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사부의 다람쥐
무려 16년 동안 몸을 단련했던 ‘달인’이 떠난 자리에 입만 살아있는 남자가 등장했다.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형님 대접을 받으려다 실패하고 지금은 걸핏하면 기어오르는 두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KBS ‘꺾기도’의 김준호 사부다. 그의 무술을 전수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꺾기도 정신과 애교. 정중한 말투로 상대방을 긴장시켰다가 단 2초 만에 반전의 묘미를 선보이는 꺾기도 무술은 모든 것을 뜬금없이 꺾어서 상대방을 공황상태로 만드는, 김준호 사부만의 무용지물 수련법이다. 객석을 향해 젠틀하게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안녕하십니까불이, 나는 까불이~”라는 말과 함께 두 눈은 희번득, 두 발은 좌우로 동동, 두 손은 위아래로 사정없이 찔러준다. 상대방이 아직 공황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거침없이 상의를 들어올려 “배나온 까불이” 개인기까지 선보인다. “홍인규를 반장으로 임명합니다람쥐~”에서 멈추지 않고 “날다람쥐~ 쳇바퀴 다람쥐~”로 응용하고, ‘다람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람쥐밖에 없다래끼, 옮긴 다래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재주는 ‘달인’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자들은 비웃는다. 철없는 제자들이 이건 너무 유치한 무술이라고 외면하는 순간, 김준호 사부는 “너!!”라는 외마디 비명에 이어 “너비더비 오오오오, 러비더비 오오오오”라는 최후의 필살기로 제자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그러니 서른여덟 살 먹고 몹쓸 짓 한다고 욕하지마보이~ 칠팁탐살에도 이런 거 했습니다람쥐~ 마카오산 다람쥐~ 씁쓸한 다람쥐~

전영록 코치의 사자자세
툭하면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사각팬티 달랑 한 장 입은 채 오로지 두 개의 건포도만으로 하늘과 교감하는 남자가 있다. 과거 UV의 기원을 파헤치는 파리석학 ‘기 소보르망 박사’와 어린이들의 히어로 ‘혁권 더 그레이트’로 유명세를 떨치다가 지금은 MBC every1 에서 도를 닦고 있는 전영록(혁권) 연기코치다. 그의 연기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만 갖추면 된다. 맑은 공기, 열린 마음 그리고 사자자세. 양 손을 앞으로 살짝 모으고 턱을 당기고 눈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혀는 땅 속 깊숙이 뻗어 내리는 사자자세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해 모든 감각의 끈을 한 곳으로 수렴시키는, 전영록 코치만의 전매특허 수련법이다. 어린이 코 묻은 돈까지 넘보는 흉흉한 시대에 “돈 필요 없어, 공짜야”라고 베푸는 마음은 부처의 자비로움을 능가하고, “사자자세 하고 거짓말하면 막 기가 역류해, 다 꼬여, 하루가 다 꼬여”라는 협박성 멘트는 허경영의 공약만큼이나 솔깃하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의심한다. 중년 제자들이 약수터 물이나 한 모금 마시고 내려가자며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전영록 코치는 ‘집값하락’과 ‘자녀결혼곧해결’이라는 황금열쇠를 꺼내들며 제자들의 혀를 다시 끄집어낸다. 아직은 파스타 한 그릇 대접하기 위해 통장과 도장을 갖고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야 할 만큼 가난하고 명품 드라마 주연은커녕 요리 프로그램 고정 MC로 발탁되는 게 전부지만, 전영록 코치의 신들린 연기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사실 시간문제다. 그러니 아줌마, 여기 까르보나라 3인분이랑 정인지도 좀 주세요.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