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SBS 일 밤 9시 50분
임성한은 여전히 임성한이다. 바로 전작인 MBC 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뜬금없는 댄스신으로 시작된 SBS 은 임성한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작품 세계의 총천연색 비빔밥 같은 드라마다. SBS 를 연상시키는 출생의 비밀과 절절한 모정, MBC 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소재를 차치하고라도, 직접적인 상품과 문화적 기호들로 인간 등급을 구분하는 표피적이고 속물적인 세계와 그 세계를 도도한 자존심으로 마주하며 버티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여지없는 임성한표 드라마의 특징이 맞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임성한 월드의 종합판일 수 있는 가장 큰 핵심은 ‘부용각’이라는 공간에 있다. 특유의 요리강좌가 마음껏 펼쳐질 주방과 임성한식 생활 예절 교육이 탐미적 수준으로까지 그려질 기방을 갖춘 이 전통 기생집은 앞으로 임성한 막장 월드의 미학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문제적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아한 외모에 내숭과 강단과 일정 옥타브 이상을 결코 넘지 않는 차분한 말투를 적정 비율로 갖춘 단사란(임수향)은 첫 등장부터 우아한 고전 무용으로 차가운 재벌2세 아다모(성훈)를 한눈에 사로잡으며 그 세계에 입성할 여주인공으로서의 위엄을 획득했다. 다소 밋밋한 첫 회를 마친 은 2회에서 둘의 로맨스에 사란과 묘한 인연으로 얽힌 라라(한혜린)와의 삼각관계를 본격적으로 전개시키고, 무려 사중으로 꼬인 출생의 비밀을 암시함으로써 ‘막드’로 가는 기관차의 힘찬 동력을 얻었다. 임성한 월드가 펼쳐질 최적의 맞춤 공간과 필수 요소를 갖췄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열차가 향해가는 종착역과 그 여정을 흥미롭게 구경하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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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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