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KBS2 밤 9시 55분
신부 위매리(문근영)가 신랑 강무결(장근석)의 손을 잡고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려는 찰나, 아버지 위대한(박상면)은 또 다른 신랑 정인(김재욱)의 손을 딸에게 쥐어 준다. 졸지에 두 남자의 신부가 된 매리의 심정을 특정한 대사 없이 영화 재현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장면은 꽤 성공적인 모험이자 시도였다. 하지만 참신함은 거기까지, 기존 로맨스물의 공식과도 같은 클리셰가 줄을 이었다. 남녀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매개로 처음 마주치는 건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투적인데다, 그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순간 다음 날 아침을 같은 공간에서 맞이할 것이라는 것 역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 물론 소득은 있었다. 안 그래도 사고뭉치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보상금 문제로 엮이기 싫어 무결의 ‘괜찮다’는 말이 담긴 확인서에 집착하는 매리는 생활력 강한 캔디로,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무심한 척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무결은 차가운 보헤미안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무결이 확인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힘을 잃었다. 때문에 그 후 무결이 갑작스럽게 매리의 집에 눌러앉는 상황은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보였다. 또한, 극이 매리와 무결을 둘러싼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이, 나머지 두 주인공들인 정인(김재욱)과 서준(김효진)의 이야기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따라서 이 다음 회에서 힘을 실어야 하는 부분은 이미 완성된 매리와 무결의 관계 위에 나머지 두 사람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덧입히는 과정이다. 그것마저 새롭지 않다면, 이 드라마의 핵심 무기라 할 수 있는 이중결혼 소재도 빈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