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코스프레! 공유 코스프레!” 아쉽게도 ‘예삐공주’의 새로운 스킬명은 아니다. 이용진이 카메라를 향해 꽃다발을 내밀었다가 툭- 하고 떨어뜨리더니 다시 그 꽃다발을 들고 해맑게 뛰어가는 시늉을 하며 내뱉은 말이다. 박규선이 개인 촬영을 하는 동안 스튜디오를 어슬렁거리던 이용진은 한 쪽 벽에 붙어있던 배우 공유의 웨딩화보 사진을 보더니 곧바로 테이블로 달려가 꽃다발을 가져온다. 이에 질세라 양세형은 자신의 덩치만한 자전거를 든 채 사진을 찍고, 맨 처음 소품 없이 촬영했던 박규선은 “나도 소품 갖고 와서 다시 촬영할래”라며 어리광을 부리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가 인터뷰 현장인지 tvN (이하 ) 대기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미 스튜디오 분위기는 ‘라이또’ 그 자체다. 이처럼 30분 가량의 짧은 촬영 중에도 세 개그맨의 캐릭터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들이 무대 아래에서는 어떤 남자인지 알고 싶다면, 혹은 챔피언스 리그가 끝난 이후 ‘라이또’의 행보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기사가 작은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빨리 읽어주삼, 읽어주삼!



“어느 정도 생활이 되고, 방송에서 즐길 수 있고, 길거리 다니다가 한 50명 중에 2명 정도 알아보는 정도가 딱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방송도 지상파, 케이블 채널 가리지 않고 회사에서 잡아주는 대로 하고 있다. 같은 경우에는 옛날부터 ‘옹달샘’ 형들을 이겨보고 싶었다. 시즌 1 때는 역시 벽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세 명은 항상 같이 해왔기 때문에 호흡이 그냥 딱딱딱, 최고다. 그런데 동민이 형, 상무 형이랑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됐고 이 사람들도 빈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이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즌 1에 ‘게임폐인’을 올려서 ‘옹달샘’ 팀의 ‘기막힌 서커스’와 붙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형들이 뭐, 귀신이다! 이런 걸 갖고 와서. (웃음)”



“원래 제대하고 프랑스에 가서 여행 가이드를 할 생각이었는데, 세형이랑 규선이가 이번 딱 한 번만 하고 가라고 설득했다. 두 사람한테 연락을 받았을 때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잡히면 개그를 하고 안 잡히면 프랑스에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둘 다 잘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근데 손바닥만한 복어가 잡힌 거다. 이게 참, 흉조인지 길조인지 애매하더라. (웃음) 예전에도 개그 안 하고 다른 일 하려다가 동료들이 설득해서 다시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개그맨이 꼭 개그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루트를 전혀 안 그려놓는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되는 것 같다. (보헤미안 스타일인가?) 보헤미안 말고 집시로 불러 달라. 집시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아니다, 히피가 더 좋다. 하하.”


“개그 아이디어를 짤 때 혼자 조용히 공부해서 짜는 스타일이다. 학교 다닐 때도 수학이랑 영어는 못했는데 암기과목은 달달 외워서 거의 90점을 받았다. 녹화를 끝내고 인터뷰 간단히 하고 메이크업 지우고 의자에 딱 앉으면 바로 생각한다. 다음 주에 뭐하지? 잠깐이라도 ‘오늘 녹화 끝났다’고 안도한 적이 없다. 산타클로스가 선물보따리를 갖고 오다가 선물 한두 개 흘린 거, 그게 ‘게임폐인’이다. 그래서 내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잘해서 환호를 끌어내는 것보다 내가 짠 아이디어가 터졌을 때 더 쾌감을 느낀다. 연기는 누구나 그 부분에 맞춰서 계속 연습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개그는 그 한 문장이 우리 것, ‘라이또’의 것이 되는 거니까.”



박규선: ‘라이또’ 팀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도 장단점이 있다. 만약 다음에 또 상위권에 진입하면 ‘쟤네 셋은 최고다’라고 인정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면 ‘에이, 쟤네는 옛날 코너가 더 나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용진: 우리 셋을 포함해 무명시절부터 같이 공연했던 친구들로 구성된 ‘어린 놈들’이라는 팀이 있는데, 그 큰 울타리 안에서 ‘라이또’ 팀은 유닛 개념이다.
박규선: 그러니까 ‘라이또’에서 용진이 형이 빠지고 ‘어린 놈들’의 다른 멤버가 들어올 수도 있고 내가 빠지고 다른 멤버가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라이또’를 해체했다가 시즌 10 정도 됐을 때 다시 뭉치고 싶다. 그 때 사람들한테 ‘와, 역시 얘네는 다시 뭉쳐도 잘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양세형: 내 생각이 바로 그거야. 그게 더 좋다.
이용진: 이제 겨우 1막이 오른 거다.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인터뷰.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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