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 사진이 없어!” “이지아 씨 아니고, 솔로가수 지아 씨 아니고, ‘미스 A 지아’로 쳐 봐.” 녹화 두 시간 전, SBS ‘특 아카데미’의 대기실이 분주하다. 은혁과 신동이 넷북을 들여다보며 나누는 대화에 이특이 한 마디 던지며 거든다. “옛날에 닉쿤이랑 찍은 사진 있지. 다음에 가면 있을 거야.” 어떤 연예인의 ‘과거 사진’도, 네티즌들의 온갖 합성 사진도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지아처럼 핑크 머리를 한 외국 여가수의 사진, 노라조 조빈의 꽃미남 시절 사진도 속속 골라낸다. 작가들과 스튜디오 진행 순서를 논의하는 동시에 분장과 식사를 해치우는 와중에도 신동은 얼마 전 다녀온 미국 공연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비행기에서 자는데 멤버들이랑 소녀시대랑 샤이니가 마피아 게임을 하는 거예요! 시끄럽다고 하려고 했더니 도착해 있더라구요!” 최근 SBS 에서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촬영을 시작한 사연 또한 눈물겹다. “대본에 ‘뛴다’고 써 있어서 한 시간 동안 뛰었어요. 대사? …없었죠.”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최홍만이 강호동의 대기실에 찾아와 “살 많이 빠지셨네 형”이라며 반가워하지만 전직 천하장사는 이 ‘어리고 큰’ 동생이 문에 부딪혀 다기라도 할까 걱정이 앞선다. “머리 조심해라, 머리!” 그리고 드라마 촬영을 마치자마자 황급히 달려온 이승기가 도착하면서 드디어 1주년 특집 녹화가 시작된다. 말하는 이들에게도 듣는 이들에게도 장기전인 녹화를 시작하기 전 방청객들을 향해 “날 봐서가 아니라 승기를 봐서 박수 쳐 주세요~”라 부탁하는 강호동은 큰 목소리 뒤에서 몸을 낮추고, 두 MC는 20여 명 가까운 게스트로부터 끊임없는 이야기와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낸다. 경쟁 프로그램인 KBS MC 출신인 최화정이 에 와서 수줍어하자 고정 패널 김영철은 “안녕하세요↘ 췌-화정이에요↘”라는 간단한 성대모사만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이승기는 ‘예능 낯가림’을 채 벗지 못해 어색해 하는 정겨운의 출연작들을 칭찬하며 편안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오후에 시작된 녹화는 늦은 저녁 식사를 지나 심야까지 이어졌다. 방송에 나온 이야기는 물론 그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웃음, 많은 눈물은 짧은 재미, 짧은 감동으로 스쳐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의, 혹은 최고의 무언가를 뽑아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진짜다. 김영철과 김효진은 이 날 짧은 축하 무대를 위해 수준급의 발레 실력을 선보였다. 강호동과 이승기는 아무리 출구 없는 토크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결 지점을 찾아냈다. 은 그렇게 1년을 왔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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