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 코헤이와 김봉웅’ 금 MBC 밤 11시 5분
제목만 보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감이 오는 다큐멘터리들이 있다. 일본 연극계에서 ‘츠카 이전에 츠카 없고, 츠카 이후에 츠카 없다’고까지 이야기되는 연출가이자 재일한국인으로서 김봉웅이란 이름을 가진 故 츠카 코헤이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은 재일한국인을 방송에서 다루는 가장 빤한 방식, 즉 일본과 한국 모두로부터 배제당하는 주변인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서사를 만들고 싶은 의도와 그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츠카의 삶 사이에 일종의 균열이 일어났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일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1985년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이나 1999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첫 주자로서의 한국 공연 실패 같은, 츠카와 한국의 인연을 더듬으며 ‘애국심의 고조’에 대한 주변인물의 증언을 끌어낸다.

하지만 이것은 파편적 팩트로서만 기능할 뿐, ‘재일교포로서 느끼는 설움이나 억압을 작품에 쓰면 훨씬 책도 많이 팔겠지만 그건 비겁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던 츠카의 삶에 녹아들지 못했다. 이 균열은 다큐멘터리의 만듦새라는 면에 있어 아쉽지만, 우리가 재일한국인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서사와 실제 그들 삶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자신의 유해를 한국도 일본도 아닌 현해탄에 뿌려달라고 했던 그의 정체성이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작품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츠카의 비범함과 삶의 방식 전부를 설명하진 못한다. 누군가의 삶이 드라마틱한 건, 독특한 포지션 때문이 아니라 어떤 포지션 안에서든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자기의 프레임이 아닌, 그 각각의 길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큐멘터리도,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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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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