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터뷰가 에 실리자, 적지 않은 독자들이 그의 “방송용임이 확실한” 목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누군가는 “얼굴도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배우나 가수 이야기가 아니다. KBS ‘1박 2일’(이하 ‘1박 2일’)의 나영석 PD 이야기다. 유명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영석 PD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조금 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나영석 PD는 단순히 유능한 연출자라서 사랑 받는 것은 아니다. 팬들로 하여금 그의 연출력과 기획력을 넘어서 목소리와 외모마저 찬양하게 만든 치명적인 매력은 그가 단순한 연출자가 아닌 유능한 ‘플레이어’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스스로 ‘1박 2일’의 생태계에 개입해 필요한 순간 쇼의 향방을 가르는 ‘제 7의 멤버’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한다. 만화 에 비유하자면 김수겸 같은 존재. 팬들이 나영석 PD에게 선사한 ‘귀요미’라는 애칭은 그가 플레이어로 보여준 활약에 기반한다. 다음은 가 선정한, ‘나영석 요 귀요미’, 줄여서 ‘나요미’ 나영석 PD의 아찔한 매력 발산의 순간들이다.
뒤끝 긴 ‘초딩’ 나영석
(2009년 9월 27일, 전남 영암)
“그럼 여기, 금 그어 놓고 이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내일 아침 기상은 몇 시야?) 새벽 두 시요.”내기에서 패배해 야외취침을 하게 된 스태프들의 머리 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영석 PD는 멤버들에게 “여자 스태프만이라도 실내 취침을 허락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자 진심으로 역정을 내다가 은지원으로부터 “초딩이 따로 없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뒤끝 긴 나영석 PD는 이 날의 수모를 간직하고 있다가, 다음 촬영지인 연평도에서 복불복도 없이 멤버 전원에게 야외 취침을 선사했다. 6인용 초대형 베개에서부터 전원을 야외에서 재우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나영석 PD의 복수는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부적절한 처사라는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이 중재와 협상을 거듭하는 과정 자체가 쇼의 공식인 ‘1박 2일’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영석 PD의 집념에 가까운 뒤끝이 쇼에 반영되는 과정은 제작진들이 제 7의 멤버처럼 활약하는 오늘날의 ‘1박 2일’을 예고하고 있다.
자식을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사자 나영석
(2010년 8월 15일, 경북 봉화&울진 오프로드 여행)
“여러분은 그 동안 수많은 낙오와 레이싱을 경험했습니다. 제작진은 이런 여러분을 믿습니다. 당신들은 충분히 신속하고 정확하게 베이스캠프를 찾아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도시락 하나로 멤버 전원을 따돌리다니, 수법도 참 기만적이다. 나영석 PD가 휴대폰 전파도 터지지 않는 첩첩산중에 도시락에 눈이 먼 멤버들을 떨구고 온 이유는 “강한 남자로 단련시키기 위해서”였다. 의도는 적중했다. 제작진으로부터 버려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분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멤버들은 어느 새 ‘혼자서도 잘 하는’ 강한 예능인이 되었다. 둘레길, 5대 섬 특집, 5대 광역시 특집, 서울구경 특집 등의 개인별 미션들과, 모든 촬영을 멤버들에게 일임한 겨울방학 특집은 오프로드 여행 특집 이후에야 가능했다. 거 보라. 이게 다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만 구해준다는 사자와도 같은 나영석 PD의 지극한 사랑 탓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나영석 PD가 남긴 편지의 말미를 다시 한 번 정독하자.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하지 않나. “여러분과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보고 싶네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PD 나영석
(2011년 1월 9일, 외국인 노동자 특집)
“후식까지 드시고 나면 한국의 마지막 전통, 회식 끝나면 저희 보통 단체 줄넘기 하죠?”99초라는 제한시간도 참았다. 냅킨 깔고 수저 세팅 하고 건배까지 광속으로 해치우라는 것도 이해했다. 자판기에서 갓 나온 뜨거운 커피 원샷까지 그러려니 했다.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저녁 밥상을 위해 무리한 미션도 다 수긍한 멤버들에게, 나영석 PD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악마의 요구를 한다. ‘한국의 마지막 전통, 회식 후 단체 줄넘기’를 해 내라고. 요리 재료를 얻고 싶으면 한국의 회식 문화에 대한 99초 CF를 찍으라는 요구로도 모자라, “한국의 전통”을 빙자해 단체 줄넘기를 미션에 끼워 넣는 그의 악랄함은 법학을 전공한 칸으로부터 “방글라데시 같으면 구속감”이라는 평을 들었다. 본디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법, ‘땡’을 외칠 때조차 “상대에 대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없이, 흥을 넣어” 외치며 최고의 박탈감을 선사하는 나영석 PD는 악역을 자처하며 멤버들을 지옥으로 인도한다.
‘날방주의자’ 나영석
(2011년 2월 20일, 5대 섬 특집)
“제주도에 맛있는 거 진짜 많잖아요, 감독님”
“승기야. 그 지역의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목적이라면, 제작비 따윈 아깝지 않아!”다섯 대의 차량 중 제주도로 가는 차는 단 한 대. 자신이 타고 있던 차에 나영석 PD가 탑승하자 긴장하고 있던 이승기는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제가 감독님과 4년을 같이 했는데, 절대 힘든 데는 안 가시잖아요!” 팀의 리더인 담당 PD까지 화면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면 그 프로그램은 자칫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돼 버릴 수 있다. 다행히 나영석 PD는 자신이 땀을 흘려야 하는 곳은 카메라 뒤지, 앞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는 낙오한 은지원을 구제하기 위해 호도까지 손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일지라도, 화면 안에서 만큼만은 나영석 PD는 자기 안위를 먼저 챙기는 날방*주의자가 된다. 멤버들을 각각 울릉도, 손죽도, 소매물도, 호도로 보내 놓고서, 자기는 제주산 별미를 즐길 생각에 부풀어 눈망울을 반짝이는 나영석 PD의 웃음은 숫제 해맑기까지 하다. 멤버들의 노고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그 천진한 악마성 덕분이다.
*날방: ‘날로 먹는 방송”의 준말. 이경규가 정립한 개념으로, 되도록 짧은 시간 동안 녹화하고, 가능한 한 몸을 쓰지 않으며, 최대한 안락한 환경에서 큰 고생 없이 진행하는 방송을 뜻한다.
승부사 나영석
(2011년 4월 24일, 경남 남해)“족구 한 판을 부탁드리는데, 저희가 이기면 여러분이 호의를 베풀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만약에 지면, 스태프 80명! 입수! (스태프들이 말리자 뿌리치며) 입수!”
애당초 축구경기 따위에 밥차를 거는 게 아니었다. 35분간의 혈투 끝에 스태프 80명의 식사를 책임 질 밥차를 고스란히 멤버들에게 빼앗긴 스태프들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스태프들에게 어떻게든 밥을 먹여야겠다 생각한 나영석 PD는 승부수를 띄운다. 아쉬울 것이 없는 멤버들을 움직이기 위해 내민 마지막 카드는 스태프 전원 입수. 물론 그도 안다. 족구마저 지면 공복에 입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하지만 나영석 PD가 미친 척 배수의 진을 친 순간, 활력을 잃고 늘어져 있던 스태프들은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고, 멤버들도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때론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게 있다. 나영석 PD는 그 순간이 언제인지 안다. 정확한 타이밍에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나영석 PD의 올인은 보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 두근거림이야말로 ‘1박 2일’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힘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뒤끝 긴 ‘초딩’ 나영석
(2009년 9월 27일, 전남 영암)
“그럼 여기, 금 그어 놓고 이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내일 아침 기상은 몇 시야?) 새벽 두 시요.”내기에서 패배해 야외취침을 하게 된 스태프들의 머리 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영석 PD는 멤버들에게 “여자 스태프만이라도 실내 취침을 허락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자 진심으로 역정을 내다가 은지원으로부터 “초딩이 따로 없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뒤끝 긴 나영석 PD는 이 날의 수모를 간직하고 있다가, 다음 촬영지인 연평도에서 복불복도 없이 멤버 전원에게 야외 취침을 선사했다. 6인용 초대형 베개에서부터 전원을 야외에서 재우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나영석 PD의 복수는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부적절한 처사라는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이 중재와 협상을 거듭하는 과정 자체가 쇼의 공식인 ‘1박 2일’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영석 PD의 집념에 가까운 뒤끝이 쇼에 반영되는 과정은 제작진들이 제 7의 멤버처럼 활약하는 오늘날의 ‘1박 2일’을 예고하고 있다.
자식을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사자 나영석
(2010년 8월 15일, 경북 봉화&울진 오프로드 여행)
“여러분은 그 동안 수많은 낙오와 레이싱을 경험했습니다. 제작진은 이런 여러분을 믿습니다. 당신들은 충분히 신속하고 정확하게 베이스캠프를 찾아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도시락 하나로 멤버 전원을 따돌리다니, 수법도 참 기만적이다. 나영석 PD가 휴대폰 전파도 터지지 않는 첩첩산중에 도시락에 눈이 먼 멤버들을 떨구고 온 이유는 “강한 남자로 단련시키기 위해서”였다. 의도는 적중했다. 제작진으로부터 버려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분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멤버들은 어느 새 ‘혼자서도 잘 하는’ 강한 예능인이 되었다. 둘레길, 5대 섬 특집, 5대 광역시 특집, 서울구경 특집 등의 개인별 미션들과, 모든 촬영을 멤버들에게 일임한 겨울방학 특집은 오프로드 여행 특집 이후에야 가능했다. 거 보라. 이게 다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만 구해준다는 사자와도 같은 나영석 PD의 지극한 사랑 탓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나영석 PD가 남긴 편지의 말미를 다시 한 번 정독하자.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하지 않나. “여러분과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보고 싶네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PD 나영석
(2011년 1월 9일, 외국인 노동자 특집)
“후식까지 드시고 나면 한국의 마지막 전통, 회식 끝나면 저희 보통 단체 줄넘기 하죠?”99초라는 제한시간도 참았다. 냅킨 깔고 수저 세팅 하고 건배까지 광속으로 해치우라는 것도 이해했다. 자판기에서 갓 나온 뜨거운 커피 원샷까지 그러려니 했다.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저녁 밥상을 위해 무리한 미션도 다 수긍한 멤버들에게, 나영석 PD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악마의 요구를 한다. ‘한국의 마지막 전통, 회식 후 단체 줄넘기’를 해 내라고. 요리 재료를 얻고 싶으면 한국의 회식 문화에 대한 99초 CF를 찍으라는 요구로도 모자라, “한국의 전통”을 빙자해 단체 줄넘기를 미션에 끼워 넣는 그의 악랄함은 법학을 전공한 칸으로부터 “방글라데시 같으면 구속감”이라는 평을 들었다. 본디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법, ‘땡’을 외칠 때조차 “상대에 대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없이, 흥을 넣어” 외치며 최고의 박탈감을 선사하는 나영석 PD는 악역을 자처하며 멤버들을 지옥으로 인도한다.
‘날방주의자’ 나영석
(2011년 2월 20일, 5대 섬 특집)
“제주도에 맛있는 거 진짜 많잖아요, 감독님”
“승기야. 그 지역의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목적이라면, 제작비 따윈 아깝지 않아!”다섯 대의 차량 중 제주도로 가는 차는 단 한 대. 자신이 타고 있던 차에 나영석 PD가 탑승하자 긴장하고 있던 이승기는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제가 감독님과 4년을 같이 했는데, 절대 힘든 데는 안 가시잖아요!” 팀의 리더인 담당 PD까지 화면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면 그 프로그램은 자칫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돼 버릴 수 있다. 다행히 나영석 PD는 자신이 땀을 흘려야 하는 곳은 카메라 뒤지, 앞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는 낙오한 은지원을 구제하기 위해 호도까지 손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일지라도, 화면 안에서 만큼만은 나영석 PD는 자기 안위를 먼저 챙기는 날방*주의자가 된다. 멤버들을 각각 울릉도, 손죽도, 소매물도, 호도로 보내 놓고서, 자기는 제주산 별미를 즐길 생각에 부풀어 눈망울을 반짝이는 나영석 PD의 웃음은 숫제 해맑기까지 하다. 멤버들의 노고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그 천진한 악마성 덕분이다.
*날방: ‘날로 먹는 방송”의 준말. 이경규가 정립한 개념으로, 되도록 짧은 시간 동안 녹화하고, 가능한 한 몸을 쓰지 않으며, 최대한 안락한 환경에서 큰 고생 없이 진행하는 방송을 뜻한다.
승부사 나영석
(2011년 4월 24일, 경남 남해)“족구 한 판을 부탁드리는데, 저희가 이기면 여러분이 호의를 베풀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만약에 지면, 스태프 80명! 입수! (스태프들이 말리자 뿌리치며) 입수!”
애당초 축구경기 따위에 밥차를 거는 게 아니었다. 35분간의 혈투 끝에 스태프 80명의 식사를 책임 질 밥차를 고스란히 멤버들에게 빼앗긴 스태프들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스태프들에게 어떻게든 밥을 먹여야겠다 생각한 나영석 PD는 승부수를 띄운다. 아쉬울 것이 없는 멤버들을 움직이기 위해 내민 마지막 카드는 스태프 전원 입수. 물론 그도 안다. 족구마저 지면 공복에 입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하지만 나영석 PD가 미친 척 배수의 진을 친 순간, 활력을 잃고 늘어져 있던 스태프들은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고, 멤버들도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때론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게 있다. 나영석 PD는 그 순간이 언제인지 안다. 정확한 타이밍에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나영석 PD의 올인은 보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 두근거림이야말로 ‘1박 2일’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힘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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