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40-40 달성’. 이승기가 출연하는 KBS 의 ‘1박 2일’이 코너 시청률 40%를 넘긴 다음 날, 몇몇 언론에서는 이승기를 마치 야구선수 같은 기록의 사나이로 묘사했다. 40%의 시청률을 1년에 두 개 분야에서 기록하고, 음악 차트에서마저 톱이 된 가수. 하지만 우리가 이승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단지 숫자뿐일까. 10대부터 계속 성공했고, 스물셋에 거의 모든 한국인이 알고 있는 스타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예능도, 드라마도, 음악도 아닌 이승기 자신이 사는 법에 대한 인터뷰.
포토그래퍼가 이승기 씨 표정이 좋다며 상황을 가정하고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요. 사진을 찍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이승기 : 사진을 찍어보니까 다른 선배님들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시는 거 같았어요. 표정이라는 게 자꾸 생각을 해야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다양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찍어요.
“메인 MC는 와~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에 많이 준비하고 생각하는 타입인가요?
이승기 : 사장님이 엄격하셔서 (웃음) 제가 나태해져도 주변에서 잡아주니까 미리 준비하게 되죠. 그리고 애드리브도 연습하고 가면 달라요. 도 충분히 대본을 보면 수십 개의 애드리브가 생각나요. 그 중 단 하나를 말해야 하니까 뭐가 더 좋을지 계속 시뮬레이션 하게 되죠. SBS 에서 소녀시대의 서현 씨가 돈 관계에 철저하다는 얘기를 하니까 “국세청으로 보내야 할 거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던데요.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군요.
이승기 : 그래서 너무 머리가 아파요. 호동이 형은 메인 MC니까 대본 구성에 따라 진행을 해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다 호동이 형이 질문하고 게스트가 말하고 제가 정리하면 프로그램이 깔끔하잖아요. 편집되긴 했지만 영철이 형이 웃길 때 “김영철 씨 오늘은 개그 국경일 같다”라고 하면 저 사람이 오늘 너무 잘했다는 게 한마디로 표현도 되고, 분위기도 정리 되니까요. 그런데 그건 미리 준비할 수 없는 거라서 너무 어렵죠.
의 박상혁 PD는 이승기 씨를 메인 MC로 왜 캐스팅했다고 하던가요?
이승기 : 그런 건 안 물어봐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제가 그걸 의식해서 거기에 맞출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가 더 중요하겠죠.
강호동 씨는 이승기 씨에게 조언을 해주나요?
이승기 : 호동이 형은 출연자들에게 부담을 안 줘요. 저 친구가 방송에 출연하는 건 본인이 잘 하는 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심어주는 걸 조심스러워하세요. 이승기 씨가 본 강호동 씨는 어떤가요?
이승기 : ‘1등과 2등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는 거요. ‘1박 2일’을 할 때는 제가 진행을 하지 않아서 여섯 명이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MC가 되니까 와~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스무 명이 넘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계를 파악하고, 역할을 주고. 호동이 형처럼 메인에 서서 방송을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차원이 다른 거 같아요.
99를 목표로 할 때는 여유가 있는데, 거기에 1을 더할 때는 전혀 다르다는 말을 했었죠?
이승기 : 저도 원래는 99로 살자고 했었어요. 99까지 가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99와 100은 마음가짐에서 200이나 300의 차이가 나는 거 같아요.
그런 자세는 어떻게 갖게 된 건가요? 데뷔하고 인기를 얻은 뒤에 스스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되나 싶어서 막노동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승기 : 주변에서 하도 저한테 “너는 어려움 없이 자라서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그럼 억지로라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걸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남들 보기엔 충분히 잘 돼도 저한테는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구요. 좋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하겠지만 제 머릿속이나 주변에서 아직은 풀어질 때가 아니라고 할 때, 그걸 컨트롤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정답이 없는 거니까. “‘1박 2일’에서 형들하고 놀러 다니니까 너무 좋아요”
절제하고 발전하는 게 천성인 건가요? (웃음)
이승기 : 제가 겁이 많아요. 문제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고, 집에서도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혼난다 하는 교육을 받기도 했구요.
인터넷에서 이승기 씨가 부모님과 거리감을 두지 않으면서도 예의가 바르다는 글을 봤어요. 부모님은 어떤 교육을 하셨나요?
이승기 : 주입식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고 하시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은 건 하게 풀어주셨는데, 기본적으로 너무 풀어주시면 제가 찔리니까 (웃음) 그게 천성이라면 천성이에요.
하지만 선택은 오히려 과감하지 않았나요? KBS 에서 밉상인 남자를 연기하거나, 출연은 모험이었을 텐데요.
이승기 : 제가 내지를 순 없어요. 겁이 많아서 (웃음) 오히려 소속사가 과감한 결정을 내려주면 어차피 내지른 거 가자고 생각하는 거죠. 결정은 회사가 해도 결정에 대한 반응은 본인에게 쏟아지잖아요. 힘들진 않나요?
이승기 : 저도 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기왕 하는 거 병풍이 되고 싶진 않고, 내 역할을 하려면 충분히 공부해야 하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수백 번 가졌죠. 하지만 제가 이 일 한지 5~6년 밖에 안 되잖아요. 실패와 성공을 많이 경험한 것도 아니구요. 사람이 잘 되면 머리가 큰다고, 뭐 하면 잘 될 거 같다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 때가 제일 위험한 거 같아요. 지금 경험만으로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될 거 같아요.
그런 성격인데 ‘1박 2일’에서는 굉장히 과감해요. 섬에 혼자 있을 때도 돌아오는 것처럼 더 본능적이고, 감정적이기도 하고.
이승기 : 맞아요. 저는 감정적인 게 많아요. 방송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아서 죽인 게 많은데, 방송을 위한 좋은 의미의 집요함은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일터에서 푸는 거죠 (웃음) 그렇게 안하면 병 생기니까.
일할 때 더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거네요.
이승기 : 방송에서는 방송이라는 울타리가 있으니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방송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오해가 생겨도 본의가 아니란 걸 알아주실 수 있고, 베테랑 선배님들하고 함께 하니까 너무 되바라지게 하지만 않으면 재미를 위해 장난치는 건 다 받아주시고. 그리고 저는 아는 연예인이 많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놀러간 적이 없구요. 그런데 ‘1박 2일’에서 형들하고 놀러 다니니까 너무 좋아요. 빨리 다음 녹화를 하면 좋겠고, 뭔가 말을 해서 웃기면 그게 좋고. ‘1박 2일’에 나오면서 이승기 씨는 또래 연예인과는 또 다른 느낌인 거 같아요. 연말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아이돌은 한 부류로 묶이는데, 이승기씨는 분류가 안 되는 거 같고.
이승기 : 맞아요. 연말에 그런 걸 느꼈어요. 가수들이 모여 있는데 제가 어디에 끼어있기 어색한 거에요. 아이돌 틈에서도 그렇고, 누구하고 딱히 친하지도 않고. 거기다 아이돌은 춤을 추니까 같은 무대에 서기도 힘들고.
“앞으로 10년은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혼자 노력하고, 또래들과 떨어져 활동하는 게 일에 영향을 주나요? SBS 에서 이승기 씨가 혼자 상황을 주도할 때에 비해서 상대의 대사에 반응할 때는 그런 상황을 낯설어 하는 것 같았어요.
이승기 : 기본적으로 연기가 부족했죠.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대본 리딩을 많이 하고 가거든요. 제가 부족하니까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준비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걸 계산 못하고 우르르 쏟아내니까 상대방은 이상한 거죠. 쟤가 뭔가 더 해야 하는데 왜 저러고 있지? 왜냐하면 전 연습을 그렇게 했으니까. (웃음) 그래서 부자연스러운 게 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6시 반에는 허당이다가 10시에는 재벌이니까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하지 못한 것도 있었을 거 같아요.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이승기 :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사람들은 저를 이승기로 보니까 연기를 할 때도 에 출연할 때도 무조건 나쁜 남자를 연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조금은 내 모습이 담겨도 좋은 거 같고. 사람들은 6시 반에 저를 봤으니까요. 내 욕심으로 연기는 연기 아니냐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시청자하고 거리가 생기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승기 씨가 활동하는 모든 분야의 성패에 따라 온갖 반응이 나와요. 드라마가 잘 되도 음악이 안 되면 실패라는 기사도 나오고.
이승기 : 솔직히 4집은 더 잘 될 거 같긴 했는데,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 전에는 ‘결혼해 줄래’가 생각보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생각보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좋은 얘기 들으면 기분 좋고, 안 좋은 얘기 들으면 씁쓸하고 그랬죠. 그런데 거기에 일희일비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지난해에 정말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런 상황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이승기 : 저는 항상 똑같아요. 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뒤에도 ‘1박 2일’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잘 된 놈이 뭐 다 해먹으려고 더 하냐”는 시선도 있었던 거 같고 (웃음) 예전에는 별 의미 없이 넘어간 것도 크게 확대되고, 저도 더 조심하게 돼요. 저는 이게 데뷔 전부터 준비를 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결과가 좋은 걸 더 많이 기억하는 거 같고, 그걸 부정할 생각도 없어요. 저는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요.
굉장히 절제하고,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늘 준비하는 생활을 6년째 하고 있어요. 그렇게 사는 원동력은 뭔가요?
이승기 : 굉장히 간단한 거 같은데요. 저는 남한테 인정받는 게 좋아요. 가수를 하건 예능을 하건 결과가 좋았고, 그래서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니까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면 미래에 본인이 그리는 모습이 있나요?
이승기 : 호동이 형이나 박찬호 선수 같은 분들은 은퇴해서 전설로 남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하세요. 박수칠 때 떠나는 것 보다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거죠. 저도 그래요. 그리고 저는 그 분들 나이가 되려면 10년 이상 남았는데, 일단 그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포토그래퍼가 이승기 씨 표정이 좋다며 상황을 가정하고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요. 사진을 찍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이승기 : 사진을 찍어보니까 다른 선배님들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시는 거 같았어요. 표정이라는 게 자꾸 생각을 해야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다양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찍어요.
“메인 MC는 와~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에 많이 준비하고 생각하는 타입인가요?
이승기 : 사장님이 엄격하셔서 (웃음) 제가 나태해져도 주변에서 잡아주니까 미리 준비하게 되죠. 그리고 애드리브도 연습하고 가면 달라요. 도 충분히 대본을 보면 수십 개의 애드리브가 생각나요. 그 중 단 하나를 말해야 하니까 뭐가 더 좋을지 계속 시뮬레이션 하게 되죠. SBS 에서 소녀시대의 서현 씨가 돈 관계에 철저하다는 얘기를 하니까 “국세청으로 보내야 할 거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던데요.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군요.
이승기 : 그래서 너무 머리가 아파요. 호동이 형은 메인 MC니까 대본 구성에 따라 진행을 해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다 호동이 형이 질문하고 게스트가 말하고 제가 정리하면 프로그램이 깔끔하잖아요. 편집되긴 했지만 영철이 형이 웃길 때 “김영철 씨 오늘은 개그 국경일 같다”라고 하면 저 사람이 오늘 너무 잘했다는 게 한마디로 표현도 되고, 분위기도 정리 되니까요. 그런데 그건 미리 준비할 수 없는 거라서 너무 어렵죠.
의 박상혁 PD는 이승기 씨를 메인 MC로 왜 캐스팅했다고 하던가요?
이승기 : 그런 건 안 물어봐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제가 그걸 의식해서 거기에 맞출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가 더 중요하겠죠.
강호동 씨는 이승기 씨에게 조언을 해주나요?
이승기 : 호동이 형은 출연자들에게 부담을 안 줘요. 저 친구가 방송에 출연하는 건 본인이 잘 하는 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심어주는 걸 조심스러워하세요. 이승기 씨가 본 강호동 씨는 어떤가요?
이승기 : ‘1등과 2등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는 거요. ‘1박 2일’을 할 때는 제가 진행을 하지 않아서 여섯 명이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MC가 되니까 와~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스무 명이 넘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계를 파악하고, 역할을 주고. 호동이 형처럼 메인에 서서 방송을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차원이 다른 거 같아요.
99를 목표로 할 때는 여유가 있는데, 거기에 1을 더할 때는 전혀 다르다는 말을 했었죠?
이승기 : 저도 원래는 99로 살자고 했었어요. 99까지 가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99와 100은 마음가짐에서 200이나 300의 차이가 나는 거 같아요.
그런 자세는 어떻게 갖게 된 건가요? 데뷔하고 인기를 얻은 뒤에 스스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되나 싶어서 막노동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승기 : 주변에서 하도 저한테 “너는 어려움 없이 자라서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그럼 억지로라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걸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남들 보기엔 충분히 잘 돼도 저한테는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구요. 좋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하겠지만 제 머릿속이나 주변에서 아직은 풀어질 때가 아니라고 할 때, 그걸 컨트롤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정답이 없는 거니까. “‘1박 2일’에서 형들하고 놀러 다니니까 너무 좋아요”
절제하고 발전하는 게 천성인 건가요? (웃음)
이승기 : 제가 겁이 많아요. 문제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고, 집에서도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혼난다 하는 교육을 받기도 했구요.
인터넷에서 이승기 씨가 부모님과 거리감을 두지 않으면서도 예의가 바르다는 글을 봤어요. 부모님은 어떤 교육을 하셨나요?
이승기 : 주입식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고 하시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은 건 하게 풀어주셨는데, 기본적으로 너무 풀어주시면 제가 찔리니까 (웃음) 그게 천성이라면 천성이에요.
하지만 선택은 오히려 과감하지 않았나요? KBS 에서 밉상인 남자를 연기하거나, 출연은 모험이었을 텐데요.
이승기 : 제가 내지를 순 없어요. 겁이 많아서 (웃음) 오히려 소속사가 과감한 결정을 내려주면 어차피 내지른 거 가자고 생각하는 거죠. 결정은 회사가 해도 결정에 대한 반응은 본인에게 쏟아지잖아요. 힘들진 않나요?
이승기 : 저도 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기왕 하는 거 병풍이 되고 싶진 않고, 내 역할을 하려면 충분히 공부해야 하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수백 번 가졌죠. 하지만 제가 이 일 한지 5~6년 밖에 안 되잖아요. 실패와 성공을 많이 경험한 것도 아니구요. 사람이 잘 되면 머리가 큰다고, 뭐 하면 잘 될 거 같다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 때가 제일 위험한 거 같아요. 지금 경험만으로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될 거 같아요.
그런 성격인데 ‘1박 2일’에서는 굉장히 과감해요. 섬에 혼자 있을 때도 돌아오는 것처럼 더 본능적이고, 감정적이기도 하고.
이승기 : 맞아요. 저는 감정적인 게 많아요. 방송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아서 죽인 게 많은데, 방송을 위한 좋은 의미의 집요함은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일터에서 푸는 거죠 (웃음) 그렇게 안하면 병 생기니까.
일할 때 더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거네요.
이승기 : 방송에서는 방송이라는 울타리가 있으니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방송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오해가 생겨도 본의가 아니란 걸 알아주실 수 있고, 베테랑 선배님들하고 함께 하니까 너무 되바라지게 하지만 않으면 재미를 위해 장난치는 건 다 받아주시고. 그리고 저는 아는 연예인이 많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놀러간 적이 없구요. 그런데 ‘1박 2일’에서 형들하고 놀러 다니니까 너무 좋아요. 빨리 다음 녹화를 하면 좋겠고, 뭔가 말을 해서 웃기면 그게 좋고. ‘1박 2일’에 나오면서 이승기 씨는 또래 연예인과는 또 다른 느낌인 거 같아요. 연말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아이돌은 한 부류로 묶이는데, 이승기씨는 분류가 안 되는 거 같고.
이승기 : 맞아요. 연말에 그런 걸 느꼈어요. 가수들이 모여 있는데 제가 어디에 끼어있기 어색한 거에요. 아이돌 틈에서도 그렇고, 누구하고 딱히 친하지도 않고. 거기다 아이돌은 춤을 추니까 같은 무대에 서기도 힘들고.
“앞으로 10년은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혼자 노력하고, 또래들과 떨어져 활동하는 게 일에 영향을 주나요? SBS 에서 이승기 씨가 혼자 상황을 주도할 때에 비해서 상대의 대사에 반응할 때는 그런 상황을 낯설어 하는 것 같았어요.
이승기 : 기본적으로 연기가 부족했죠.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대본 리딩을 많이 하고 가거든요. 제가 부족하니까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준비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걸 계산 못하고 우르르 쏟아내니까 상대방은 이상한 거죠. 쟤가 뭔가 더 해야 하는데 왜 저러고 있지? 왜냐하면 전 연습을 그렇게 했으니까. (웃음) 그래서 부자연스러운 게 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6시 반에는 허당이다가 10시에는 재벌이니까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하지 못한 것도 있었을 거 같아요.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이승기 :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사람들은 저를 이승기로 보니까 연기를 할 때도 에 출연할 때도 무조건 나쁜 남자를 연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조금은 내 모습이 담겨도 좋은 거 같고. 사람들은 6시 반에 저를 봤으니까요. 내 욕심으로 연기는 연기 아니냐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시청자하고 거리가 생기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승기 씨가 활동하는 모든 분야의 성패에 따라 온갖 반응이 나와요. 드라마가 잘 되도 음악이 안 되면 실패라는 기사도 나오고.
이승기 : 솔직히 4집은 더 잘 될 거 같긴 했는데,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 전에는 ‘결혼해 줄래’가 생각보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생각보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좋은 얘기 들으면 기분 좋고, 안 좋은 얘기 들으면 씁쓸하고 그랬죠. 그런데 거기에 일희일비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지난해에 정말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런 상황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이승기 : 저는 항상 똑같아요. 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뒤에도 ‘1박 2일’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잘 된 놈이 뭐 다 해먹으려고 더 하냐”는 시선도 있었던 거 같고 (웃음) 예전에는 별 의미 없이 넘어간 것도 크게 확대되고, 저도 더 조심하게 돼요. 저는 이게 데뷔 전부터 준비를 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결과가 좋은 걸 더 많이 기억하는 거 같고, 그걸 부정할 생각도 없어요. 저는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요.
굉장히 절제하고,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늘 준비하는 생활을 6년째 하고 있어요. 그렇게 사는 원동력은 뭔가요?
이승기 : 굉장히 간단한 거 같은데요. 저는 남한테 인정받는 게 좋아요. 가수를 하건 예능을 하건 결과가 좋았고, 그래서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니까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면 미래에 본인이 그리는 모습이 있나요?
이승기 : 호동이 형이나 박찬호 선수 같은 분들은 은퇴해서 전설로 남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하세요. 박수칠 때 떠나는 것 보다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거죠. 저도 그래요. 그리고 저는 그 분들 나이가 되려면 10년 이상 남았는데, 일단 그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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