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이후 12년 만에 극영화로 돌아왔다.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에너지의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식민지로 삼은 행성(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위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의 채굴을 시작한다. 문제는 판도라의 대기가 지구인에게는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키가 3m가 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서 조종할 수 있는 생명체 ‘아바타’를 만들어낸다. 하반신 불구인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은 사고로 죽은 쌍둥이 형을 대신해서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는 나비족들을 설득해서 대체 자원이 잔뜩 묻혀있는 그들의 본거지를 버리고 이주를 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물론 나비족이 돈에 눈먼 지구인들의 말을 들을 리 없고, 그들이 이주하지 않는다고 잔인한 지구의 용병들이 그냥 물러설 리도 없으며, 동시에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조 살다나)와 사랑에 빠진 제이크가 용병들을 그냥 내버려둘 리도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다.
여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있냐고? 그럴 리가 있겠는가. 제임스 카메론은 단 한 번도 새로운 이야기를 고안한 적은 없다. 역시 고전 SF 소설과 , 같은 수정주의 서부영화에서 익숙하게 반복해 온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독창성은 전혀 의 흠이 아니다. 이 영화의 위대함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고집 센 천재가 경이로운 신기술을 이용해서 완벽하게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데 있다. 일단 이 영화의 3D 입체기술은 지난달 개봉한 로버트 저메키스의 을 10년은 앞서있다. 실사와 특수효과 사이의 어색함도 전혀 없어서 인간 배우들과 디지털 캐릭터들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도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액터다. 스틸이나 예고편으로만 보면 어딘가 어색하던 나비족 캐릭터들은 정말로 연기를 하고 있다. 웃고 울고 괴로움에 치를 떨다가 행복에 몸서리쳐 웃는다. 심지어 실재 배우들이 더 디지털 캐릭터처럼 여겨질 정도다.
물론 테크놀로지만이 이 영화의 장점은 아니다. 의 생태주의 예찬, 인간 문명 혐오, 고집스러운 반전사상이 조금 구태의연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대중영화들의 공통점은 구태의연한 주제를 쉽고 간명하게 거대한 스펙터클에 버무려넣는데 성공했다는 거다. 제임스 카메론은 일곱 살에서 일흔 살에 이르는 관객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결국 관객들이 인류야말로 우주적인 암(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기술과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는 경천동지의 영화적 경험이다.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심지어 이렇게 빨리 실현되리라 예상조차 해 본 적 없다. 는 , 처럼 10년에 한번 정도 오로지 천재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드문 할리우드의 혁명 중 하나다. 호들갑을 떨다보니 조금 지친다만, 10년에 한번이라면 이 정도 호들갑도 떨 가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글. 김도훈 ( 기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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