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효선(서우)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던 삶의 버팀목을 잃었고, 강숙(이미숙)은 뜯어먹을 게 있어서였든 어떻든 좋아했던 남편을 잃었다. 그리고 은조(문근영)는 생애 첫 아버지를 잃었다. 은조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믿어 달라 말하고, 믿음을 저버린 적 없던 대성(김갑수)을 끝까지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다. 은조가 제 이름을 부르며 울던 날 이후, 에 동화 같은 장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인물들이 다양한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었던 8년 전에 비해, 오직 대성이라는 존재만으로 인물들이 묶여있었던 8년 후의 현실은 서로에게 그저 “끔찍한” 것이었다. 구질구질한 삶 속에서도 도망을 치든 악다구니를 쓰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맞서던 은조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대성참도가에 머무르게 되면서 는 조금씩 동화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드라마로 변해갔다. 설정 면에서가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결국 기훈(천정명)의 캐릭터가 정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기훈이 비밀로 인해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존재라는 점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대성이 세상을 떠난 지금이 바로 를 “의붓 자매끼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스토리”가 될지, 신데렐라와 그 언니, 엄마, 왕자님을 모두 끌어안는 새로운 동화가 될지를 결정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네 아버지 딸이라서” 효선을 봐주고 있던 은조와, 효선을 딸로서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운 강숙, “더 이상 공주가 아닌” 효선을 유일하게 묶어주던 끈이 끊어져 버린 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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