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이대 나온, 아니 이대 나오려던 여자였다. 자칭 연대생이라는 영민과 사고 쳐서 속도위반 임신하고 보니 애 아빠는 연대생이 아니라 장수생, 친정에서 쫓겨나 시댁 들어오고 나니 남편은 스터디 대신 월드컵 앞두고 응원 공부 하러 다니는 놈이다.

홀어머니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던 탓에 눈치가 몸에 뱄다. 만삭의 몸으로 화장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속옷 빨래하며 “제가 뭐라고 불 켜고 빨래를 해요. 전기세 나오는데. 아이… 어떻게 제 속옷 몇 개 빨자고 세탁기를 돌려요. 제가 뭐라고…” 라 강조한다. 갈비찜 해 놓으면 “전 고기보다 김치가 더 좋아요” 하며 사양하다가 냄비에 남은 거 몰래 먹으며 “실은 제가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데요, 제가 뭐라고 고기를 먹어요. 식구들 먹을 것도 모자란데… 저 고기 먹은 건 비밀로 해 주세요”라고 궁상떤다. 딸 낳은 뒤 시부모더러 “저희가 뭐라고…그냥 두 분이 지어주시는 걸로 할게요. 수미, 지영이 다 좋아요” 라 해 놓고 뒤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등 무의미한 고집도 부리지만 그 이름으로 출생신고 한 거 들켜서 위기에 처하자 기절해버려 상대의 전의를 상실시킨다. 이렇듯 납작 엎드리는 경지를 넘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수준의 오버액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은근슬쩍 얻어내는, 본능인지 계산인지 알 수 없는 고난도 전략의 소유자. 참고로 “제가 뭐라고…”를 말할 땐 눈을 최대한 크게 떠 올려보며 ‘고…’에서 아랫입술을 쭈욱 내리면 더 불쌍해 보일 수 있다.

갈래 : 쭈구리, 비굴이, 며느리[1점 문제] Q. 다음 중 소라가 “제가 뭐라고 아버님 어머님 꽃놀이도 못 가세요~”라며 시부모에게 외출을 권한 뒤 생긴 일로 맞는 것은?

1) 냉동실에 있는 고기를 모두 구워 먹었다.
2) 친구에게 전화로 시부모 욕을 하다 들켰다.
3)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양수가 터졌다.
4) 가스렌지로 달고나를 해 먹다가 불을 냈다.
5) 영민과 부부싸움 끝에 코뼈를 부러뜨렸다.
[2점 문제] Q. 다음 대화 중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로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혁규 : 근데 밥그릇이 왜 이렇게 커요? 저 이렇게 많이 안 먹는데.
소라 : 파 보세요! (밥 아래 불고기를 보여주며) 다 드세요. 어머님 몰래 몽땅 가져왔어요.
혁규 : 제가 뭐라고 이렇게 절 챙기세요…
소라 : 제가 뭐라뇨! 같이 눈칫밥 먹는 처지에. 원래 홀아비 사정 ( )가 안다고, 제가 아니면 누가 고모부 챙기겠어요?1) 빈대
2) 과부
3) 홀어미
4) 노처녀
5) 며느리
[3점 문제] Q. 다음 대화 중 괄호 안에 들어갈 이름을 순서대로 맞게 쓴 것은?

소라 : 우리 ( ㉠ ) 오줌 쌌나 한번 볼까요?
영민 : ( ㉠ )? 그건 또 웬 듣보잡 네임이야?
소라 : 알잖아. 나 ( ㉡ ) 팬인 거. 예전에 보면서 딸 낳으면 꼭 ( ㉠ )라고 지으려고 했어.
영민 : 그럼 아까 부모님한테 ( ㉠ )로 한다 하지 그랬어~
소라 : 에휴, 내가 뭐라고 ( ㉠ )라고 내 맘대로 한다고 해…

1) ㉠ 복수 – ㉡양동근
2) ㉠ 동근이 – ㉡양동근
3) ㉠ 미래 – ㉡ 공효진
4) ㉠ 전경 – ㉡ 이나영
5) ㉠ 나영이 – ㉡ 이나영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2) 중요하지 않죠.
2점 문제 – 1) 아줌마 여기 망치나 비타민워터 있어요?
3점 문제 – 하나 이상 욕심내면 사지가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을 수도 있음

[실전! 안쓰러움과 짜증 유발의 경계에 있는 말하기 전략]* 어느 서울 거주 30세 남성
제가 뭐라고 ‘10 Boys’ 투표에서 2위나 해요…얼굴도 못생겼고 이제 나이도 많은데…

* 인민복근이라니 과찬이십니다
제가 뭐라고 몸매 자랑을 해요. 이긴 것도 아니고 한 골밖에 못 넣었는데…

*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제가 뭐라고…지금 거길 나가요.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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