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밝았지만, 미국 네트워크 방송사는 야심 찬 시작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지향했다. 수년간 네트워크 방송사의 리메이크 TV 시리즈가 실패로 끝났지만, 여전히 방송사 고위 관리들은 재탕, 삼탕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최근 의 보도에 따르면, NBC는 자사의 70년대 탐정 시리즈 를, ABC는 70년대 탐정 시리즈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를, CBS 역시 68년부터 80년까지 장기 방영됐던 수사물 시리즈 등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던 과거 인기 시리즈를 리메이크 준비 중이다.

내년 가을 방영을 겨냥해 준비 중인 프로그램들은 현재 방송사의 전적인 후원을 받으며 집필 단계에 있다. 는 로 유명한 데이빗 쇼어가 집필은 물론 전반적인 창작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의 경우 2009년 여름 히트 블록버스터 영화 과 1, 2편을 쓴 알렉스 커츠맨과 로베르토 오씨 등이 맡았다. 는 아직 작가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각본 보다는 삼총사 역을 맡을 여성 배우들의 캐스팅이 관건이라고.

리메이크보다 시청률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

방송사 고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시리즈 리메이크에 대해 “TV 시리즈를 리메이크 한 영화가 이미 수차례 성공을 거두었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내놓은 것이라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외에도 , , , 등이 TV 시리즈를 영화화해 성공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인기 시리즈가 메이저 네트워크 채널의 TV 리메이크로 성공한 적은 없다. 물론 미드 시리즈나 를 떠올릴 수는 있겠으나, 은 리메이크가 아닌 스핀오프 시리즈로 이어졌고, 의 경우 리메이크이지만 네트워크가 아닌 케이블 채널 Syfy에서 방영됐다. 네트워크 채널에서 리메이크 된 시리즈로는 2008년 조기 종영됐던 의 리메이크 를 비롯해 2007년 9편 에피소드 방영 후 역시 종영된 의 리메이크 이 있다. 지난 가을 시즌에 ABC도 80년대 인기 시리즈 를 다시 소개했으나,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크게 줄어들어 3월 말까지 방영이 연기된 상태다.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와 등이 리메이크돼 CW에서 방영되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와 , 등도 2000년대 초반에 TV 시리즈로 리메이크 됐으나,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경제적인 불황으로 예산을 감축하고, 시청률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은 안전한 시리즈를 제작하려는 방송사의 의도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리메이크됐던 수많은 시리즈들의 실패는 물론, 예산 감축을 이유로 프라임타임에 방영하기 시작한 를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면 이같은 시도는 오히려 비경제적이다. 아직도 TV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뿐이기 때문이다. 리메이크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도 원작을 넘어서는 창의력으로 세계적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메이저 방송사들도 리메이크 시리즈 보다 나 , 등의 독창적이거나 특유의 색깔이 있는 시리즈를 확실히 지원해 주는 것은 어떨까?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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