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색깔을 바꾸고 싶은데 상담 좀 드리겠습니다.” 목소리만으로 본선 진출자를 뽑는 블라인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에서 코치인 강타가 지원자에게 한 말이었다. 해당 지원자는 MBC TOP 3에 올랐던 셰인의 보컬 트레이너 장정우였고, 가수를 가르치는 보컬 트레이너가 가수를 뽑는 오디션에 지원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이어 가수 린이 “이 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녹음했다”고 말한 보컬 트레이너 김지은부터 장은아, 서혁신 등 주목할 만한 현직 보컬 트레이너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대중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보컬 트레이너 이찬미가 강미진과 영화 OST ‘마리아’를 불러 호평을 받았지만 탈락하게 되면서 보컬 트레이너가 왜 보컬리스트 오디션에서 탈락하는지, 더 나아가 보컬 트레이너는 누가 할 수 있는지 등의 궁금증이 이어졌다.

보컬 트레이너가 되는 방법부터 수입까지 모두 각양각색

보컬 트레이너는 기본적으로 기존 가수나 배우, 가수 지망생, 일반인 등에게 노래를 하기 위한 발성, 호흡, 박자 감각 등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공식적인 자격시험이 없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JYJ의 김재중과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윤하 등을 맡았던 보컬 트레이너 이정은은 “소리에 대한 지식이나 재능, 본인의 목소리를 조절하는 방법 등 어느 정도 학생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 필요하지만 트레이너가 되는 방법은 정해져있지 않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거쳐 앨범을 냈지만 가수의 길을 포기한 사람, 가수 데뷔시기를 놓친 사람들도 트레이너로 자리 잡은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실용음악학과, 성악과 등 대학교에서 음악 관련 전공을 한 일반인들이 단기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처럼 보컬 트레이너 시장 자체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은 셈이다.경력이나 트레이닝 하는 대상에 따라 일의 영역과 수입은 달라지며 그 종류 또한 제각각이다. 한 스타급 트레이너는 “일반인보다 기존 가수나 배우를 맡는다. 주로 프로젝트 별로 수입을 받는데 한류 배우 팬 미팅을 맡게 되면 보컬 및 무대까지 책임지고 2000~3000만 원 정도 받는다”며 “가수 지망생이나 일반인을 가르치는 트레이너의 경우 한 명을 가르치는데 한 달 기준으로 보통 50~1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연습생과 소속 가수들을 주로 맡는 트레이너들도 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댄서처럼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주로 트레이닝을 해주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고 “실제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 분이 트레이닝을 하기도 한다”는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우처럼 코러스, 작곡, 가수들을 위한 가이드 녹음을 하는 등 겸업을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보컬 트레이너의 새로운 변환점

하지만 보컬 트레이너가 가수보다 혹은 가수처럼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평은 넓은 스펙트럼에 비해 부족한 정보에서 오는 오해다. 김범수, 보아, SG 워너비 등을 가르친 가수 겸 보컬 트레이너 박선주는 에서 “두 일은 극과 극이다”라고도 했다. “대중 가수는 노래도 잘 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성공한다. 반대로 보컬 트레이너는 개개인이 원하는 음악, 맞는 음악 등을 판단하고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을 키워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테크닉은 물론 모든 장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약 김범수 같은 목소리나 장르만 트레이닝 시킬 수 있다면 내가 가르치는 사람은 다 김범수 같을 거고 좋은 보컬 트레이너라고 할 수 없을 거다.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가수로서의 색깔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했던 홍민정 씨 또한 “트레이닝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지 내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뚜렷한 기준이 부족했던 보컬 트레이너 시장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등의 변화를 요구받기도 한다. 보컬 트레이너를 정식으로 양성하는 과정을 교육청으로부터 승인받은 박선주는 “15년 전만 해도 보컬 트레이너라는 용어는 없었고 가수 지망생이나 기존 가수들은 작곡가, 프로듀서에게 배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돌이 늘어나고 립싱크가 문제가 되자 노래를 훈련시킬 사람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그 후 시장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전문적인 체계는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생긴 수요가 양질의 트레이너,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전문화 등 그 다음 단계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흐름을 설명했다. 낮은 진입장벽은 다양한 종사자를 만들어냈지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체계와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 보컬 트레이너는 그저 가수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한다는 대중의 시선을 벗어나 시장에서 새로운 위치에 오를 수 있을까. 양과 질의 균형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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