있다 보니 힘에서 많이 밀린 것 같고, 지구력이 떨어지니까 정신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만약 그분이 결승전까지 가셨다면 우승하지 않았을까 싶다.
노희영: 전체적으로는 별로지만 부분 부분을 모아봤을 때 아이디어가 좋은 요리들이 있었다. 어떤 분은 갈비찜을 구워서 그릴 맛을 냈는데, 맛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특이했다. 또 김혜숙 도전자가 만든 애탕은 비주얼이 정말 좋았다. 뚜껑을 딱 열었을 때 벚꽃이 만개하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고 먹는 요리 경연이 아니기 때문에 오감을 자극할 필요도 있다.
심사할 때는 다들 냉철한 모습이 부각되는데, 원래 성격들도 그런 편인가.
김소희: 나는 좀 우악스럽고, 두 분은 잔정이 많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빵도 다 사주시고, 커피도 짝으로 갖다 주신다.
노희영: 나는 직원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회사에서는 상하관계에 있어 굉장히 무섭게 하는 편이다. (강)레오한테 댈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에서는 나름대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니까, 직원들이 나를 보고 ‘저 인간이 TV에 나와서 왜 저러지? 왜 착한 척해?’라고 생각할 거다. (웃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프로니까 당연히 냉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고, 도전자들은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못되게 대하진 않는다.
강레오: 아마추어들이 요리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갖고 왔는데 그걸 꺾어버리고 싶진 않다. 오히려 공정하고 진지하게 심사하려다 보니 조금 더 냉철해 보일 수도 있는데, 만약 프로들이었다면 형편없는 요리를 내놓았을 때 그냥 끌고 나갔을지도 모른다.
노희영: 아마 접시가 날아 갈 거다. 김소희 셰프가 배동걸 도전자의 요리를 맛보지도 않고 버린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더라.
김소희: 마스터 셰프는 1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요리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어떤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정상권에 들어설 수 없다. 배동걸 도전자는 그 요리를 만들 당시 내가 “보소, 이거 이라면 절단이다(이보세요, 이거 이렇게 만들면 큰일 납니다). 20분 남았는데 요거 메인만 뽑아서 하세요. 딸기에 크림 올리는 건 확실하지 않냐, 그런데 그 옆에 또 뭘 찡구느냐(끼워 넣느냐)” 그랬다. 여러 가지 요리를 접시에 얹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담이 와삐린다(온다). 그동안 크림이 다 녹아서 메인 요리에 섞이뿌면(섞이면) 어쩌겠나. 아무래도 배동걸 도전자가 포장마차를 하시기 때문에 그저 항그(한가득) 쏟아질 정도로 담는 습관이 있다. 포장마차에서야 그렇게 주면 손님들이 “아이고, 이 집 푸짐하네. 고맙습니다” 그러겠지만 에서는 그게 아니다.
강레오: 그 음식은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맛을 다 봤고, 어떻게 담는가도 봤기 때문에 내가 먼저 나갔더라면 나 역시 버렸을 것 같다. 김소희 셰프님은 굉장히 젠틀하게 버리신 거다. 최소한 접시 채로 버린 건 아니니까.
노희영: 나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 음식도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눈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매일 음식을 시식하는 게 내 일인데, 직원들이 음식을 들고 딱 들어오자마자 “야, 도로 가져가” 이럴 때도 있다. 멀리서 봐도 저게 짠지, 덜 구워졌는지 튀김옷이 잘 안 입혀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셰프들이 그럴 거다. 그래서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 버린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이 없다. 눈으로 봤을 때 맛이 없어 보이면 이미 끝난 요리다.
“열심히 심사하기 위해서 많이 먹는다”
김소희 셰프. 요리에 대한 평가는 서로 일치하는 편인가.
노희영: 심사 도중 뒤돌아서 이야기할 때는 의견 차이가 있어서 막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맛에 대한 건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편이다. 물론 시그니처 디쉬 오디션에 등장했던 커피 짜장 같은 건 의견이 좀 달랐지만. (웃음)
김소희: 나는 진짜 맛있던데. (먹으려니까) 다 치워삐써(치워버렸어).
강레오: 나는 한 그릇을 다 못 먹겠더라.
노희영: 김소희 셰프님은 오스트리아에서 오래 사셨으니 유러피언 취향이 있으신 거다.
김소희: 태어나서 바로 외국으로 간 후에 30년 동안 살았으니까….. 이건 나이를 속이려고 하는 농담이고. (웃음) 커피 짜장, 나는 맛있더라고. 그런데 두 분한테 져삐쓰(졌어).
강레오: 그분 말씀하시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아내분이 커피를 하루에 네다섯 잔씩 마신다는데, 더 먹으라고 음식에 넣어서 준다는 게. 해외에서 방송되는 를 보면 심사위원들이 조금씩만 맛을 보던데, 한국 심사위원들은 많이 먹는 편인 것 같다. (웃음)
강레오: 손가락으로 찍어서 간만 보면 음식 전체에 대한 밸런스를 잡을 수가 없다. 다 조금씩 잘라서 입에 넣고 함께 씹어봐야 이 음식을 왜 이렇게 만든 건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좀 많이 먹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열심히 심사하기 위해서 그만큼 먹는 거다.
김소희: 요리를 만든 사람은 나름의 콘셉트가 있다. 그래서 요거 먹어보고 저거 먹어보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조합까지 다 먹어본다. 그러니까 내 좀 마이 묵지(많이 먹지). 전부 그라드라고(그러더라).
노희영: 덩치는 내가 제일 큰데 가장 조금 먹는다. (웃음) 일단 우리가 많이 먹는 음식은 맛있다는 거다. 맛있는 건 거짓말을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다들 자라는 게 보인다”
노희영 브랜드 매니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도전자가 있나.
노희영: 많다. 예를 들어 김미화 씨는 글로벌한 사업에 어울리는 인재다. 또 학생 신분의 도전자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 같이 일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가 차세대 푸드 비즈니스 역량을 키워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박준우 씨는 예전에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었다고 하더라. 태도가 삐딱하니까 조직에 잘 안 맞는 것처럼 보인 거지. 내가 마케터한테 “야, 다시 생각해봐” 그랬다. (웃음)
김소희: 큰 레스토랑을 가도 첫 코스부터 디저트까지 완전히 맛있는 데가 거진(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도전자들도 요 사람은 요게 낫고, 저 사람은 저게 낫다. 셰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 순하다 보니까 그냥 정해져 있는 대로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야(얘)를 좀 데꼬 가까(데리고 갈까) 하다가 ‘아이고 치아삐라(그만두자), 저래서 어째 하겠노(어떻게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게 매일이다. 최종 우승자를 예측해본다면.
강레오: 미션을 매번 할 때마다 1등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는 다 똑같다. 누가 떨어져도 아쉬울 것 같고, 누구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한다.
노희영: 처음 시작할 때 학생들은 경험이 너무 없다 보니 배운 대로 잘해봤자 호텔음식 정도였고, 여행을 많이 다닌 도전자나 주부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음식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학생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더라. 이 밖에 우리가 최종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그날의 재료와 본인의 마음가짐, 자세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게 음식이기 때문이다. 정말 뜻밖의 인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다. (웃음)
김소희: 나는 가물가물해. 쟈(쟤)도 우승할 것 같고, 야(얘)도 할 것 같고. 확실하게 만능 재주를 가진 도전자가 없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다들 자라는 게 눈에 확확 비더라(보이더라). 어쨌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 않겠나.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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