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MBC 저녁 8시 15분
는 주인공들의 뻣뻣한 연기와 조연들의 폭풍 열연의 부조화로 끝없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이 의도치 않은 소격효과는 오히려 시청자들이 차분한 마음으로 이 비극을 관망하는 데에는 도움을 줬는데, 이러한 불가사의한 매력에 비하면 MBC 드라마의 총체적 부진 속에서도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일일 연속극 1위의 자리를 굳힌 건, 소소한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6개월을 끌어 온 복수극이 2주 만에 허망하게 이태곤과 조윤희의 지극한 사랑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건 다소 뜬금 없을 수 있겠지만, 신 7에서 배가 아팠던 사람이 신 25에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는 초고속 전개에 비하면 그 정도 쯤이야. 속았다 싶으면,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기획의도부터 ‘복수를 가장하지만 종착지는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MBC 저녁 6시 50분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올 여름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간 통에 천막을 지붕 삼은 허름한 집에 사는 일흔 일곱의 이건숙 할머니와 손녀 예나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린다고, 살고 있는 집이 낙후 주택으로 올해 말 철거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아 든 예나네 가족을 위해 기적 원정대가 나섰다. 그런데 오늘은 기적 원정대의 이력도 눈에 띈다.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던 김상혁이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다. ‘연예인이 아닌 스물여덟 청년’ 자격으로 등장한 김상혁은 ‘지난 날 나를 잃기만 했는데, 이제는 행동으로 나를 채우고 싶다’고 제작진을 설득했다고 한다. 물론 그냥 컴백을 위해 포석을 까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과연 그는 포석이 아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KBS2 밤 11시 15분
사실 소녀시대가 오리콘 차트를 휩쓸고 SM Town in LA로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채우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소녀시대가 새 싱글 ‘훗’으로 돌아오기까지 국내 TV에서 그들을 만나지 못 해 아쉬웠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오늘 는 그 아쉬움의 5/9 정도는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좁은 목욕탕에 아홉 명을 다 부르기는 벅찼던 건지, 오늘 는 소녀시대의 수영, 써니, 서현, 태연, 유리를 게스트로 모셨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교의 수영, 소 키우는 소녀 써니와 군민 며느리 유리 등 예능 좀 한다는 멤버들은 총 출동했으니 인사치레로 웃을 필요도 없겠다. 게다가 서로의 잠버릇과 막말에 대해 폭로전을 벌인다니 더 바랄 게 있으랴. 아, 얼굴 보기 힘들어 현기증 나는 줄 알았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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