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QTV 밤 11시
불필요하고 때로는 민망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지만 독특한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는 길티 플레져로서의 역할에 상당히 충실한 방송이다. 진행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던 윤정수, 방송의 수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준을 거쳐 전체를 관망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진행을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발언을 할 줄 아는 이지훈이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방송의 길티와 플레져는 각각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든든한 파트너의 등장은 이휘재에게 여자 출연자들의 연인이자 적이며 또한 동료로서 마음껏 까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또한 시간이 누적됨에 따라 출연 횟수가 많은 패널들은 나름의 팀웍을 갖추었고, 이를 통해 신입 출연자는 금방 자신만의 캐릭터와 역할을 부여받는다. 사실 단체 토크쇼에서 이만한 안정감을 보여주는 방송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일반 대중의 의견이 아닌 박휘순이라는 개인의 판단을 순위로 삼은 어제 방송은 로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사생활을 폭로하고 노골적인 험담을 하지만 그것이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설전이 대중, 그리고 이미지라는 가면을 쓰로 진행되는 덕분이었다. 아무리 심한 이야기가 나와도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변명은 유효했고, 아슬아슬한 수위는 ‘오해’라는 방어막으로 진압되었다. 그러나 출연자들을 대면한 채 개인이 전하는 비호감의 이유는 희석시킬 수 없는 무게감 때문에 보는 이를 불편하게 했다. 큰 공보다 작은 바늘이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완충장치를 걷어낸 독설의 직격탄이 길티와 플레져의 균형감각을 무너뜨렸다면, 이것은 아무래도 반복해서는 안 될 실험이 아닐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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