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화 밤 11시 15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다. 불의에 대한 침묵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 있는 선택과 그들이 현재 받는 불이익을 보여준 어제의 은 선량하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지만 어느새 시대의 악과 동조하게 된 수많은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었다. 스스로의 비리를 물증 삼아 삼성의 불법 로비 사실을 밝혔지만 특검에 의해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고 모두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진 김용철 변호사는 “그것을 어떻게 보상받나요? 사람들 인식이 그런데”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사람들’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저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에 속한 사람들에 한정한 것일까, 진실을 부랴부랴 덮은 특정 조직원일까, 아니면 아직도 침묵이 금이라 생각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일까. 친구의 과속으로 보행자가 죽는 걸 본 유일한 목격자의 딜레마 시나리오는 이 부분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18년 동안 각국의 CEO를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 다른 서구 선진국의 사람들은 90% 이상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유독 한국은 26%라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머지 74%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나 자신은 친구의 과실을 밝힐 수 있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과실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친구를 고발할 수 있는 자,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물론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의 문화적 습관이 머리로 알고 있는 실천 이성보다 종종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더 큰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노희경 작가의 잠언을 조금 비틀어 인용하자면 ‘지금 입을 열지 않는 자, 모두 유죄’다.
글 위근우
KBS2 화 밤 11시 5분
MBC ‘라디오 스타’라면 ‘근황토크’로 일축할 법한 이야기 몇 가지를 가지고 토크를 나눈 뒤에, 우리말과 관련한 코너를 이름만 바꿔가며 후방에 배치하는 형태로만 몇 년을 이어왔던 는, ‘더 센 이야기’로 무장한 SBS 이 화요일 밤에 합류하게 되면서 그간의 안일함을 벗어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 의 전략은 에 맞서 ‘더 센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없다면, 차라리 잔웃음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에서 “윤아가 이상형”이라는 이승기의 말을 희대의 중매쟁이 강호동이 몇 배로 튀겨낸다면, 는 윤아를 이상형으로 꼽은 연예인들을 나열하고, “100명을 채우면 탕수육을 먹자”는 신정환의 농담을 소소하게 반복하는 식으로 고만고만한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문제는 에는 여전히 게스트들이 가져온 에피소드 외에 토크를 풀어낼 다른 일정한 형식이나 뚜렷한 개성이 없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 없는 샤이니와, 같은 소속사인 소녀시대의 조합으로 볼 수 있었던 시너지 효과는 ‘소시 누나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는 시크한 키’ 정도뿐이었다. 이들을 대하는 진행자들의 태도나 질문의 내용들 역시 2주 전, 카라와 브라운아이드걸스, 조권이 출연했을 때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인터뷰를 통해 알고 있는 에피소드를 토크로 끌어내기 위한 ‘앗! 나의 진심’이라는 코너는, 질문만으로도 답을 다 알려주어 시시하게 만들어 버리는 ‘스포일러를 알고 보는 영화’나 마찬가지이며,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질문을 던지는 MC들은 순간적인 재치 외에 호스트이며 진행자로서의 재능을 거의 보여주지 못한다. 같은 기획사 소속이면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친한 남녀 아이돌’을 출연시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질문만 받으면 어색해하며 한숨 쉬는 민호를 보면서 입가에 맴도는 ‘엄마미소’나 귀티가 흐르는 윤아의 싼티 댄스를 보며 흐뭇해하는 것은 잠깐이다. 의 문제는 ‘누가 나와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의 수준을 오래 전에 벗어났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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