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삐공주
오빠, 예삐공주 접속 했어요호우! 게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그녀가 나타난다. tvN ‘게임 폐인’의 양세형에게 예삐공주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게임 동료다. 기사를 맡고 있는 그녀는 전광석화를 비롯해 천지개벽 와장창창창, 개과천선 찌띠띠띠딩, 천둥번개 꽈꽈콰콰꽝 등 다수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능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오다리며 노가리, 치맥, 어그부츠, 까르보나라 등 필요한 것을 “사쥬세효”라고 졸라댈 뿐 아니라, 요구 사항이 거절당하면 “시르다”라며 샐쭉 토라지는 그녀를 양세형이 “우쭈쭈” 어르고 달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찐찌버거가 “세요나 프레”로 에너지 기술을 사용해도 예삐공주가 “빠세이”하고 필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게임에 승산은 없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Shift 66’을 누른 것처럼 웃는 얼굴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문란한 부모 밑에서 존재감 없이 성장한 후, 언행일치를 가훈으로 삼은 아버지가 되었던 그녀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게임은 현실이고, 현실은 게임 아닌가. 그러니 어떤 치사한 방법을 쓰더라도 게임에 이기기만 한다면 조으다. 완전 조으다. 대박 조으다. 오나전 정말 조으다!
민화공주
오라버니, 저 입궐했어요! MBC 의 민화공주에게 궐은 애틋한 친정이 아니다. 공주라는 특수한 신분에 더해, 혼인으로 멸문 위기의 시댁을 구했다는 사실 덕분에 시집살이라고는 하지 않는 그녀가 궐을 그리워할 이유를 찾기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굳이 입궐할 때는 둘 중 하나다. 서방님을 따라가거나, 서방님과의 ‘합방 길일’을 전달받거나. 천자문도 간신히 외우는 떼쟁이 시절을 청산하고, 사모해 마지않던 세자시강원의 문학 허염과의 혼인에 성공한 민화공주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중전에게 “덕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이 부족한 것” 때문에 후손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 충고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녀가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전문가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노화 일로를 면치 못한 그녀의 지아비를 함부로 놀리기를 삼가라. 비록 메추리 같은 쌍학을 수놓으며 정숙녀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공주라면 못마땅한 상대에게 망신살의 극치인 ‘방구동구’형을 내렸을 것이다. 이만하면 민상궁보다도 공주의 의중을 잘 살피는 것일 텐데, 후궁을 들인다 소문이 자자한 훤 오라비도 괜찮고, 노마드 보헤미안이라 소문난 양명 오라비도 좋으니 아무튼 자리 좀 주삼! 올케 언니 자리 주삼! 당장 자리 주삼!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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