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BS 의 종영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그 사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단막극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으로 돌아온 단막극 은 10월 30일 방송될 제 21화 ‘가족의 비밀’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6개월간 총 24편으로 구성될 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과 현장 기사까지 의 스페셜한 기사는 KBS 홈페이지와 에서 볼 수 있다. / 편집자주

“벽지를 좀 손 봐야 할 거 같은데. 배우 분들은 한 10분 쉬시죠.” 감독의 말에도 배우들은 좀처럼 세트를 떠나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움직이기 편하게 구석으로 물러나 대화를 나누는 김미경과 윤세아의 모습은 영락없는 모녀다. 극 중 딸 주리(윤세아)가 애 딸린 ‘돌싱’ 애인 완섭(박준혁)을 2층 세입자 자격으로 데리고 온 장면, 누구든 좋으니 얼른 세입자를 들여 생활비를 융통하고 싶은 엄마 양희(김미경)는 두 사람이 애인이라는 걸 까맣게 모른다. 다음 장면, 명예퇴직 후 고개 숙인 가장이 된 왕복(이희도)이 아내 양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대목이다. 노련한 연기 귀신들이 붙으니 현장의 공기 자체가 달라진다. 리허설 중 지문에 없는 디테일들을 즉석에서 만들어 가며 연기의 합을 짜는 두 사람 덕분에 촬영감독은 카메라 동선을 수정하느라 바쁘지만, 모니터를 보고 있는 김정민 감독은 썩 싫지 않은 눈치다. 카메라가 돌지 않는 순간조차 혹시 흐름이 끊길까 좀처럼 세트를 떠날 줄 모르는 배우들로 가득한 이곳은 KBS ‘가족의 비밀’ 수원 촬영장이다. 세상에 가족만큼 뻔한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가족의 비밀’은 그 뻔해 보이는 가족의 초상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내밀한 속사정에 주목한다. 명예퇴직 후 인터넷 바둑으로 세월을 죽이는 아버지 왕복, 집안에 유일하게 생활비를 가져다주는 맏딸 주리, 위대한 뮤지션이 되겠다며 1년 넘게 무위도식 중인 아들 왕태평(전아민), 치매를 앓고 있어 매번 2층 세입자를 괴롭히기 일쑤인 할아버지 왕대인(윤주상), 그리고 이 가족을 지탱하고 있는 억척엄마 양희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혼자서만 품고 끙끙 앓고 있는 비밀이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베일을 벗는 이 비밀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왕씨 일가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왕씨 일가는 서로의 비밀을 알고도 예전처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전형적인 홈 드라마 공식을 살짝 비틀어 좌충우돌 소시민 가족의 애환을 그린 ‘가족의 비밀’은 30일 밤 11시 15분, KBS2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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