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SBS 밤 9시 55분
약혼남의 배신과 음모, 철썩 같이 믿고 의지했던 친구들의 메마른 눈물샘과 거짓말. “착해서 뭐든지 다 퍼주는” 지현(남규리)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은 한 줄기 희망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위해 울어줄 세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던 지현은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해준 한강(조현재) 덕분에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민호(배수빈)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그가 왜 그토록 지현의 집안을 망가뜨리려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명분을 심어주면서, 그를 절대적인 악이 아닌 가난이 낳은 희생양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간 민호와 인정(서지혜)을 비롯한 극 중 악역들이 진심어린 감정 없이 오로지 목표달성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존재로 그려진 것도, ‘인간은 결국 선한 존재’라는 소현경 작가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발판일 수 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지현이 이경의 몸에 빙의됐다는 증거를 하나 둘 씩 발견했고, 이경은 최면치료를 통해 지현의 존재를 어렴풋이 눈치챘으며 스케줄러(정일우)는 과거 자신과 이경이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알게 됐다. 이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소현경 작가의 진심이 드러나는 동시에 특유의 뒷심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현이 빙의되지 않은 순도 백퍼센트의 이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민호를 바라보며 “왜요? 강민호 씨?”라고 묻는 마지막 장면은 소름 돋는 만큼이나 반가운 신호다. 늦었지만 분명 축하할 일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