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 의 ‘1박 2일’은 나영석 PD의 ‘무한도전’이라 할만 하다. 지난 주 밥차를 내건 출연자와 스태프 간의 축구경기에서 스태프 팀이 패배하자 그는 무려 ‘스태프 80명 전원 입수’를 미끼로 재도전을 선언했다. 또한 준비중인 다음 아이템은 팀이 아닌 개별적으로 신청한 시청자 100명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개인전 시청자 투어’다. 언제부터인가 나영석 PD를 담아내던 카메라는 이제 본격적으로 스태프와 시청자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박 2일’이 연예인과 일반인이 함께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나영석 PD는 “기존 흐름이 지루해졌다 생각되면 본능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한다. 명사 특집과 외국인 노동자 특집에 이어 스태프를 동원하거나 시청자투어를 계획하는 것 역시 그런 기획의 일환”이라 설명했다.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왜 스태프가 필요했을까. 나영석 PD는 “예측 불가능한 ‘날 것’을 보여주려면, 하루종일 촬영현장을 지켜보면서 방송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수월하고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이 스태프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레이스를 진행한 ‘식도락 여행’ 편이 “어떤 차량을 선택하고 어떤 스태프와 동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색다른 복불복”이라는 발상으로 미리 준비한 아이템이었다면, 지난 주 축구경기를 비롯해 ‘가파도 여행’ 편에서 스태프의 이름을 맞추는 저녁 복불복 게임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 미션이었다. 이승기와 그의 팬인 밥차 아주머니가 차 안에서 나누는 훈훈한 대화, 축구경기 패배와 입수 미션에 “진심으로 짜증을 냈던” 스태프들의 모습은 여섯 멤버들의 조합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그림이다. 사전에 기획됐든 아니든, 스태프라는 변수를 이용해 새로운 ‘리얼리티’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했다.
멀티플레이어 나영석 PD가 사는 법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순간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1박 2일’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상황 그 자체보다 그것을 솜씨있게 예능의 재미로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능력이다. 그 점에서 나영석 PD는 영리한 연출자다. 지난 주 나영석 PD의 ‘스태프 80명 전원 입수’ 발언은 애초에 3~4분짜리 에피소드로 의도했던 축구경기를 눈덩이처럼 불렸고, 그 날 방송분에서 ‘가장 빵 터지는’ 순간을 탄생시켰다. “이미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방송을 떠나 자존심 대결로 번진 상황에서 차라리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게 재밌겠다”는 ‘촉’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스태프들은 ‘빠질 때 빠지더라도 일단 가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자칫 ‘무리수’로 비춰질 수 있는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제작진이 미리 준비한 것보다 더 재미있는가”와 “현장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가”다. 출연자들의 의욕이 절정에 달했다면, 나중에 편집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맥을 끊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난 4년 동안 “현장 분위기를 살려야 방송도 재밌게 나온다”는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다.
이제 나영석 PD는 화면 안팎에서 여섯 멤버와 80명의 스태프를 진두지휘하는 연출자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 자신을 내려놓으며” 제7의 멤버가 되기도 한다. 생판 모르는 100명의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시청자 투어 3탄’이 기대되는 건 이처럼 ‘1박 2일’을 들었다놨다하는 나영석 PD의 노련함 때문이다. “굉장히 힘든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제작진이 힘들수록 방송은 재밌어진다”고 말한 나영석 PD는 과연 시청자 여행단 앞에서 어떤 ‘나요미’(‘나영석 귀요미’의 줄임말)의 모습을 보여줄까.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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