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어울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로맨틱 코미디의 시작이자 끝이다. MBC 일일 시트콤 역시 결벽증에 까다로운 성미의 사진학과 교수 규한(이규한)과 선머슴 같은 성격에 오지랖 넓은 여진(최여진) 사이에 로맨스의 기운이 감지되며 이야기에 힘을 받고 있다. 20일 일산에서 열린 (이하 ) 간담회에서 만난 이들의 티격태격 인터뷰를 공개한다.
이전까지 최여진은 재벌가의 딸 역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혹시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나나.
최여진 : 처음부터 끝까지 재벌이었던 것 같다. (웃음) 그런데 사실 SBS 는 부잣집으로 시집 간 거고, KBS 에서는 부잣집으로 입양되어 간 거였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태생부터 부잣집인 건 MBC 와 SBS 정도인데 이미지가 그렇게 됐다. 사실 지금 에서 맡고 있는 ‘임여진’이 내가 했던 캐릭터 중에서 평소의 나와 제일 비슷하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요즘 너무 좋다.“여진과 규한 캐릭터는 실제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이규한은 지난 해 MBC 에서 살인마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규한 : 사실 한 작품 전체에서 살인마로 나온다면 전혀 감이 안 왔을 텐데 일회적으로 나오는 거라 경험도 되고 색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연출로 커버해 주셨다. 나도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는 에서의 역할이 제일 잘 맞는다. 특별히 까칠하거나 사람들과 못 어울리는 성격은 아닌데 낯을 좀 가리고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60회까지 연기하면서 대사들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았고, 어떤 때는 ‘저 장면은 참 연기 안했다’ 싶을 정도로 내 모습이다.
작품 들어가기 전 시트콤 연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나.
최여진 : 처음에는 선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지나치면 콩트 같고 너무 누르면 정극 같아지니까. 대신 내가 정극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도도한 역할을 하면 연기가 한정되기 때문에 재미는 좀 없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처럼 좀 부족한 면은 있지만 활발하고 액티브한 캐릭터는 카메라 안에서 갖고 놀 게 많다. 혼자 연습할 때도 생각나고 촬영장에서도 아이디어들이 번쩍번쩍 떠오른다. 좀 힘든 건 대사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규한 오빠는 말없이 눈빛으로 힘주고 연기하는데 나는 여기 가서 말하고 저기 가서 말하는 게 많아서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극 중에서 여진은 씩씩하고 선머슴 같지만 남들을 잘 챙겨줘서 오지랖이 너무 넓어 보일 때도 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최여진 : 강해 보이는데 상처도 잘 받고 은근히 여리다는 점은 비슷하다. 뭐 하나 며칠씩 고민하다가 편두통이 오기도 했다. 그런데 하면서 성격이 한번 변하고 Mnet 을 진행하면서 한번 변했다. MC를 하다 보니 누군가를 처음 만나 어색한 상황이어도 ‘사실은 이 사람도 나랑 얘기하고 싶고 손 내밀어주길 바랄 거야’라고 먼저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이규한 : 아, 그래서 니가 나한테 손을 많이 내밀었구나?
최여진 : 그런데 규한 오빠는 한 번도 웃어 주질 않았다. 인사도 잘 안 해줬고. 오빠는 했다고 하던데, 사람이 서로 눈을 보고 얘기하면서 친해져야지! 내가 계속 말 걸고 하면서 지금은 제일 많이 친해졌다.
이규한 : 사실, 친해지면 촬영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수다스러워져서…
최여진 : 그래서 처음 친해졌을 땐 오빠 머리카락만 봐도 웃겼다. 대사도 없이 그냥 오빠한테 업혀 가는 신인데도 웃음 참느라 혼났다.
이규한 : 여진이나 (김)영광이에게 내 신이 아니어도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말해주곤 한다. 그런데 애들이 감독님 앞에서 해 보면 반응이 별로인 거다. 그럴 때 애들이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안 되잖아요…’ 하는 표정으로 날 원망스럽게 보면 “그건 니가 아직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야!”라고 한다. (웃음)“연애를 통해 규한은 좀 더 코믹해 질 것”
극 중에서 성형 수술을 고민하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생각 해 봤나.
최여진 : 전에는 내가 화면발을 안 받는지 몰랐는데 직접 나를 보신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해 주셔서 알게 됐다. 특이하게 생긴 건 특이한 거지만 조금만 실물처럼 나와 주면 좋을 텐데. 가끔 예쁜 배우 보면 ‘와, 예쁘다. 나도 저렇게 고쳐볼까’ 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곧 ‘아니야. 공사가 너무 커져’ 하고 그만둔다. 그냥 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웃음)
이규한 : 여진이랑은 이 작품하기 전에 전혀 친분이 없었는데 운동하는 데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최여진이라는 배우인 줄은 몰랐지만 분위기 있고 우아한 인형 같은 외모라고 생각했다. 같은 작품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전 작품들보다 편하게 소화하는 것 같아서 의외였다.
길었던 머리카락을 캐릭터에 맞춰 자르는 게 아까웠을 법도 한데.
최여진 : 꼭 짧은 머리로 설정되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에서의 캐릭터가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할 거면 확실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연기적으로는 물론 비주얼 적으로도 캐릭터에 맞게 스타일링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숏커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던 참이었다. 그동안 항상 생머리에 도회적인 이미지여서 나 스스로도 지겨운데 남들도 그럴 것 같았다.
규한이 여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점점 진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규한 : 64회 마지막에 여진이가 영광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그냥 편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한 뒤에 편의점 앞에서 나를 만나 그 얘기를 털어놓는 장면이다.
최여진 : 오빠가 나를 보살펴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느낌과 그 분위기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마지막에 내가 걸어가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걸 꾹 참고, 오빠가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장면 같은 미묘한 감정선들이 좋다.그런데 에서는 항상 편의점 앞이 사건의 중심인 것 같다. (웃음)
최여진 : 레스토랑은 일단 섭외가 좀 어렵고 편의점이면 음료수 값도 좀 싸기 때문에. (웃음) 그리고 특별한 약속 없이도 일상적으로 오고 가는 캐주얼한 장소니까. 나도 요즘 실생활에서 하고 싶은 게 집 앞 편의점에서 친구랑 맥주 한 잔 하는 거다.
이규한 : (잘 못 알아듣고) 뭐? 편의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다음 주 규한의 라이벌로 닉쿤이 특별출연한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인가.
최여진 : 닉쿤 씨가 영광이 친구로 나오는데 한국 드라마 광팬으로 설정됐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온 유명한 촬영지 같은 곳을 내가 안내해주고 같이 다니던 중에 닉쿤 씨가 나한테 호감을 느껴서 고백하려고 하는데 그걸 들은 영광이가 중간에서 장난을 친다. 사실 그동안 안티가 많았다가 이 작품으로 많이 줄었는데 닉쿤 씨와 손 잡고 어깨동무 하고 너무 즐겁게 놀아서 또 안티가 늘어날 것 같다.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웃음)
“요즘 가장 원하는 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시트콤에서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하고 있는데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이규한 : 항상 같은 정통 멜로를 제일 하고 싶다.
최여진 : 가슴 아픈 멜로, 혹은 퓨전 사극처럼 무협인데 멜로가 있는 작품도 괜찮을 것 같다.멜로를 찍고 싶은 두 분이 함께 하면 되겠다.
이규한 : 이 작품으로 만족하겠다. 우리 도 대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가슴 아픈 멜로가 될 수도 있다. 맞아서 아플 수도 있고. (웃음)
종영까지 50회 가량이 남았는데 앞으로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규한 : 두 사람의 로맨스를 너무 질질 끌어도 식상하고 너무 빨리 잘 되게 해도 그러니까 조금 시간을 두더라도 방해하는 제 3의 인물이 있는 게 재밌을 것 같다. 멜로라는 게 원래 입체적이 될수록 짜증날 수는 있어도 긴장감이 유발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 멜로라인이 형성되면서 영광이한테 “니가 여기서 좀 살려줘야 된다”고 엄청 퍼붓고 있다. (웃음)
최여진 : 매주 대본이 다섯 편씩 나오는데 금요일 대본을 보면 “아악 월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려!” 막 그런다.
이규한 : 여진이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나는 한 방향으로 순애보적인 사랑을 좀 하고. 그래야 내가 좀 멋있게 나올 수 있으니까. (웃음)
최여진 : 혼자 멋있게 쿨하게 순애보적으로 간다 이거지?
사화경 PD : 앞으로 그렇게 간다고?
최여진 : 오빠 바람피우게 만들어요. 젊은 여자랑. (웃음)
사화경 PD : 사실 규한 씨 캐릭터를 우리가 많이 눌러 놨다. 코믹한 거 보여줄 게 너무 많은데, 여진이가 좀 방방 뛰는 스타일이라 둘 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면서 웃긴 걸 많이 하려고 한다. 멋있기는 무슨…(웃음)
이규한 : 아, 하하! 아닐 수도 있지만…..
최여진 : 오빤 여기까지야. 그만 하고 본모습을 꺼내.
이규한 : 내 말도 그거야. 하하. 지금까진 딱 그렇게 하고 로맨스가 시작되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시청률에는 만족하나?
이규한 : 아니다. 만족 못한다. 우리 일이 ‘보여 드리는’ 직업이니까 한두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최여진 : 요즘 워낙 인터넷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솔직히 시청률 많이 나오는 것도 좋겠지만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면 좋겠다. 화제의 중심이 되어서 “ 봤어? 산뜻해. 새로워”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둘 사이에 열애설이라도 나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까? (웃음)
이규한 : 열애설은 좀 힘들 것 같고…폭행설? 여진이가 나를 때린다던가… (웃음)
최여진 : 안돼! 난 아직 인기도 못 얻었는데! (웃음)
사진제공. MBC
글. 최지은 fiv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