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16부작의 중간 반환점을 도는 8회는 대웅(이승기)의 위로로 시작한다. 비극으로 끝나는 의 결말을 부정하는 대웅의 말처럼, 는 비극을 피해갈 수 있는 복선을 깔아 두었다. 구미호(신민아)가 인간과 다른 것을 극복할 수 없었던 주된 이유는 구미호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것이 ‘인간의 간을 빼 먹는다’는 무시무시한 헛소문이든, ‘우리 미호는 꽃 안 좋아하고 꽃등심 좋아’할 거라는 대웅의 사소한 오해이든 말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선입견을 버리고 구미호에게 너는 ‘인간보다 못 한 게 아니고 인간이랑 다를 뿐’이라 말해준다면, 구미호와 사람들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은 흐릿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애써 그 경계선을 지키려 노력하던 대웅은 구미호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선입견이 틀렸음을 수긍하고, 마침내 더 이상 네가 두렵지 않다 고백한다. 서로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품었던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은 상대에게 길들여지면서 사라진다. KBS 이 인간들로부터 소외되고 고난을 당하는 타자의 서사를 들려줬다면, 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지우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잘 모르고 틀릴 수 있지만, 틀린 것은 서로 물어보면서 맞춰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까지 주인공을 성장시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침내 구미호는 “내가 너랑 달라도 나를 좋아해주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어쩌면 다름에 개의치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비극에서 이 젊은 연인들을 구해내기 위해 홍자매가 심어둔 비방일지 모른다. 대웅이 약속하지 않았던가. “사라지지 않아.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아. 다른 얘기 듣지 말고, 내 말이 다 맞으니까 내 말만 믿으면 돼.”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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