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VS 첼시 수 MBC SPORTS+ 새벽 3시 45분
어떤 식으로 복기하더라도 1 대 0의 스코어로 끝난 경기를 재밌고 화끈한 공격 축구로 보기는 어렵다. 무리뉴 감독 시절부터 첼시는 최대한 많은 활동량으로 미드필드를 공 지나가기도 어려운 빽빽한 정글로 만들었고, 올 시즌의 맨유 역시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먼, 지키는 축구를 해오고 있다. 말하자면 이 경기는 처음부터 창과 창, 혹은 창과 방패의 대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실제 경기 역시 그러했다. 캐릭의 롱패스와 이를 루니의 골로 연결한 긱스의 빠른 패스는 유려했고, 첼시 특유의 열심히 뛰는 공격은 경기 내내 이어졌지만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가장 큰 요소는 맨유의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수비 라인에 세운 ‘통곡의 벽’이었다. 요컨대, 이기는 것은 지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하지만 모든 팀이 올해 맨유의 지키는 축구를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맨유나 첼시 역시 바르샤나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같은 축구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축구가 흥미로운 건, 반칙만 안 하면 그토록 넓은 그라운드 공간을 자기 방식대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선수가 일렬로 서서 뛴다고 주의를 받진 않는다. 편의상 윙포워드, 미드필더 같은 포지션을 나누긴 하지만 축구는 각 말이 정해진 칸 수대로만 움직일 수 있는 체스가 아니다. 줄과 줄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이 놓일 수 있는 바둑에 더 가깝다. 그래서 무궁무진한 포석이 가능한 것이다. 전성기 유창혁처럼 화려한 공격 바둑이 있다면 이창호처럼 지키는 바둑도 있다. 맨유와 첼시가 1 대 0을 기록할 동안, 바르샤는 특유의 화려한 점유율 축구로 샤흐타르를 5 대 1로 제압했다. 만약 둘 중 한 경기를 선택해서 보라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난 둘 다’가 가능한 현대의 축구팬에게 가장 좋은 건, 세상 축구클럽의 수만큼 이기는 방법이 다양한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8강 2차전 생방송은 바르샤 대 샤흐타르 전이길 강력하게 요청한다.
글. 위근우 eight@
어떤 식으로 복기하더라도 1 대 0의 스코어로 끝난 경기를 재밌고 화끈한 공격 축구로 보기는 어렵다. 무리뉴 감독 시절부터 첼시는 최대한 많은 활동량으로 미드필드를 공 지나가기도 어려운 빽빽한 정글로 만들었고, 올 시즌의 맨유 역시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먼, 지키는 축구를 해오고 있다. 말하자면 이 경기는 처음부터 창과 창, 혹은 창과 방패의 대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실제 경기 역시 그러했다. 캐릭의 롱패스와 이를 루니의 골로 연결한 긱스의 빠른 패스는 유려했고, 첼시 특유의 열심히 뛰는 공격은 경기 내내 이어졌지만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가장 큰 요소는 맨유의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수비 라인에 세운 ‘통곡의 벽’이었다. 요컨대, 이기는 것은 지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하지만 모든 팀이 올해 맨유의 지키는 축구를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맨유나 첼시 역시 바르샤나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같은 축구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축구가 흥미로운 건, 반칙만 안 하면 그토록 넓은 그라운드 공간을 자기 방식대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선수가 일렬로 서서 뛴다고 주의를 받진 않는다. 편의상 윙포워드, 미드필더 같은 포지션을 나누긴 하지만 축구는 각 말이 정해진 칸 수대로만 움직일 수 있는 체스가 아니다. 줄과 줄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이 놓일 수 있는 바둑에 더 가깝다. 그래서 무궁무진한 포석이 가능한 것이다. 전성기 유창혁처럼 화려한 공격 바둑이 있다면 이창호처럼 지키는 바둑도 있다. 맨유와 첼시가 1 대 0을 기록할 동안, 바르샤는 특유의 화려한 점유율 축구로 샤흐타르를 5 대 1로 제압했다. 만약 둘 중 한 경기를 선택해서 보라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난 둘 다’가 가능한 현대의 축구팬에게 가장 좋은 건, 세상 축구클럽의 수만큼 이기는 방법이 다양한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8강 2차전 생방송은 바르샤 대 샤흐타르 전이길 강력하게 요청한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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