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금 밤 11시 5분
‘자급자족 리얼성장기’를 모토로 하던 가 6주 만에 자급자족 대신 샤이니의 민호를 긴급수혈했다. 자기보다 잘 생긴 남자 게스트 오면 그만 두겠다던 ‘곰태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일회성 출연이었지만 이는 그동안 명확한 재미의 포인트를 찾지 못했던 제작진의 고육지책이었던 것 같다. 사실 민호의 출연은 그동안 가 가진 지루함의 원인 중 하나였던 지나친 화목함에서 벗어나 G7 멤버들에게 실질적인 긴장감을 갖게 했다는 데서는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민호는 꽃같이 웃는 얼굴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10 살 연하 앞에서 부끄럼타는 나르샤, “민호 안 좋아했어요. 사랑했어요!”라고 껄렁하게 외치는 써니, 민호에게 선택받기 위해 몰래 꽃단장하는 유리 등 ‘소녀’ 본연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구하라가 진흙이 묻은 미꾸라지를 민호에게 내밀며 먹으라고 권하는 장면은 에서 ‘점순이’와 ‘나’의 관계 못지않게 흥미로웠고 수동적인 태도의 민호를 두고 G7 멤버들이 벌이는 쟁탈전은 MBC 를 보는 듯 아슬아슬한 재미도 주었다. 그러나 ‘미스메주선발대회’처럼 외모를 망가뜨리는 분장 개그는 굳이 미소녀들을 모아놓고 시켜야 할 만큼 효과적인 코드는 아니다. 또한, 멤버들을 차례로 카메라 앞에 세워 장기자랑이나 개인기를 시키는 진행의 한계는 ‘유치리 퀸 서비스’를 통해 멤버들이 마을 주민의 아기를 봐주는 장면의 심심함에서도 드러났다. ‘god의 육아일기’ 이후 아이돌과 아기는 언제나 훌륭한 조합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진짜 ‘팀’ 만이 가질 수 있는 캐릭터와 관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G7이 어서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급자족은 점점 멀어질 꿈인지도 모른다.
글 최지은
첫 회 OCN 금 밤 12시
자신이 좌천시킨 신하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며 “마음이 상하였니?”라고 담담히 묻고 애체를 건네는 쿨한 임금, 바로 옆에서 자신을 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책장을 넘기는 학자. 은 초반 5분여 동안 단 두어 신만으로 극의 주요한 두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를 간단하게 각인시킨다. 이미 대중들에게 친숙해진 정조와 정약용이라는 브랜드를 영리하게 활용한 출발이다. 퓨전사극은 흔히 역사와 분방한 상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쉬운 장르다. 하지만 대표적 실학자이자 법률지침서 의 저자인 정약용이 합리적 추리과정을 통해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극의 설정은 전근대와 근대가 만나는 정조 시대의 분위기와 맞물려 꽤 그럴 듯한 그림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정약용의 캐릭터도 단지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라는 기본 설정에서 더 나아가 여러 재기어린 설정들이 덧붙여져 매력적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빼어난 추리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다가도 오버하다가 막판에 헛발을 짚거나 용의자 추격 도중 헉헉 대다가 “아이고 운동을 하던지 해야지” 주저앉는 모습이며, 단서를 얻기 위해 포졸로 변신했다가도 양반걸음 때문에 정체를 들키는 허당 같은 면모는 그에게 인간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극을 이완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들이다. 남편의 억압이 발단이 된 슬픈 치정살인극을 다룬 첫 회 ‘붉은 매화의 밤’은 추리적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에피소드였으나, 정약용이란 중심 캐릭터가 자리를 잡고 활극적 재미를 선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출발이었다. 에서 탐미적 영상을 선보였던 김홍선 감독의 영상과 출신 양희승 작가의 캐릭터 묘사, 유머 감각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박재정의 연기는 정약용의 느긋한 유머를 표현하는 데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다만 그 단조로운 대사톤이 정약용의 평정무심한 캐릭터 때문인지는 아직 더 두고봐야할 듯 하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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