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KBS2 일 저녁 5시 20분
SBS가 월드컵을 독점으로 중계하면서, 월드컵의 열기를 전하려는 타방송사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중계는 물론 응원단의 모습을 찍으려는 뉴스 중계진의 취재조차 저지할 만큼 SBS가 행사하는 방송권은 절대적이다. 일찌감치 남아공 월드컵에 가겠다고 공언한 ‘남자의 자격’이 걱정됐던 건, 이처럼 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은 방송사가 보도용 외에 쓸 수 있는 경기 영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의 방방 뛰는 모습이나 “정말 잘 하네”라는 김태원의 외마디 감탄사를 아이폰으로 찍어 보내는 것 외에는 월드컵 영상을 전혀 쓸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줬다. 이경규의 입담 대신 SBS의 화면을 보며 중계를 한 서기철 아나운서와 이용수 해설위원의 해설은 하이라이트 영상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웠고, 현장 응원소리마저 소거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MBC ‘이경규가 간다’처럼 매 경기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는 선수들의 재밌는 행동이나 반칙들을 잡아내고, ‘캐스터 이경규-변두리 해설가 조형기’ 같은 역할극을 통해 경기 외전이라고 해도 좋은 만큼의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 건 편집 시간상으로나, 방송권 때문에도 불가능해 보였다. 애당초 이런 한계를 알고 있었던 제작진이 절, 성당, 지하철, 주유소, 산후조리원, 아파트 단지,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 등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비추며 간극을 메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은 남아공에서 촬영한 테이프를 서울로 넘겨 다음 주에 완성본을 보여줄 모양이지만, 이미 SBS는 월드컵 화면을 보도용이 아닌, 예능으로 소화한 KBS에 대해 “FIFA 룰을 위반했다”며 법적대응을 할 기세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 다음 주에 선보이겠다는 그리스 전 후일담은 무사하게 방송될 수 있을까.

글. 원성윤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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