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KBS2 일 오후 5시 20분
우연이겠지만 어제 ‘남자의 자격’ 1주년 기념 미션은 지난 목요일 밤에 방영된 tvN 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더욱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시청자도 잠시 속을 뻔했던 24시간 단식 미션은 공개된 바와 같이 팀의 맏형이자 ‘몰래카메라’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위한 밑밥이었고, 비밀의 문을 이용한 제작진의 계략에 이경규는 속는 줄도 모르고 하루 내내 굶어야 했다. 이제 그는 꼭대기에서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팀원부터 제작진까지 자기 뜻대로 진두지휘하는 빅브라더가 아니다. 물론 이경규를 일인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건 이외수를 선생님으로 섭외했던 첫 에피소드 때부터 쭉 이어진 ‘남자의 자격’ 특유의 포메이션이다. 이번 몰래카메라 에피소드가 특별한 건, 그런 지난 1년 동안의 자리바꿈을 통해 이경규가 현재 포지션에서 얼마나 제대로 놀 수 있게 되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초기 ‘남자의 자격’의 이경규가 달라진 위치에 울컥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면 최근 에피소드에서의 이경규는 일인자보다는 허점 많고 동생들에게 손도 내미는 형님으로서 팀을 이끈다. 말하자면 현재의 그는 유재석, 강호동 같은 현역 최강 중원의 사령관은 아닐지 몰라도, 어떻게든 좋은 방송을 만들려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주장이 되었다. 만약 그가 몰래 커피 한 모금 마신 것 때문에 동생들에게 미안해할 정도로 단식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몰래카메라가 그만큼 성공적일 수 있었을까. 그래서 어제 방송은 지난 1년 동안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이경규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남자의 자격’ 1년을 자축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둘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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