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는 영화 을 원작으로 둔 리메이크작이다. 오우삼 감독이 1986년에 만든 이 한국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히 인기 있었던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그 시절을 상징하는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주윤발의 ‘바바리 코트’와 선글라스를 동경하고, 입에 성냥개비를 베어 물고 손으로 쌍권총을 쏴 보던 기억은 많은 이들의 유년 시절에 남아있다. 그리고 남자들의 의리, 목숨과 맞바꾸는 형제의 우애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로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박제된 추억에서 걸어 나온 에서는 왜 지금 다시 을 불러냈는지에 대한 어떠한 답도 찾을 수 없다.
탈북 하는 과정에서 동생과 어머니를 버리고 나온 혁(주진모)은 부산에서 총기 밀매를 하고, 천신만고 끝에 남한으로 온 동생 철(김강우)은 형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경찰이 된다. 그러나 혁은 조직원 태민(조한선)의 배신으로 태국에서 체포되고, 짝패인 영춘(송승헌)은 때를 기다리며 비참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네 남자들을 둘러싼 음모는 혁이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잘 생긴 네 명의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면
의 감동을 기억한다면
리메이크 영화라고 해서 꼭 원작에 투과시켜 볼 필요는 없다. 원작과는 상관없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도를 지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는 원작과 떨어져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기엔 힘들어 보인다. 는 1980년대 홍콩에서 만들어졌던 의 쌍권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력을 보강했고, 태국의 정글과 부산을 오가는 스케일은 한층 더 커졌다. 그러나 원작의 주요 장면을 옮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영화에서는 어떠한 미덕도 발견할 수 없다. 쌍권총을 들고 혁의 복수를 위해 적진으로 돌진하는 영춘, 태민과의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형제들의 화합까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순간은 모두 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저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 이상의 감흥을 받긴 힘들다. 인물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드라마에 능력을 보여 온 송해성 감독의 장기도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의리, 형제애를 관객에게 계속 강요할 뿐 그들의 진심을 눈앞에 꺼내 보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에 남은 것은 수많은 설정들이다. 악역으로 설정된 태민의 건들거리는 폼이나 부산 사투리는 특정한 영화에서 그대로 따온 듯하다. 멋진 수트와 시계, 선글라스로 남자들의 좋았던 시절을, 낡은 바바리 코트와 작업복 따위의 설정들로만 “의리가 없어진 지 오래”인 그들의 쇠락한 현재를 보여주는데 그친다. 혁이 동생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의 형제애는 어디서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영화는 9월 16일 개봉.
글.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