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수-목 SBS 오후 10시
훈민정음은 무사히 반포되었다. 알고 보니 정식 반포 전에 이미 ‘행운의 편지’ 마케팅으로 알음알음 유포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모두가 다 아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흩뿌려진 피는 적지 않았다. 마지막 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물론 대개 허구의 인물들이었지만, 반촌의 대모였던 도담댁(송옥숙)도, 이도의 브레인이었던 소이/담이(신세경)도 저마다 밀본과 글자를 지키려다 죽었고 대륙과 조선에서 랭킹을 다투던 불세출의 무사들도 속절없이 죽어갔다. 어떤 역사의 순간에서나 믿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저마다 실현하고 싶은 세상을 위해서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희생들이 이어졌을 것이다. 피었는지도 몰랐던 이름 없는 들꽃들은 언제나 소리 없이 스러져갔지만, 역사를 바꾼 것은 결국 그런 들꽃들이었다. 그러나 는 뜨겁고도 냉정했다. 역사에 해피 엔딩이 부재함을 암시하는 장면, 예컨대 최종회에 이르러서야 정체를 드러낸 한명회(조희봉)가 후일 사육신의 두 주역이 될 성삼문(현우), 박팽년(김기범)과 스치는 순간은 오싹하다.

결국 세종은 당대의 성군이었으나 형제를 무참히 죽인 아버지를 둔 아들이었고, 제 조카를 살해한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했다. 백성에게 글자를 읽고 쓰게 함으로써, 아버지와는 다른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은 단번에 실현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글자가 새로 만들어졌어도, 사대부는 건재하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이(利)’만을 위해 움직이고, 백성은 대체로 어리석기 때문이다. 정기준(윤제문)은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이도와 이도가 꿈꾸는 세상을 냉소한다. 그러나 이도(한석규)는 단언한다. “(어리석은 백성이) 속아도 되고 지더라도 괜찮다. 또 싸우면 되니까.” 그 한 마디가 의 해례는 아닐까. 이 드라마는 백성 누구나 생각하고 욕망하는 바를 표현하는 세상이, 어떤 희생을 대가로 찾아왔는지를 일깨우는 한편, ‘하고 싶은 게 생긴’ 사람들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옛날에도 불가능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러니 우리들은 계속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고, 두려움 없이 표현하고 떠들어야 한다. 그것이 만년 후에도 계속 살아 갈 백성들의 소명이다.

글. 조지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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