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은 뉴스나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필요한 멘트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MBC 같은 데이트 프로그램이나 MBC 류의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해왔다. 그리고 KBS 의 미녀들처럼 그들 중 일부는 스타가 되기도 했다. tvN의 와 도 일반인 출연자들을 적극 활용한 경우다. 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이 출연자를 소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경악할 만한 개성의 소유자인 화성인들을 찾아 진단하는 는 애초에 호기심으로 접근할지언정 추궁 혹은 대화를 통해 소통에 이른다. 반면 데이트 쇼로 명명된 는 남성 출연자와 여성 출연자 모두에게 가혹하다. 서로를 놀리거나 반감을 증폭시키기만 할 뿐 남과 여의 관계 형성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 위근우, 윤희성 기자가 와 를 분석했다. /편집자주
“라는 책이 있는데 굉장히 부끄러운 책이에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건 좋은데 그 사람의 악습이나 성격을 억지로 이해해주는 건, 불편하잖아요.” 비록 화면 밑에는 출연자의 의견은 개인적인 것으로 프로그램과 상관없다는 자막이 떴지만 tvN 에 출연했던 독설 연애 상담가가 말한 연애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이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일치한다. 남이 나와 다른 걸 인정해야 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우리와 다른 당신을 탐구한다
처럼 외계인의 은유를 가져온 이 프로그램은 지구인이라고 하는 평균 혹은 보편적 인간상을 정해놓은 뒤, 그 너머의 존재를 화성인으로 규정한다. 즉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여자친구 삼은 오타쿠나 하루 18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만 하는 게임 중독자 모두 이상한 지구인이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화성인이다. 사실 나와 다른 무언가를 배척하지 않고 이해하는 소위 똘레랑스를 관념적 차원에서 실현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지구인과 화성인은 다양한 층위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 다른 그들은 종종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가 생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는 과연 지구인의 것인가 화성인의 것인가 아니면 우주 공통의 것인가. 그래서 는 앞서 말한 연애 상담가처럼 있는 그대로의 상대에 대한 인정과 개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가령 2년 10개월 동안 술값으로만 7억 원을 쓴 대구 화류계의 VIP를 보며 느껴지는 즉각적인 불편함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그래서 이경규와 김구라, 김성주 3명의 MC는 집요하리만치 상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질문하고 그 안의 논리를 파악한 뒤 소통 가능한 공통분모를 파악한다. 즉 합의를 위한 토대는 밖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서로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통해 만들어진다. 자신의 큰 키 때문에 남자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는 여자 출연자는 MC들의 추궁 끝에 자기 역시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밝혔고, 타고난 신체조건에 대해 한탄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스스로를 가꾸기로 다짐했다. 그와 반대로 9년 뒤 자신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되 어떤 근거도 내세우지 않는 출연자에 대해 이경규는 방송을 거부했다.
가 불편하지 않은 이유
그래서 는 SBS 로 대표되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어떤 발전적 형태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일반인을 다룰 때 평범한 일상보다는 특별하거나 신기한 일면에 호기심을 보인다. 문제는 그 호기심을 서커스단 괴물쇼의 그것처럼 천박하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에 대한 흥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가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토크쇼라는 형식을 통해 단순한 시각적 전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으로서 대상을 알아간다는 점에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 있다. 즉 출연한 화성인 모두를 지구인 시청자가 이해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해할 여지가 있는 수많은 맥락을 찾아내는 건 가능하다. 수 년 간 방 안에서 혼자 지내던 히키코모리가 방문을 열고 출연한 에피소드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상대가 의 우주 괴물인지, 의 외계인처럼 대화 가능한 존재인지 알기 위해선 결국 그들의 마음의 문에 끊임없이 노크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유일하기에 최선의 방법이다. 출연자에 따라 종종 불균일한 결과물을 내지만 가 불편하지 않은 건 그래서다. 그것이 재미보다 더한 미덕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재미보다 먼저 추구해야 할 덕목인 것은 사실이다.
글 위근우
룰은 간단하다. 30명의 여자 앞에 한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고, 남자는 불이 켜진 여자 중에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한다. 그러나 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과정 중에서도 남자가 얼마나 호감을 획득했는가 보다는 왜 호감을 잃었는가에 주목한다. 핑크색 젖소무늬가 그려진 용달차가 VCR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장시간 당구를 친다”는 멘트가 흘러나오는 순간, 혹은 “꿈꾸는 청년”이라는 첫 인사를 건네는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꺼지는 세트를 보여주는 풀 샷은 여성들이 싫어하는 남성의 디테일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 방식을 통해 방송은 익스트림한 데이트 쇼를 표방한다.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커플을 매칭하겠다는 의도다. 데이트보다는 익스트림 쇼
그러나 에서 데이트가 증발해 버리는 데에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외모는 거북하지만 의외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남자, 겉으로 보이는 조건은 준수하지만 알아갈수록 여자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갖춘 남자를 통해 진짜 여성이 원하는 남자의 조건을 알아보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성에 관한 힌트가 노출되는 방식이 통제가 가능한 VCR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는 랜덤하게 남성의 일상을 전시할 뿐이다. 보증금 500에 월세 40이라는 남루한 현실, 운동화에 깔창을 넣어 신는 은밀한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에는 어떤 설명도 맥락도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가난하다, 구차하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스위치를 누른다. 그리고 유사한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남성 시청자들은 그런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된다.
반발심은 결국 심리적 장벽을 유발한다. 제작진이 아무리 리얼한 싱글남녀의 연애관이라고 포장해봐야, 악역으로 낙인찍힌 여성 출연자의 의견이 공감을 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방송은 이러한 충돌을 해소하기 보다는 그것에 기대는 쪽을 선택했다. “하체가 부실해 보였는데 자전거를 탄다니 괜히 아웃시켰다”고 안타까워하는 여성의 발언을 계속 부각시키거나, 양복집 마네킹, 왕도마뱀, 과거에 자신에게 지분거렸던 인도남자, 새끼마담 등 원색적인 비난의 의도가 다분한 외모 비하 발언에 웃음의 포인트를 허락하는 진행은 그러한 혐의를 벗을 수 없게 한다. 심지어 남성 출연자가 소외된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입담 대결을 하듯 억측과 무례를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소감을 피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가 데이트가 아니라 ‘익스트림 쇼’에 있음을 간파하는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쇼는 재미를 잃는다. 심지어 커플이 되어 떠났던 ‘6억 연봉녀’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오기까지 하자, 방송은 최소한의 진정성마저 소거 당했다. 데이트가 최종 관문이 아님을 프로그램이 스스로 선언하는 것은 결국 여성출연자들에게 데이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수긍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멍석만 깔아 놓은 연애, 끝없이 부추기는 싸움판
덕분에 결말에 대한 기대는 축소되었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비난의 레퍼토리는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래서 는 6회 방송에서 화장하는 남자와 야동 보는 남자를 출연시켰다. 전자는 진행자인 이경규로부터 “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후자는 신동엽으로부터 “괜히 나왔다”는 놀림을 받았으며 두 사람 다 모든 여성에게 거부당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드라마를 밝혀내는 대신 극단적인 사례로 상황에 특수성을 부여하겠다는 얕은 수는 결국 방송의 의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배려 없이 스크랩한 일상의 단면 때문에 출연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제한다. “그런 비난 할 자격이 있느냐”는 시청자들의 원성은 여성출연자들이 충분히 출중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도 타인의 단면으로 그를 재단할 자격 따위는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3단계의 심사를 통과한 6회 마지막 출연 남성이 결국 모든 여성을 거부한 것은 의미심장한 에피소드였다. 방송의 의도를 스스로 배반하는 이 결정을 단지 개인의 솔직함으로 설명 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연애의 멍석을 깔아놓고 싸움판만 벌이고 있음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잽을 날리는 신동엽과 너무 점잖아져버린 이경규의 부조화까지 해결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들이 어떤 판에서 놀아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것부터, 다시 기획의 의도로 돌아가야 할 때다.
글 윤희성
글. 위근우 eight@
글. 윤희성 nine@
편집. 이지혜 seven@
“라는 책이 있는데 굉장히 부끄러운 책이에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건 좋은데 그 사람의 악습이나 성격을 억지로 이해해주는 건, 불편하잖아요.” 비록 화면 밑에는 출연자의 의견은 개인적인 것으로 프로그램과 상관없다는 자막이 떴지만 tvN 에 출연했던 독설 연애 상담가가 말한 연애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이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일치한다. 남이 나와 다른 걸 인정해야 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우리와 다른 당신을 탐구한다
처럼 외계인의 은유를 가져온 이 프로그램은 지구인이라고 하는 평균 혹은 보편적 인간상을 정해놓은 뒤, 그 너머의 존재를 화성인으로 규정한다. 즉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여자친구 삼은 오타쿠나 하루 18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만 하는 게임 중독자 모두 이상한 지구인이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화성인이다. 사실 나와 다른 무언가를 배척하지 않고 이해하는 소위 똘레랑스를 관념적 차원에서 실현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지구인과 화성인은 다양한 층위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 다른 그들은 종종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가 생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는 과연 지구인의 것인가 화성인의 것인가 아니면 우주 공통의 것인가. 그래서 는 앞서 말한 연애 상담가처럼 있는 그대로의 상대에 대한 인정과 개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가령 2년 10개월 동안 술값으로만 7억 원을 쓴 대구 화류계의 VIP를 보며 느껴지는 즉각적인 불편함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그래서 이경규와 김구라, 김성주 3명의 MC는 집요하리만치 상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질문하고 그 안의 논리를 파악한 뒤 소통 가능한 공통분모를 파악한다. 즉 합의를 위한 토대는 밖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서로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통해 만들어진다. 자신의 큰 키 때문에 남자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는 여자 출연자는 MC들의 추궁 끝에 자기 역시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밝혔고, 타고난 신체조건에 대해 한탄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스스로를 가꾸기로 다짐했다. 그와 반대로 9년 뒤 자신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되 어떤 근거도 내세우지 않는 출연자에 대해 이경규는 방송을 거부했다.
가 불편하지 않은 이유
그래서 는 SBS 로 대표되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어떤 발전적 형태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일반인을 다룰 때 평범한 일상보다는 특별하거나 신기한 일면에 호기심을 보인다. 문제는 그 호기심을 서커스단 괴물쇼의 그것처럼 천박하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에 대한 흥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가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토크쇼라는 형식을 통해 단순한 시각적 전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으로서 대상을 알아간다는 점에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 있다. 즉 출연한 화성인 모두를 지구인 시청자가 이해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해할 여지가 있는 수많은 맥락을 찾아내는 건 가능하다. 수 년 간 방 안에서 혼자 지내던 히키코모리가 방문을 열고 출연한 에피소드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상대가 의 우주 괴물인지, 의 외계인처럼 대화 가능한 존재인지 알기 위해선 결국 그들의 마음의 문에 끊임없이 노크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유일하기에 최선의 방법이다. 출연자에 따라 종종 불균일한 결과물을 내지만 가 불편하지 않은 건 그래서다. 그것이 재미보다 더한 미덕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재미보다 먼저 추구해야 할 덕목인 것은 사실이다.
글 위근우
룰은 간단하다. 30명의 여자 앞에 한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고, 남자는 불이 켜진 여자 중에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한다. 그러나 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과정 중에서도 남자가 얼마나 호감을 획득했는가 보다는 왜 호감을 잃었는가에 주목한다. 핑크색 젖소무늬가 그려진 용달차가 VCR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장시간 당구를 친다”는 멘트가 흘러나오는 순간, 혹은 “꿈꾸는 청년”이라는 첫 인사를 건네는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꺼지는 세트를 보여주는 풀 샷은 여성들이 싫어하는 남성의 디테일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 방식을 통해 방송은 익스트림한 데이트 쇼를 표방한다.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커플을 매칭하겠다는 의도다. 데이트보다는 익스트림 쇼
그러나 에서 데이트가 증발해 버리는 데에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외모는 거북하지만 의외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남자, 겉으로 보이는 조건은 준수하지만 알아갈수록 여자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갖춘 남자를 통해 진짜 여성이 원하는 남자의 조건을 알아보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성에 관한 힌트가 노출되는 방식이 통제가 가능한 VCR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는 랜덤하게 남성의 일상을 전시할 뿐이다. 보증금 500에 월세 40이라는 남루한 현실, 운동화에 깔창을 넣어 신는 은밀한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에는 어떤 설명도 맥락도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가난하다, 구차하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스위치를 누른다. 그리고 유사한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남성 시청자들은 그런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된다.
반발심은 결국 심리적 장벽을 유발한다. 제작진이 아무리 리얼한 싱글남녀의 연애관이라고 포장해봐야, 악역으로 낙인찍힌 여성 출연자의 의견이 공감을 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방송은 이러한 충돌을 해소하기 보다는 그것에 기대는 쪽을 선택했다. “하체가 부실해 보였는데 자전거를 탄다니 괜히 아웃시켰다”고 안타까워하는 여성의 발언을 계속 부각시키거나, 양복집 마네킹, 왕도마뱀, 과거에 자신에게 지분거렸던 인도남자, 새끼마담 등 원색적인 비난의 의도가 다분한 외모 비하 발언에 웃음의 포인트를 허락하는 진행은 그러한 혐의를 벗을 수 없게 한다. 심지어 남성 출연자가 소외된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입담 대결을 하듯 억측과 무례를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소감을 피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가 데이트가 아니라 ‘익스트림 쇼’에 있음을 간파하는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쇼는 재미를 잃는다. 심지어 커플이 되어 떠났던 ‘6억 연봉녀’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오기까지 하자, 방송은 최소한의 진정성마저 소거 당했다. 데이트가 최종 관문이 아님을 프로그램이 스스로 선언하는 것은 결국 여성출연자들에게 데이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수긍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멍석만 깔아 놓은 연애, 끝없이 부추기는 싸움판
덕분에 결말에 대한 기대는 축소되었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비난의 레퍼토리는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래서 는 6회 방송에서 화장하는 남자와 야동 보는 남자를 출연시켰다. 전자는 진행자인 이경규로부터 “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후자는 신동엽으로부터 “괜히 나왔다”는 놀림을 받았으며 두 사람 다 모든 여성에게 거부당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드라마를 밝혀내는 대신 극단적인 사례로 상황에 특수성을 부여하겠다는 얕은 수는 결국 방송의 의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배려 없이 스크랩한 일상의 단면 때문에 출연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제한다. “그런 비난 할 자격이 있느냐”는 시청자들의 원성은 여성출연자들이 충분히 출중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도 타인의 단면으로 그를 재단할 자격 따위는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3단계의 심사를 통과한 6회 마지막 출연 남성이 결국 모든 여성을 거부한 것은 의미심장한 에피소드였다. 방송의 의도를 스스로 배반하는 이 결정을 단지 개인의 솔직함으로 설명 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연애의 멍석을 깔아놓고 싸움판만 벌이고 있음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잽을 날리는 신동엽과 너무 점잖아져버린 이경규의 부조화까지 해결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들이 어떤 판에서 놀아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것부터, 다시 기획의 의도로 돌아가야 할 때다.
글 윤희성
글. 위근우 eight@
글. 윤희성 ni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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