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전주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웬만한 맛집이 성에 차지 않는다. 전주의 그 어느 식당이든 평균 이상의 실력을 뽐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장기 동안 먹어 온 ‘엄마 손맛’ 역시 여느 백반집 못지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방인들에게는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진 전주. 가족회관의 비빔밥도, 삼백집의 콩나물국밥도 훌륭하지만 전주에는 그보다 더 마법 같은 맛집들이 즐비하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열흘은 식도락 여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에서 엄선한 전주의 새로운 맛집 리스트를 공개한다.

#3. 20세기가 그리울 때
카페 빈센트 반 고흐 /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1가 66-5
영화제 시작 3일째, 어느새 영화의 거리가 북적북적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러 온 파란 눈의 이방인부터 주말을 즐기러 나온 전주시민들까지 많은 인파에 지쳤다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카페에서의 ‘맑은 커피’(아메리카노) 한 잔을 추천한다. 1979년에 처음 생긴 이 카페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 서울의 학림다방을 연상시키는 이 카페에서는 왠지 누군가에게 다정한 손편지를 쓰고 책을 읽어야할 것만 같다. ‘해바라기’ 등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단정한 커피잔과 나무냄새가 날 것 같은 인테리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 아코디언 등이 어느새 당신을 20세기로 데려간다. 빅뱅과 최신 걸그룹의 노래로 가득한 시내 한복판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좀 더 눈에 띄게 변화했지만, 그래도 아날로그의 감수성만큼은 그대로다. 원두는 공정무역으로, 쿠키는 우리 밀을 사용하는 착한 카페. 하지만 20세기라고 얕보지 마시라. 21세기의 상징 와이파이는 그 어떤 곳보다도 콸콸콸 쏟아지니까.

오늘은 왠-지 연애편지를 쓰고 싶구나 90%
커플보다는 솔로를 위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 80%

글, 사진. 전주=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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