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SBS 이 안팎으로 시끄러운 드라마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자 주인공 사란과 라라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 오로지 돈에 눈이 멀어 딸 사란에게 기생이 되기를 강요하는 계모, 그리고 조연들의 뜬금없는 죽음까지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은 초반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화면 바깥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노예계약설’이 제기되면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들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이 날 기자간담회가 공식적인 첫 인터뷰라는 신인배우들이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이 풀렸는지 민감한 질문에도 서슴지 않고 대답하는 임수향(단사란 역), 성훈(아다모 역), 한혜린(금라라 역)과의 대화를 옮긴다.

지난 주 사란이 부용각에 들어가면서 기생 사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소감이 어떤가.
임수향: 요즘 촬영만 하다보니까 사실 바깥 반응이 어떤지 모르는데,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벅차오른다. 내가 꿈꾸고 바랐던 일이니까 몸둘 바를 모르겠다.“‘막장’이 드라마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다모는 부용각 입성을 결사반대하다가 사란에게 ‘폭풍 따귀’를 맞지 않았나. (웃음)
성훈: 양 쪽 뺨을 번갈아 맞는 장면이었는데, 한 9~10대는 맞은 것 같다. 두 번째 NG까지는 수향이가 당황해서 실수를 했겠거니 이해했는데, 세 번째 NG를 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서 셔츠를 벗어던졌다. 좀 한 번에 가자고. (웃음) 수향이는 맞아도 얼굴이 깨끗하게 나왔는데, 난 목과 양 볼이 다 새빨갛게 나왔다.
임수향: 누구를 때려보는 게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당황했던 것 같다. 때리고 나니까 대사가 기억이 안 나서 NG를 많이 냈다.

최근 임성한 작가가 출연자들의 인터뷰와 타 작품 출연을 금지시키는 일명 ‘노예계약’ 논란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었나.
한혜린: 기사를 통해 노예계약 논란을 접하게 됐다. 그런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어떻게 보면 제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연기에 몰입해야 하는 신인배우를 배려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대본과 연기에만 집중한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훈: 만약 노예계약서가 있었다면 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님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공감 못하겠다.

‘노예계약’ 뿐만 아니라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주연배우로서 이런 스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임수향: 사실 대본을 보면 설정에 대한 설명이 다 쓰여있다. 개연성도 충분하고. 물론 좀 자극적인 면은 있지만, 그건 배우들이 연기적으로 부드럽게 풀어가면 된다. 다만 우리가 신인이다보니 연기력이 부족해서 막장 드라마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
한혜린: 세상에는 꼭 정상적인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지 않나. 상식 밖의 일도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처럼 리얼리티만 좇으면 오히려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막장’이라는 요소가 드라마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임성한 작가는 전작에서도 신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디션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어필했나.
임수향: 감독님이 ‘임수향 씨 울어보세요’라고 하시길래 이게 기회다 싶어서 죽자 살자 울었다. 극 중 사란이가 눈물을 흘리는 감정신이 많았는데 내가 잘 울어서 뽑았다고 하시더라.
성훈: 처음에는 왜 뽑혔는지 몰라서 의문이 들었는데, 최근에 입 다물고 있는 모습이 임 작가님이 생각하시던 다모 이미지랑 비슷해서 캐스팅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혜린: 나 같은 경우는 오디션을 두 번 봤는데, 처음에 갔을 땐 감독님과 작가님이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이미지를 보고 싶다며 세수를 하고 오라고 하셨다. 두 번째 오디션에서는 ‘악역이고 비중이 작은데 출연할 의향이 있냐’고 여쭤보셨는데 연기자로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엄청난 책임감이 생겼다.

“사란과 다모의 애틋한 사랑을 잘 지켜봐주셨으면”
세 명의 신인배우가 작품을 이끌어가다보면 아무래도 현장에서 감독이나 선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겠다.
한혜린: 감독님이 직접 연기지도를 해주신다. 워낙 배우들한테 애정이 많으신 분이라 감정 신을 찍을 때 우리가 느끼는 부담감을 미리 눈치채시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이 알려주신다. 믿고 갈 수 있는 분이 있어서 든든하다.
성훈: 솔직히 선배님들도 본인 연기하시기 바쁘실 텐데,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어떤 선배님은 저한테 ‘네가 연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흉내내려고 하면 더 어설프니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연기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감사했다.

극 중에서 다모는 승마와 수영을 하는 장면이 많고 사란은 무용과 학생으로 나오는데, 작품을 위해 운동이나 춤을 따로 배웠나.
성훈: 수영은 원래 내 특기였기 때문에 딱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고, 승마는 드라마 시작하면서 6개월 정도 배웠다. 초반에는 헬스를 꾸준히 해서 몸도 좋게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촬영 스케줄이 많아서 운동도 못하고 심지어 점점 말라가고 있다. 한 달만에 5kg이나 빠졌는데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엔 그냥 해골 같다. 하하.
임수향: 무용을 전공한 인물이니까 춤을 잘 춰야 할 것 같아서 촬영 전부터 6개월 정도 연습했다. 하지만 워낙 노련함을 요하는 춤이라 내가 몇 개월 연습해도 발끝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점점 험난해지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성훈: 다모 입장에서는 사란이 기생이 된 것도 싫고 거기서 춤추는 것도 싫다. 그냥 데리고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사란의 고집이 세서 그게 쉽지가 않다.

만약에 사란이 다모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어떤 로맨틱한 장면을 찍고 싶나.
성훈: 사란이 키스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다. 음… 승마를 하면서 키스하면 뭔가 더 색다르지 않을까?
임수향: 극구 반대한다. 난 말도 못 타는데, 그렇게 키스하면 불구된다. 하하하.
성훈: 에이, 내가 앞에 태우면 되잖아.
임수향: 그냥 다모가 정신 차리고 군대나 갔으면 좋겠다. (웃음)
성훈: 스물아홉 살에 군대라… 작가님이 다모는 이미 군대를 갔다 온 인물로 설정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SBS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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