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촬영장 근처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며 서우가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활짝 안겨들 것처럼 외쳤다. “이모! 저 왔어요!” MBC 에서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김미경과 처음 만나던 날 서우는 멀리서 달려가 안기며 “엄마~!”라고 불렀다. 스태프들은 모두 ‘언니’와 ‘오빠’다.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성큼 가까이 다가선다. 서우는 그렇다.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벽을 치거나 거리를 두지도 않는다. 조심해야 할 것과 아껴야 할 말이 끝도 없는 신인, 그것도 여배우에게는 드문 성격이다. 신인 시절 서우와 함께 일했던 한 작가는 그런 성격을 가리켜 “크게 될 애”라고 말했다.
영화 로 정신 번쩍 뜨일 만큼 강렬한 등장을 보여주고 와 영화 에서도 호연을 펼쳤던 서우의 지금을 두고 벌써 ‘크게 되었는지’를 결론짓는 것은 이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자그마한 체구, 앳된 얼굴의 배우가 남과 여, 신인과 중견을 막론하고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거운 상대 중 하나라는 점이다. “저희 가족들이 굉장히 밝은 편인가 봐요. 그래서 밖에선 ‘넌 뭐가 그렇게 좋아서 맨날 웃니?’라는 말을 들었어요. 좋게 얘기하면 밝은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약간 핀이 나간 애 같다고!” 주어진 대사를 소화할 때가 아니더라도 한 마디 한 마디에 그 순간의 에너지를 쏟아 넣는 서우는 감정에 솔직한 만큼 ‘말’에도 솔직하다.
“막걸리 정말 사랑해요. 할 때도 근처에 ‘흑콩 막걸리’를 파는 데가 있어서 꽤 많이 마셨거든요. 마침 가 막걸리에 대한 얘기라서 좋아했더니 사람들이 신기해하던데, 막걸리엔 역시 삼합이 최고에요. 오늘 아침에도 은조(문근영)랑 술 먹고 취해서 얘기하는 신을 찍었는데 ‘우리 그냥 술 마시고 할까?’ 하다가 일곱 시 첫 신이라서 못 그랬어요. 밤 신 정도만 돼도 진짜 마시는 건데. 하하하하!” 십대 같은 외모의 이십대, 가끔 사십대에서 육십대까지도 넘나드는 듯한 정서는 이를테면 맑게 거른 막걸리보다 술지게미의 독특한 중독성에 가까운 맛이다. 하지만 서우가 마냥 발랄하고 애교 넘치는 소녀인 것만은 아니다. 로 수많은 영화제 신인상들을 휩쓸고도 “정말 깜짝 놀랐어요. ‘회사에서 힘썼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던데!”라며 대범한 농담을 던지던 야생동물 같은 신인은 데뷔 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혹독한 단련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연기를 제대로 배우거나 기본기를 익힌 적이 없어서 부족한 게 많다”는 성찰은 신인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이겠지만 “용기를 갖고, 틀에 갇히지 않고, 마음을 굳게 먹고” 연기하고 싶다는 다짐은 오히려 더 흥미롭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평가받고 판단되는 직업을 가진 배우가, 그리고 한국에서 젊은 여배우가 수많은 눈과 말들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우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배우의 가능성은 여전히 가늠할 수 없이 현재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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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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