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라면 윌렘 데포처럼 생겨야지.”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박중훈은 배우의 외모와 연기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윌렘 데포는 그런 배우다. 그는 어떤 이가 보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열연으로 자신이 임한 영화를 작품으로 만든다. 그것은 예외 없는 명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장 감독의 예술영화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의 이상주의적인 앨리어스 분대장. 어떤 이에게는 칸을 경악케 만든 의 주인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의 그린 고블린일 윌렘 데포. 그가 영화 으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았다. 8일 열린 프레스미팅에서 만난 그는 언제나 할퀴듯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던 영화에서와 달리 부드러웠다. 자신을 “피터 파커 타입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아내이자 의 감독인 지아다 콜라그란데의 “디렉션에는 항상 굴복하고 따르는” 건 스파이더맨일 때도 메리 제인에게 쩔쩔매는 영락없는 피터 파커다.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매번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그의 고민은 “문제의식을 가진 영화를 찾기 힘들어지는 할리우드”다. 할리우드가 아닌 이태리에서 아내와 함께 만든 은 그런 고민에 대한 자구책이기도 한 셈. 마지막으로 그가 PIFF에서 을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남기는 팁은 다음과 같다. “제가 맡은 막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지만 모호하고 비밀까지 숨기고 있습니다. 숨겨진 뭔가가 있죠. (웃음) 왜 영화의 제목이 우먼일까를 생각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글. 부산=이지혜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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