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수 감독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말로 SBS 의 캐릭터들을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 온 작품들 역시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KBS 나 MBC 는 로맨틱 코미디였고 KBS 는 색다른 성장 드라마였으며 KBS 은 방송국이라는 집단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사랑과 상처를 다각도에서 비춰낸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전 드라마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트콤과의 접목을 시도한 에서 표민수 감독은 배우들의 실제 성격이나 소품들을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여 시트콤의 리얼함을 더하고,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는 승연(함은정)을 통해 고통을 즐길 수 있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10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의 차별화 전략을 들어보았다.

에 이어 두 번째 ‘하우스’ 시리즈다. 이전 작품과 어떤 면에서 차별성을 띠는지, 혹은 연계되는 부분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표민수 : 와의 특별한 연계성은 없다. 는 이 작품 나름대로의 생명력이 있다. 가령, 의 진수(강지환)의 까칠함은 의 영재(정지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잘 웃고 예의바르지만 자기 뜻대로 일을 처리하는, 새로운 까칠함이다. 그리고 는 제작진들이 모든 것을 짜 놓은 ‘드라마’에 가까웠기 때문에 배우의 역할이 적은 반면, 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동등한 비중으로 대본과 소품을 준비한다. 자신의 실제 말투를 집어넣기도 하고,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을 넣어보기도 하면서. 그러다보니 극 중 에피소드들이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 굳이 두 작품을 연관 짓지 않고 보는 게 더 재밌을 거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작진과 배우의 역할을 반반씩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나.
표민수 : 는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에 존재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시트콤과 같은 리얼함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배우들의 비중을 늘렸다. 그러다보니 배우와 캐릭터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다른 드라마보다 배우들의 캐릭터 몰입도가 높아졌다. 배우의 실제 모습을 드라마에 반영하겠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한 건가.
표민수 : 은영에겐 사람을 많이 배려하고 열심히 일하는 박시연의 실제 성격을 캐릭터에 입혔고, 거기에 남에게 지시하는 새로운 성격을 섞어서 캐릭터를 완성했다. 함은정은 가수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어디 출신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배우 함은정에 집중하고 싶었고, 군대 다녀온 남자처럼 ‘일단 하고 보자’는 승연 역할을 맡기게 됐다.

과는 제목이나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 가 내세우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표민수 :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커피와 책을 소재로 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문화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프로’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길게는 10~20년씩 걸린다.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할 수도, 웃으면서 즐길 수도 있는데 나는 후자 쪽을 택했다. 이를 악물면 3년을 버티지만, 즐기는 사람은 10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주로 소설가, 바리스타 등 전문 직업인의 세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인가.
표민수 : 전문분야에서 프로가 되기보다는 이걸 다시 가족으로 환원시키고 싶다. 동생, 언니 등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프로가 되는 과정,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SBS 드라마는 처음인데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표민수 : 다들 즐겁게 촬영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책과 커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신과 육체다. 마지막 회에서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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