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딸이 죽고 나선 아내 지연(송윤아)과의 사이도 영 껄끄럽다. 직장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원칙주의자로 동료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의 배테랑 형사 김성열(차승원)은 안 그래도 사는 게 힘든 대한민국 가장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지연은 옷자락에 피를 묻히고 들어온다. 곧이어 불려나간 살인사건 현장에선 자신만이 아는 아내의 흔적이 눈에 띈다. 그녀가 하고 나간 귀걸이와 재킷의 단추,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유리잔에서 발견되고, 김성열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김성열은 지연을 살인 용의자로 만들 증거들을 없애지만 사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죽은 동생의 복수를 내세워 조직 폭력배의 보스 재칼(류성룡)이 그의 뒤를 ㅉㅗㅈ고, 앙숙인 최형사(박원상)도 김성열에게서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게다가 아내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피하기만 할 뿐이다. 김성열은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살인사건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그의 아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인물일까?


비밀은 어깨에 힘을 줄수록 약해진다

의 각본을 쓴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인 은 그의 ‘구원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이 아이를 구하려는 엄마의 이야기였다면 은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의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김성열이 구원하려는 것은 아내로 대표되는 지나간 과거다.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고, 화목한 가정을 깨어버린 가장은 필사적으로 사건에 매달린다. 그리고 김성열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스릴러 영화로서 일정 부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지연 외에 의심 가는 용의자들이 속속 등장해 관객들의 추리를 헤집어 놓고, 주인공을 방해하는 장애물들도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또 아이를 잃고 아내를 지키려는 가련한 가장과 똑 떨어진 라인의 수트를 소화하는 형사를 오가며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지키는 차승원의 연기도 모자라지 않다.

그러나 에 이어 에서도 자신만의 휴머니즘을 강조한 윤재구 감독의 무리수는 종종 영화와 엇박을 빚는다. 김성열이 지연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30대 1로 싸우거나 앙숙이었던 최형사가 갑작스레 동료애를 내세우는 등 감정보다는 범인의 실마리를 ㅉㅗㅈ아가던 흐름과 이질적인 순간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야심차게 덧붙인 결말은 사족 이상의 의미를 갖긴 힘들어 보인다. 감독은 지난 18일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 시사 직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영화를 만든 이들과 게임을 하듯 퍼즐을 맞춰 나가는 것과 배우나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편하게 따라가며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 후자의 방법으로 본다면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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