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는 때때로 해당 프로그램을 정의하는 가장 빠른 도구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5년 만에 새로운 진행자 김혜수를 영입한 MBC 와 김제동을 위시로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은 주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배우 김혜수는 상대적으로 시청 틈새에 위치해있던 국제시사프로그램을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특유의 소박함을 무기로 삼는 김제동은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기적을 훈훈하게 그려내며 이슈를 양산해낸다. 하지만 과연 진행자가 프로그램의 A이자 Z일까. 김선영, 이승한 두 TV평론가가 MC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주
김혜수는 지난 해 홍수 피해로 신음하던 네팔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친 적이 있다. MBC (이하 )가 아직 이던 시절, 당시 에피소드의 제목은 ‘배우 김혜수, 절망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였다. 그리고 이 방송은 최근 김혜수를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하고 개편된 의 프롤로그 격이 되었다. 세상 가장 어두운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선은 한결 같으나 “꿈은 어디에서나 꽃 피어야 한다”는 희망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은 것, 그리고 그 대변자로 감성 전달에 탁월한 배우의 부드러운 소리를 빌린 것이 현재 새로운 의 특징이다.
Wish와 With, 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다
2005년 4월, 국내 최초의 심층 국제시사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는 그동안 분쟁과 인권의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훈훈한 감동의 휴먼스토리까지 폭넓고 다양한 이슈를 다뤄왔다. “War(분쟁), Woman(여성), Wild(원시), Weak(사회적 약자), Way(대안)”는 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주로 희망과 감동의 이야기였으며, “휴머니즘과 희망”이야말로 의 가장 큰 주제였다. 이는 개편 전 방송 5주년을 맞은 가 지난 시간을 결산하며 내보낸 특집 방송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8년 이혼 소송에서 승리하며 그 해의 여성으로 선정된 예멘의 열 살 이혼녀 누주드에서부터 손발이 없는 채로 태어났지만 불굴의 의지로 희망전도사가 되어 감동을 전해주는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까지 ‘그 속엔 늘 사람과 희망이 있었다.’물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외치는 휴머니즘과 희망은 자칫 감상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 카메라가 가장 빈번하게 포착하는 아이들의 눈물과 그 위로 깔리는 감성적인 음악의 연출은 쉽게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는 가 중시하는 “대안”의 측면마저 종종 온정주의 안에 머물게 하곤 했다. 새 에서 주목할 점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와 연대의 메시지를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는 핵심 전략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인 따스한 희망의 감수성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석청을 채취하는 이들의 지난한 현실 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아이들의 천진한 눈망울이 얹힐 때, 그 가느다란 희망의 여운은 뒤이은 ‘일곱 번 째 세대를 위한’ 기획 시리즈에 가서 더 힘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Wish와 With’는 새로운 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다.
‘혜수의 창’이 비춰야 하는 것
새 진행자이자 배우 김혜수에게 기대되는 것은 그러한 특유의 힘을 더욱 잘 표현해 줄 감수성이다. 여기에 배우의 또 하나의 강점인 대중성과 친밀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 저 멀리 지구촌 어디 즈음의 이야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MC 김혜수는 아직은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시사 프로그램이 주는 무게에 눌려 다소 경직된 느낌이다.
어쩌면 관건은 ‘혜수의 창’ 코너에 있을 지도 모른다. 소소한 이슈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상 속의 실천과 참여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코너는 새로운 의 핵심 성격을 대표할만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잡지 단신과 같은 피상적 표현에 머물러 아쉽다. 김혜수와 의 만남에는 아직 더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응이 끝날 무렵 ‘혜수의 창’에 비치는 것이 희망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이들을 개체화시키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함께”를 강조하며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을 외치는 의 진정성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생명력이며, 네팔에서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근본적 대안을 고민하던 김혜수의 구슬땀에서 발견한 것도 바로 그 진정성이었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MBC 은 자선이라는 개념과 연대라는 개념이 기묘하게 동거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감동의 코드 자체는 물물교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상호부조의 기쁨이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연의 주인공들이 다 썩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라, 절묘한 균형감각 없이는 자칫 사연의 주인공들을 연민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티셔츠와 같은 작은 물건에서 시작해서 트럭이나 훈련용 사이클과 같은 큰 물건으로 바꾸어가는 과정부터가 단순한 연대 그 이상을 요구하는 면이 있는데, 프로그램과 동시에 진행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희망모금’까지 가면 이게 연대와 상호부조인지, 아니면 자선과 기부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모호한 경계선에서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연대’의 정신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쇼의 MC 김제동이다.
끌어주는 손이 아니라 옆에서 맞잡아 주는 손
김제동은 의 간판이자 프로그램 전체 콘셉트를 이끌어가는 기둥이되, 주연의 자리는 오롯이 ‘기적원정대’에게 양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일반인들로 구성된 원정대가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물물교환의 미션을 자력으로 감당하는 동안, 김제동은 사연의 주인공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김제동은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물으며 눈물을 강요하기보단 아이들에게 ‘알까기 한 판 하자’고 들이대고 ‘아저씨 안 반갑냐’며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밥 한 끼 얻어먹고 갈라 했더니만 안 되겠네’라고 능청을 떨고,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를 만나면 직접 안대를 끼고 시각장애인 축구를 같이 해 본다. ‘도와주신다는 마음보다는 함께 서 계신다는 마음, 누가 누구를 앞에서 끌어주는 손이 아니라 옆에서 맞잡아 주는 손’을 애써 강조했던 김제동은 자신이 한 말 그대로 그냥 주인공들 옆에서 나란히 서서 함께 어울리는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사연의 주인공들 곁을 지키는 동시에, 김제동은 원정대의 멘토 역할을 하고 물물교환이 고비를 맞았을 때 조커로 투입이 된다. 원정대에게 미션을 전달하고 응원을 하는 출정식 자리에서 김제동은 그 흔한 방송용 응원 멘트 하나 없이 ‘어려울 거 같은데, 나로서는 앞이 잘 안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버거운 미션을 받아 든 원정대의 급하게 어두워진 낯빛을 놀릴지언정, 그들의 막막함을 애써 희망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원정대가 겪는 여정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려 깊은 태도도 여정이 끝날 무렵 물물교환의 스케일이 커지는 순간 김제동이 다시 합류하면서 다소 빛을 잃는다. 어쩔 수 없이 원정대의 여정을 김제동의 인맥과 입담에 힘입어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45분이라는 시간 안에 전체 여정을 담아내려다 보니 막판 김제동과 함께 하는 마지막 하루가 원정대가 자력으로 헤쳐 온 5일만큼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조커를 조커답게 쓰는 법
은 아직 프로그램에 가장 잘 맞는 포맷이 어떤 건지 확신이 없는 듯 하다. 3회까지 방송이 나가는 동안 조금씩 편집 포인트가 바뀌어 왔지만, 45분이란 시간의 제약 안에서 김제동이 동참한 마지막 날의 여정은 오히려 분량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담담한 감동과 깨알 같은 웃음을 책임져야 하는 MC의 활약이 오히려 원정대의 노고를 빛을 바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물론 물물교환의 특성상 그 스케일과 속도 자체가 마지막 날 급진전을 맞을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김제동이 조커로 활약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대의 여정을 조금 더 충실히 담는다면, 지금보다는 더 바람직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김제동의 활약을 여정 전반으로 조금씩 고루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정 중간 전화를 통해 응원만 하는 게 아니라 원활한 물물교환을 위한 힌트를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원정대의 물물교환 규모도 더 커질 테고, 마지막 날에 김제동의 활약이 몰리는 일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김제동이 에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MC라고 하더라도, MC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건 없다. 김제동이란 카드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승한
글. 김선영(TV평론가)
글. 이승한(TV평론가)
편집. 장경진 three@
김혜수는 지난 해 홍수 피해로 신음하던 네팔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친 적이 있다. MBC (이하 )가 아직 이던 시절, 당시 에피소드의 제목은 ‘배우 김혜수, 절망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였다. 그리고 이 방송은 최근 김혜수를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하고 개편된 의 프롤로그 격이 되었다. 세상 가장 어두운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선은 한결 같으나 “꿈은 어디에서나 꽃 피어야 한다”는 희망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은 것, 그리고 그 대변자로 감성 전달에 탁월한 배우의 부드러운 소리를 빌린 것이 현재 새로운 의 특징이다.
Wish와 With, 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다
2005년 4월, 국내 최초의 심층 국제시사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는 그동안 분쟁과 인권의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훈훈한 감동의 휴먼스토리까지 폭넓고 다양한 이슈를 다뤄왔다. “War(분쟁), Woman(여성), Wild(원시), Weak(사회적 약자), Way(대안)”는 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주로 희망과 감동의 이야기였으며, “휴머니즘과 희망”이야말로 의 가장 큰 주제였다. 이는 개편 전 방송 5주년을 맞은 가 지난 시간을 결산하며 내보낸 특집 방송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8년 이혼 소송에서 승리하며 그 해의 여성으로 선정된 예멘의 열 살 이혼녀 누주드에서부터 손발이 없는 채로 태어났지만 불굴의 의지로 희망전도사가 되어 감동을 전해주는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까지 ‘그 속엔 늘 사람과 희망이 있었다.’물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외치는 휴머니즘과 희망은 자칫 감상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 카메라가 가장 빈번하게 포착하는 아이들의 눈물과 그 위로 깔리는 감성적인 음악의 연출은 쉽게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는 가 중시하는 “대안”의 측면마저 종종 온정주의 안에 머물게 하곤 했다. 새 에서 주목할 점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와 연대의 메시지를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는 핵심 전략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인 따스한 희망의 감수성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석청을 채취하는 이들의 지난한 현실 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아이들의 천진한 눈망울이 얹힐 때, 그 가느다란 희망의 여운은 뒤이은 ‘일곱 번 째 세대를 위한’ 기획 시리즈에 가서 더 힘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Wish와 With’는 새로운 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다.
‘혜수의 창’이 비춰야 하는 것
새 진행자이자 배우 김혜수에게 기대되는 것은 그러한 특유의 힘을 더욱 잘 표현해 줄 감수성이다. 여기에 배우의 또 하나의 강점인 대중성과 친밀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 저 멀리 지구촌 어디 즈음의 이야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MC 김혜수는 아직은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시사 프로그램이 주는 무게에 눌려 다소 경직된 느낌이다.
어쩌면 관건은 ‘혜수의 창’ 코너에 있을 지도 모른다. 소소한 이슈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상 속의 실천과 참여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코너는 새로운 의 핵심 성격을 대표할만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잡지 단신과 같은 피상적 표현에 머물러 아쉽다. 김혜수와 의 만남에는 아직 더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응이 끝날 무렵 ‘혜수의 창’에 비치는 것이 희망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이들을 개체화시키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함께”를 강조하며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을 외치는 의 진정성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생명력이며, 네팔에서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근본적 대안을 고민하던 김혜수의 구슬땀에서 발견한 것도 바로 그 진정성이었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MBC 은 자선이라는 개념과 연대라는 개념이 기묘하게 동거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감동의 코드 자체는 물물교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상호부조의 기쁨이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연의 주인공들이 다 썩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라, 절묘한 균형감각 없이는 자칫 사연의 주인공들을 연민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티셔츠와 같은 작은 물건에서 시작해서 트럭이나 훈련용 사이클과 같은 큰 물건으로 바꾸어가는 과정부터가 단순한 연대 그 이상을 요구하는 면이 있는데, 프로그램과 동시에 진행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희망모금’까지 가면 이게 연대와 상호부조인지, 아니면 자선과 기부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모호한 경계선에서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연대’의 정신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쇼의 MC 김제동이다.
끌어주는 손이 아니라 옆에서 맞잡아 주는 손
김제동은 의 간판이자 프로그램 전체 콘셉트를 이끌어가는 기둥이되, 주연의 자리는 오롯이 ‘기적원정대’에게 양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일반인들로 구성된 원정대가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물물교환의 미션을 자력으로 감당하는 동안, 김제동은 사연의 주인공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김제동은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물으며 눈물을 강요하기보단 아이들에게 ‘알까기 한 판 하자’고 들이대고 ‘아저씨 안 반갑냐’며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밥 한 끼 얻어먹고 갈라 했더니만 안 되겠네’라고 능청을 떨고,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를 만나면 직접 안대를 끼고 시각장애인 축구를 같이 해 본다. ‘도와주신다는 마음보다는 함께 서 계신다는 마음, 누가 누구를 앞에서 끌어주는 손이 아니라 옆에서 맞잡아 주는 손’을 애써 강조했던 김제동은 자신이 한 말 그대로 그냥 주인공들 옆에서 나란히 서서 함께 어울리는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사연의 주인공들 곁을 지키는 동시에, 김제동은 원정대의 멘토 역할을 하고 물물교환이 고비를 맞았을 때 조커로 투입이 된다. 원정대에게 미션을 전달하고 응원을 하는 출정식 자리에서 김제동은 그 흔한 방송용 응원 멘트 하나 없이 ‘어려울 거 같은데, 나로서는 앞이 잘 안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버거운 미션을 받아 든 원정대의 급하게 어두워진 낯빛을 놀릴지언정, 그들의 막막함을 애써 희망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원정대가 겪는 여정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려 깊은 태도도 여정이 끝날 무렵 물물교환의 스케일이 커지는 순간 김제동이 다시 합류하면서 다소 빛을 잃는다. 어쩔 수 없이 원정대의 여정을 김제동의 인맥과 입담에 힘입어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45분이라는 시간 안에 전체 여정을 담아내려다 보니 막판 김제동과 함께 하는 마지막 하루가 원정대가 자력으로 헤쳐 온 5일만큼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조커를 조커답게 쓰는 법
은 아직 프로그램에 가장 잘 맞는 포맷이 어떤 건지 확신이 없는 듯 하다. 3회까지 방송이 나가는 동안 조금씩 편집 포인트가 바뀌어 왔지만, 45분이란 시간의 제약 안에서 김제동이 동참한 마지막 날의 여정은 오히려 분량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담담한 감동과 깨알 같은 웃음을 책임져야 하는 MC의 활약이 오히려 원정대의 노고를 빛을 바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물론 물물교환의 특성상 그 스케일과 속도 자체가 마지막 날 급진전을 맞을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김제동이 조커로 활약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대의 여정을 조금 더 충실히 담는다면, 지금보다는 더 바람직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김제동의 활약을 여정 전반으로 조금씩 고루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정 중간 전화를 통해 응원만 하는 게 아니라 원활한 물물교환을 위한 힌트를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원정대의 물물교환 규모도 더 커질 테고, 마지막 날에 김제동의 활약이 몰리는 일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김제동이 에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MC라고 하더라도, MC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건 없다. 김제동이란 카드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승한
글. 김선영(TV평론가)
글. 이승한(TV평론가)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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