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윤종신’은 일종의 발명입니다. 윤종신은 서태지처럼 신비롭거나 이승환처럼 폭발적이거나 유희열처럼 예민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젖은 모래 위를 힘주어 걷듯 매달 노래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자국은 창작자의 생활인 동시에 청취자의 일상이 됩니다. 만든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앞으로 영영 ‘나른한 이별’을 떠올릴 때마다 벚꽃도 목련도 아닌 개나리가 만개한 4월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자 은밀한 교감이 될 것입니다. 심지어 앞선 달에는 김완선의 목소리로 애절한 발라드를 만들고 들었으며, 일 년 전 4월에는 장필순의 목소리로 무심하게 봄을 환영하는 인사를 만들고 들었던 기억이 겹쳐지면서 윤종신의 일지는 어떤 사람들에게 추억을 정리하는 서랍으로 활용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모두의 월간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윤종신이 정말로 선명한 것은 그가 다만 성실하고 부지런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의 해산 이후 오래간만에 조원선의 목소리에 제 빛을 찾아 준 ‘나른한 이별’은 고집스러워서 오히려 재치가 느껴지는 조정치의 기타와 미묘한 위트가 돋보이는 가사까지 프로듀서로서 윤종신의 노련미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담담하지만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뾰로퉁한 나른함이라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이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게 그려내 버리니까요. 한 번도 거대한 펀치를 날린 적 없지만 멈추지 않고 걸어온 남자의 잽, 잽, 어퍼컷이 듣는 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구멍을 뚫을 수 있는지, 윤종신은 증명합니다. 그래서 간밤에 시름과 좌절에 엎드려 울었던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직 겨울은 멀고, “봄이라서 다행이야”라고 시작되는 노래는 툭, 어깨를 두드립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언젠가 떠올릴 2012년의 4월이 되겠지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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