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MBC의 월화수목은 온통 달달한 연애로 채워져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ㅅㅞㅂ과 막내 요리사가 주방에서 연애를 하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서른 네 살의 기자가 스물 네 살의 대학생 남자친구와 연애를 한다. 집까지 찾아온 민재(김범)에게 다정(엄지원)이 살던 방을 내 준 신영(박진희)은, 벽 하나 건너의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문자를 보내고, 김밥을 만들고 알까기를 하며 함께 놀아주느라 밤을 샌다. 의 연애나 (이하, )의 연애나, 달아서 녹아 없어질 것 같은 건 마찬가지인데 이상하게도 그 밀도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신영과 민재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잠 못 이루다가 거실에서 만나기로 하고나서, 처음 만난 척 나누는 대화가 바로 그 이유를 말해준다.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제쳐두고, 서로의 감정에 대한 확신만 있는 신영과 민재의 연애는, 마치 연애 놀이 같다. 까칠하던 민재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달콤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됐지만, 서른넷의 신영에게나, 스물넷의 민재 어느 쪽에도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의 연애에는 도무지 현실감도 긴장감도 없다. 상미(박지영)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민재만 생각하고 있는 신영이나, 저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밀치고 나가 신영에게 “결혼 하자”고 외치는 민재나, 철없기는 매한가지다. 한 회분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라고는 상미가 신영의 집에 찾아왔던 첫 장면부터 예상되었던 그대로, 민재가 신영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실이 들키는 것 밖에는 없었다. 가 종영까지 단 한주만을 남겨둔 지금 시점까지도 신영 나이대의 여성들에게 마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옛날 옛적 노비 쫓는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글 윤이나

MBC 밤 12시 10분
과거,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무한 논쟁 가운데서 피로한 표정을 짓는 손석희 교수의 모습이 안쓰럽던 시청자라면 이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주제로 한 어제 토론에선 진행자가 직접 차단하지 않으면 자기 의견을 한 마디라도 더 말하려 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끊고야 말던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이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토론 문화의 성숙보다는 치열하지 못한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시내 자립형 사립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250여 명의 불법 입학이 벌어진 것에 대해 한 쪽에서는 지엽적인 시스템의 오류에 불과하다 말하고, 다른 쪽에선 정부의 성급한 정책 시행 때문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두 주장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립형 사립고 정책 자체의 대의가 옳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토론을 위해서는 대립각이 넓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자립형 사립고 육성이란 철학의 기저에 깔린 경쟁 지상주의 자체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류냐, 과속이냐는 프레임은 너무 좁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입학 사정관제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교장이 좋은 대학에 자기 학교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내신 1등급 학생만 추천하는 상황은 오류가 아닌 입시경쟁의 필연적 결과이지 않은가? 치열하지 않은 토론은 뜨겁거나 차분하기 이전에 기만적이기에 나쁘다. 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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