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다는 말은 괜한 투정이 아니다. 최근 MBC의 편성표는 ‘스페셜’이라는 이름 아래 재방송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MBC에서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는 동안 눈길을 끄는 건 MBC의 친구 격인 MBC 플러스 미디어의 프로그램들이다. 정형돈, 데프콘이 아이돌의 매력을 샅샅이 파헤치는 MBC every1 과 어느덧 세 번째 시즌에 다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는 매주 ‘빅 재미’를 보장하고, 여배우와 남성 뮤지션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담는 MBC MUSIC 은 입소문을 타던 중 MBC 대신 편성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들의 저력을 살짝 맛보기 위해, 가 생생한 현장 기사와 출연자 및 제작진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이것만으로 뭔가 부족하다면, 나머지는 ‘본방 사수’를 통해 채우도록 하자.
“드디어 오랜 숙원 사업, SM(엔터테인먼트)과 첫 거래를 트는 날입니다.” ‘SM 찬양송’으로 오프닝 멘트를 대신한 MC 정형돈과 데프콘의 행동이 결코 무리수가 아니다. 에게 샤이니 출연이란, 빨간 펜으로 달력에 표시해야 하는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YG(엔터테인먼트)만 남았어요”라며 욕심을 부리는 MC들처럼, 샤이니도 이 날만큼은 겸손한 태도를 잠시 내려놓고 정형돈과 데프콘에 맞선다. 데뷔 5년차에서 오는 노련함 덕분일까, ‘셜록’의 안무가 ‘SM 역사상 가장 비싼 안무’라는 설명에 “캐시? 크레딧? 아니면 법인카드?”라고 받아치는 정형돈의 막무가내 진행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샤이니는 놀랄 만큼 용감했다. 정형돈의 모함개그에 주눅 들기는커녕 “24시간을 자도 아침에 못 일어나요”라고 자폭하는 민호를 시작으로, 키는 ‘온유’가 들어간 찬송가를 부르는 MC들을 향해 “아우, 언제적 노래예요?”라고 따지고, 2시간 가까이 땀 흘리며 녹화에 임한 종현은 “한 2주 분량 나온 것 같네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죽했으면 아이돌 그룹 조련에 능한 정형돈마저 울먹거리면서 “너희가 다 놓아버리면 우리가 할 게 없어요. 다른 애들은 잘 빼는데 너희는 다 얘기해”라고 말했을까. 잠시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용감한 녀석들’. 오는 2일 저녁 6시에 만나보자.
“우리나라의 아이돌을 다 만나는 날까지!”
의 이순옥 PD, 모은설 작가
최근 토요일 낮 2시에서 수요일 저녁 6시로 방송시간을 옮겼다. 반응이 좀 더 오나.
모은설 작가: 정형돈 씨가 “케이블계의 황금시간대”라고 말했는데, 처음 듣는 소리다. (웃음) 시청자들의 특성상 비디오 클립으로 접하거나 다운을 받아 보는 경우가 많아서 시청률로만 반응을 따지기는 좀 어렵다. 어떤 아이돌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주시청층이나 시청률이 많이 변화하기도 하고.
이순옥 PD: 보통 30대 여성까지는 흡수를 하는데, 하하 씨가 출연했던 방송은 30대 남성들이 완전히 장악했다.
모은설 작가: MBC 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약 10개월 째 방송되고 있지만, 원래는 8회 분량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고 들었다.
이순옥 PD: 사실 지난해 여름방학 특집으로 만들어서 짧게 치고 빠지기로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40주를 하게 될 줄은…. 처음 시작할 때 정형돈 씨가 그랬다. “내가 스타 PD로 만들어 줄게!” (웃음) 스타 PD까진 아니어도, 프로그램이 길게 가는 걸 보니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진 거지.
그렇다면 기획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모은설 작가: 아이돌들이 워낙 바빠서 섭외가 어려우니까, 처음에는 자료로만 구성되는 차트쇼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차트쇼는 이미 너무 많고, 자료 역시 지겹게 본 것들뿐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룬 ‘아이돌 성형 비포&애프터’ 같은 독한 주제들을 지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 차별화 시킬지 고민하다가 아이돌들이 직접 순위를 뽑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돌 간의 관계까지 드러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레알 차트 아이돌 셀프 랭킹’ 코너가 만들어졌다. 직접 섭외라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건데,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모은설 작가: 막상 녹화를 해보니 MC인 정형돈 씨가 리얼 버라이어티인 을 오래해서, 자료를 보고 하는 리액션이 좀 약했다. 그래서 시범적으로 인피니트를 초대해봤더니 MC들이 물 만난 고기마냥 굉장히 잘 노는 거다. 이후로 꾸준히 ‘금주의 아이돌’ 코너를 가져가게 됐고, 그러면서 프로그램도 탄력을 받게 된 것 같다.
확실히 정형돈과 데프콘(이하 도니코니)이 아이돌을 다루는 모습에서 큰 재미가 나온다.
모은설 작가: 정형돈 씨는 MBC 을 하면서 아이돌들과 두루두루 친분이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서 되게 든든하다. 그리고 진짜 바른 MC다. 예전에 명품 연기돌 랭킹을 보여주면서 부족한 연기돌 랭킹을 뒤에 붙였는데,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니까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더라. 물론 아이돌들을 놀리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잡아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여운 수준이다.
이순옥 PD: 정형돈 씨의 장점은 누군가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더 부각시켜준다는 거다. 본인 말로는 ‘케이블계의 유재석’이라고 한다. (웃음)
모은설 작가: 데프콘은 정형돈 씨가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건드려준다. 그걸 방송에서 모두 살릴 순 없지만 (웃음) 이제는 데프콘 스스로도 어떤 부분이 잘 살지 아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이런 호흡으로 가고 있다.
“MC를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에게 제약을 두지 않는다”
‘금주의 아이돌’에서 MC들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게 해당 아이돌에 맞춰 순발력 있게 포맷을 변경하는 것일 텐데.
모은설 작가: 프로필을 검증하고 고치는 ‘다시 쓰는 프로필’ 같은 건 신인들이 하기 힘들다. 이들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더 흥미로울 것 같아서 댄스 담당, 외모 담당 등을 뽑는 ‘아이돌 파트별 종결자’ 코너를 이용한다. 확실히 멤버 개개인이 잘 보이는 장점이 생긴다. 물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들로부터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뽑아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한다. 가령 뭐든지 잘 고친다는 엠블랙의 승호에게 컴퓨터나 자전거를 수리하게 한다든가, 밥 먹을 때 혀가 나온다는 (박)재범이에게 밥과 김을 주고 먹게 한다든가. 아이돌들이 요즘 너무 많은 일을 하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본인들도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시청자만큼이나 출연자 역시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게 포인트인 셈이다.
모은설 작가: 기본적으로 MC들을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에게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런 걸 계산하고 들어가면 나올 게 안 나온다. 특히 아이돌들은 항상 소개도 똑같이 해야 하고, 안무도 틀리면 혼나고 그러지 않나. 우리의 목적은 그들이 좀 틀려도 편하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녹화할 때 마음껏 행동하도록 풀어준다.
이순옥 PD: 약을 먹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웃음)
그렇게 만들어지는 재미 이전에 방대한 자료수집이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겠다. 팬들이 아이돌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데, 그걸 뛰어넘는 재미를 만들어야 하니까.
모은설 작가: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아이돌에 관심도 많고, 아이돌 프로그램 경력도 있는 친구들이라서 새로운 소스를 찾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들로부터 앙케이트를 받는 건 정말 수월하지 않다.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설문지를 돌리기도 하는데, 늘 바쁜 아이돌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특히 많은 도움을 준 인피니트나 엠블랙 친구들에겐 항상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아이돌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돌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모은설 작가: 그래서 신인들을 더 많이 출연시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 중이다. 예컨대 포미닛이 나올 때 비투비가 견학을 와서 보다가 좀 더 잘할 수 있을 때 참여를 한다든지, 거기에 또 뉴이스트를 같이 붙인다든지 하는 방식들. EXO-K 같은 팀도 좋고. 틴탑이나 인피니트처럼 신인 시절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이 친구들이 발돋움 하는 경우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순옥 PD: 우리 프로그램은 딱 아이돌을 위한,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이 있는 한 도 업혀서 쫄래쫄래 가는 거다. 우리나라의 아이돌을 다 만나는 날까지! 그때까지 좀 더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뭘까.
이순옥 PD: 일단 시청률 1%를 넘겨서 해외에서 촬영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0.999% 정도? 바라옵건대, 본방송을 많이들 봐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에 샤이니가 섭외되면서 SM, JYP 모두 소속 아이돌들이 출연했으니 이제 YG만 남았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모은설 작가: MC들의 스캔들 조작으로 만들어진 커플들 스페셜을 1주년 특집 때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예전에 했던 껌양궁처럼 B급 체육대회 같은 걸 해봐도 재미있겠지.
이순옥 PD: 그런데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도니코니가 앨범을 내서 ‘금주의 아이돌’에 나오겠다고 하는 거다. 큰일이다. 비스트가 곧 앨범을 낸다는 이런 시국에. (웃음)
글, 인터뷰. 황효진 / 인터뷰. 윤희성 / 사진. 이진혁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드디어 오랜 숙원 사업, SM(엔터테인먼트)과 첫 거래를 트는 날입니다.” ‘SM 찬양송’으로 오프닝 멘트를 대신한 MC 정형돈과 데프콘의 행동이 결코 무리수가 아니다. 에게 샤이니 출연이란, 빨간 펜으로 달력에 표시해야 하는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YG(엔터테인먼트)만 남았어요”라며 욕심을 부리는 MC들처럼, 샤이니도 이 날만큼은 겸손한 태도를 잠시 내려놓고 정형돈과 데프콘에 맞선다. 데뷔 5년차에서 오는 노련함 덕분일까, ‘셜록’의 안무가 ‘SM 역사상 가장 비싼 안무’라는 설명에 “캐시? 크레딧? 아니면 법인카드?”라고 받아치는 정형돈의 막무가내 진행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샤이니는 놀랄 만큼 용감했다. 정형돈의 모함개그에 주눅 들기는커녕 “24시간을 자도 아침에 못 일어나요”라고 자폭하는 민호를 시작으로, 키는 ‘온유’가 들어간 찬송가를 부르는 MC들을 향해 “아우, 언제적 노래예요?”라고 따지고, 2시간 가까이 땀 흘리며 녹화에 임한 종현은 “한 2주 분량 나온 것 같네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죽했으면 아이돌 그룹 조련에 능한 정형돈마저 울먹거리면서 “너희가 다 놓아버리면 우리가 할 게 없어요. 다른 애들은 잘 빼는데 너희는 다 얘기해”라고 말했을까. 잠시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용감한 녀석들’. 오는 2일 저녁 6시에 만나보자.
“우리나라의 아이돌을 다 만나는 날까지!”
의 이순옥 PD, 모은설 작가
최근 토요일 낮 2시에서 수요일 저녁 6시로 방송시간을 옮겼다. 반응이 좀 더 오나.
모은설 작가: 정형돈 씨가 “케이블계의 황금시간대”라고 말했는데, 처음 듣는 소리다. (웃음) 시청자들의 특성상 비디오 클립으로 접하거나 다운을 받아 보는 경우가 많아서 시청률로만 반응을 따지기는 좀 어렵다. 어떤 아이돌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주시청층이나 시청률이 많이 변화하기도 하고.
이순옥 PD: 보통 30대 여성까지는 흡수를 하는데, 하하 씨가 출연했던 방송은 30대 남성들이 완전히 장악했다.
모은설 작가: MBC 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약 10개월 째 방송되고 있지만, 원래는 8회 분량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고 들었다.
이순옥 PD: 사실 지난해 여름방학 특집으로 만들어서 짧게 치고 빠지기로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40주를 하게 될 줄은…. 처음 시작할 때 정형돈 씨가 그랬다. “내가 스타 PD로 만들어 줄게!” (웃음) 스타 PD까진 아니어도, 프로그램이 길게 가는 걸 보니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진 거지.
그렇다면 기획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모은설 작가: 아이돌들이 워낙 바빠서 섭외가 어려우니까, 처음에는 자료로만 구성되는 차트쇼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차트쇼는 이미 너무 많고, 자료 역시 지겹게 본 것들뿐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룬 ‘아이돌 성형 비포&애프터’ 같은 독한 주제들을 지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 차별화 시킬지 고민하다가 아이돌들이 직접 순위를 뽑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돌 간의 관계까지 드러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레알 차트 아이돌 셀프 랭킹’ 코너가 만들어졌다. 직접 섭외라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건데,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모은설 작가: 막상 녹화를 해보니 MC인 정형돈 씨가 리얼 버라이어티인 을 오래해서, 자료를 보고 하는 리액션이 좀 약했다. 그래서 시범적으로 인피니트를 초대해봤더니 MC들이 물 만난 고기마냥 굉장히 잘 노는 거다. 이후로 꾸준히 ‘금주의 아이돌’ 코너를 가져가게 됐고, 그러면서 프로그램도 탄력을 받게 된 것 같다.
확실히 정형돈과 데프콘(이하 도니코니)이 아이돌을 다루는 모습에서 큰 재미가 나온다.
모은설 작가: 정형돈 씨는 MBC 을 하면서 아이돌들과 두루두루 친분이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서 되게 든든하다. 그리고 진짜 바른 MC다. 예전에 명품 연기돌 랭킹을 보여주면서 부족한 연기돌 랭킹을 뒤에 붙였는데,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니까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더라. 물론 아이돌들을 놀리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잡아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여운 수준이다.
이순옥 PD: 정형돈 씨의 장점은 누군가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더 부각시켜준다는 거다. 본인 말로는 ‘케이블계의 유재석’이라고 한다. (웃음)
모은설 작가: 데프콘은 정형돈 씨가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건드려준다. 그걸 방송에서 모두 살릴 순 없지만 (웃음) 이제는 데프콘 스스로도 어떤 부분이 잘 살지 아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이런 호흡으로 가고 있다.
“MC를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에게 제약을 두지 않는다”
‘금주의 아이돌’에서 MC들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게 해당 아이돌에 맞춰 순발력 있게 포맷을 변경하는 것일 텐데.
모은설 작가: 프로필을 검증하고 고치는 ‘다시 쓰는 프로필’ 같은 건 신인들이 하기 힘들다. 이들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더 흥미로울 것 같아서 댄스 담당, 외모 담당 등을 뽑는 ‘아이돌 파트별 종결자’ 코너를 이용한다. 확실히 멤버 개개인이 잘 보이는 장점이 생긴다. 물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들로부터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뽑아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한다. 가령 뭐든지 잘 고친다는 엠블랙의 승호에게 컴퓨터나 자전거를 수리하게 한다든가, 밥 먹을 때 혀가 나온다는 (박)재범이에게 밥과 김을 주고 먹게 한다든가. 아이돌들이 요즘 너무 많은 일을 하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본인들도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시청자만큼이나 출연자 역시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게 포인트인 셈이다.
모은설 작가: 기본적으로 MC들을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에게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런 걸 계산하고 들어가면 나올 게 안 나온다. 특히 아이돌들은 항상 소개도 똑같이 해야 하고, 안무도 틀리면 혼나고 그러지 않나. 우리의 목적은 그들이 좀 틀려도 편하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녹화할 때 마음껏 행동하도록 풀어준다.
이순옥 PD: 약을 먹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웃음)
그렇게 만들어지는 재미 이전에 방대한 자료수집이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겠다. 팬들이 아이돌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데, 그걸 뛰어넘는 재미를 만들어야 하니까.
모은설 작가: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아이돌에 관심도 많고, 아이돌 프로그램 경력도 있는 친구들이라서 새로운 소스를 찾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들로부터 앙케이트를 받는 건 정말 수월하지 않다.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설문지를 돌리기도 하는데, 늘 바쁜 아이돌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특히 많은 도움을 준 인피니트나 엠블랙 친구들에겐 항상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아이돌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돌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모은설 작가: 그래서 신인들을 더 많이 출연시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 중이다. 예컨대 포미닛이 나올 때 비투비가 견학을 와서 보다가 좀 더 잘할 수 있을 때 참여를 한다든지, 거기에 또 뉴이스트를 같이 붙인다든지 하는 방식들. EXO-K 같은 팀도 좋고. 틴탑이나 인피니트처럼 신인 시절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이 친구들이 발돋움 하는 경우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순옥 PD: 우리 프로그램은 딱 아이돌을 위한,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이 있는 한 도 업혀서 쫄래쫄래 가는 거다. 우리나라의 아이돌을 다 만나는 날까지! 그때까지 좀 더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뭘까.
이순옥 PD: 일단 시청률 1%를 넘겨서 해외에서 촬영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0.999% 정도? 바라옵건대, 본방송을 많이들 봐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에 샤이니가 섭외되면서 SM, JYP 모두 소속 아이돌들이 출연했으니 이제 YG만 남았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모은설 작가: MC들의 스캔들 조작으로 만들어진 커플들 스페셜을 1주년 특집 때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예전에 했던 껌양궁처럼 B급 체육대회 같은 걸 해봐도 재미있겠지.
이순옥 PD: 그런데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도니코니가 앨범을 내서 ‘금주의 아이돌’에 나오겠다고 하는 거다. 큰일이다. 비스트가 곧 앨범을 낸다는 이런 시국에. (웃음)
글, 인터뷰. 황효진 / 인터뷰. 윤희성 / 사진. 이진혁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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