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일본의 만화. 만화가 우니 타유미(宇仁田ゆみ)가 잡지 에 연재. 2005년 10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2008년 4월호까지 1부 연재. 그 해 5월호부터 10년 후를 그린 2부를 2011년 5월호까지 연재. 1권의 외전을 포함해 총 10권의 단행본 발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서른 살 남자 다이키치가 할아버지의 숨겨둔 딸이자 자신에게 이모가 되는 여섯 살 여자 아이 린과 만나 겪는 이야기.
b. 육아에 관심도 지식도 없던 남자의 고군분투 육아담과 그로 인한 성장을 그린 만화로 연재 당시 ‘치유계 만화’로 호평 받음. 단, 10년 후 열여섯이 된 린과 마흔 살이 된 다이키치의 관계 변화를 그린 2부의 결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음.
c. TV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짐. 원작의 1부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후지TV 계열 심야 애니메이션 시간대 ‘노이타미나(noitaminA)’를 통해 방송. 노이타미나는 애니메이션(Animation)을 반대로 읽은 것으로, “애니메이션의 상식을 뒤집고 싶다”라는 발상에서 유래.

연관어: 영화
a. 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사부(SABU)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다이키치 역을 일본의 젊은 배우 중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마츠야마 켄이치가 연기. 린 역은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아역배우 아시다 마나가 맡음. 일본에서 2011년 8월 20일에 개봉, 국내에서는 지난 5월 10일 개봉.
b. 야쿠자나 은행 강도 등 범죄자나 아웃사이더가 주로 등장하는 , , 등의 작품을 통해 주로 속도감 있고 시끌벅적한 소동극에서 장기를 보여 온 사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됨. 두 사람의 관계나 육아담과 같은 원작의 정수는 유지하되 영화적 장치로 인물의 성격이나 일부 설정을 각색. 특히 담담하고 일상적인 묘사가 강한 원작에는 없던 댄스 신이 수 회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뉨.


“린,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충동적으로 내뱉은 이 말에 고사리 같은 손이 옷깃을 잡은 그 날, 한 어른 남자와 한 여자 아이의 삶이 바뀌었다. 육아는 흔히 부모에 의해 아이가 키워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는 ‘내가 린을 키우는 건지 린이 나를 키우는 건지’라는 다이키치의 자문을 통해 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모든 처음을 가르쳐주는 것만큼 아이도 부모에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지 보호와 양육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아이의 시선과 감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아이와 여자에 익숙하지 않았던 서른 살의 평범한 남자 다이키치도 마찬가지다. 친척들이 모두 린을 달갑지 않은 짐처럼 여기는 모습에 울컥해 뱉은 한 마디로 얼떨결에 여섯 살 소녀와 함께 살게 된 이후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린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가방은 숄더백으로 바꿨고 비난을 각오하고 야근 없는 부서를 자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보험에 들까 고민하고 담배도 끊었다. TV에 새끼 동물이라도 나오면 울컥 눈물이 나고 열로 불덩이가 된 린 곁에서 안절부절 못 한 채 밤을 새운다. 이처럼 의 첫 번째 미덕은 사려 깊고 공감할 수 있는 육아 지침서로서의 역할이다. 사회생활과 육아의 병행, 편부모 가정의 어려움, 무엇보다 아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삶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섣불리 ‘희생’이라 말하지 않는 는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일 때문에 린의 양육을 포기한 친모 마사코에 대한 묘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식을 버린 천하의 나쁜 사람이라는 손쉬운 이분법 대신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와 책임감이 태생적이거나 강요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의 매력이 마리모 라가와의 와 같은 작품이 그렇듯 흔히 육아의 주체로 인지되지 않는 남자가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설정 자체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남녀라는 성별 이전에 불완전하고 서툰 인간이 매 순간 스스로의 부족함과 직면하면서도 자기 앞의 한 아이와 이를 포함한 자신의 삶과 성실하게 마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열여섯 살이 된 린이 다이키치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로 인한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그린 결말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센세이션 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린이 “아버지로서 키워준 것, 아버지가 아닌데도 키워준 것”에 대해 다이키치에게 갖는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 살아 온 사람에 대한 신뢰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사랑도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지 몰라도 이런 관계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말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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