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개팅남 이기광
여보세요? 어, 나 소개팅 끝났어. 어, 잘 생기긴 했는데 좀 이상해. 처음에 내가 바이올린 선수라고 들었다는 거야. 바이올린 ‘선수’ 어쩔 거야. 그리고 음료수를 시키는데 나한테 탄산은 몸에 안 좋다고 쥬스 마시라고 그래서 좀 어이없지만 기특하다고 생각했더니 지는 콜라 시켜서 빨대로 불고 난리를 치는 거야. 아니, 콜라를! 그래서 내가 이건 뭐야 하고 쳐다봤더니 “탄산이 몸에 안 좋아서 탄산을 빼는 거예요.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러는데 미친 거 아니야? 또, 내가 요가학원 다닌다고 했더니 “요가 파이어는 언제 배우세요?” 그러면서 혼자 막 웃는데 야, 도대체 요가파이어가 뭐냐? 뭐? 스트리트 파이터를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거뿐만이 아니야. ‘인어공주가 뭐라 그랬게요? 안다다씨!’, ‘지금 몇 시죠? 몹시 흥분 아닌가요?’ 이런 쌍팔년도 개그를 하면서 지 혼자 좋다고 막 웃는 거야! 아 진짜 내가 때려치우고 나오려고 했는데…아, 아니야. 좀 귀엽긴 했어. 계속 윙크하고 눈웃음치고, 황진이 춤추고 갑자기 뒤로 넘어지길래 내가 좀 웃었더니 좋다고 실실거리면서 “우리 사귀는 거죠? 약속해줘~♬” 그러는데, 아니 야. 핑클! 아무튼 좀 귀여운 거야! 뭐? 아 그래. 또라이 같지만 잘 생겼다고! 뭐? 애프터? 내가 미쳤…아 근데 귀엽긴 하더라. 나한테 “누나가 나아요, 누이가 나아요? 아니면 여보?” 막 그러던데, 뭐? 미친놈 같다고? 야, 실제로 보면 귀엽거든?
저런 소개팅남 박휘순
여보세요? 어, 나 소개팅 끝났어. 뭐? 주선자 죽여 버릴 거야. 후……생긴 거에 대해서는 내가 길게 말하지 않겠어. 처음에 들어오는데 그냥 입이 딱…아니, 잘생긴 거 말고! 아무튼, 학교를 미국에서 나왔대. 시애틀공고. 집에 돈은 좀 많은 거 같아. 지갑 떨어뜨리더니 나중에 돈 잘 보이게 펴서 올려놓더라? 어, 수표도 갖고 다녀. 중간에 통화하는 거 보니까 아버지가 중동에서 쫀드기 사업 하시나봐. 물려받기 싫다고는 막 하던데 모르지 뭐. 근데 갑자기 막 지갑에 불 질러서 천원짜리 만원으로 바꾸는 마술 하면서 “저를 만나주시면 돈을 열 배로 드릴께요” 하는데 좀…뭐? 아니야! 그래도 아파트 분양까지 받은 거 보면 좀 능력 있는 거 같아. 그리고 “부모님은 절대 안 모실 거에요. 부모님은 부모님대로의 삶이 있으니까요” 하고 강조할 때는 좀 괜찮았…야, 아니라니까! 그냥, 재밌게 해준다고 입에서 막 줄 뽑기 하다가 피까지 난 거 보니까 좀 순수한 것 같은 느낌? 갑자기 정색하고 “사랑해요” 그러더니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너무 예쁘셔서 당황해서 그랬어요. 가실 때 싸인 하나 해 주세요” 그러는데 이건 좀 귀엽지 않냐? 야, 미친 사람 아니야. 여자 많이 만나본 적 없어서 어색해서 그런 거야. 심지어 선물까지 갖고 왔어. 어? 자기 얼굴 프린트된 티하고 쿠션, 집에서 뒤집어 입으면 되지 뭐. 애프터? 그건 좀…야, 근데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보단 내면의 모습을 보는 게…뭐? 사귀긴 누가 사귀어! 그래도 얼굴만 빼면 진짜 괜찮았다고!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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