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월-목 밤 9시 50분
EBS의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시간이지만, 은 종종 스스로 ‘다큐’라는 형식으로부터 놀랍도록 자유로운 스케일을 보여준다. 어제 방송된 의 1부에 해당되는 ‘인간의 동굴, 바퀴의 도시’는 바퀴벌레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한,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드라마였다. 덕분에 이야기는 단순한 내용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성을 전달하는 기묘한 무게를 가질 수 있었다. 시종일관 바퀴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은 이들이 사실은 아프리카에서 왔으며, 이 땅에서 117세대를 살아 왔다는 사실을 전하는 동시에 이들이 노예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바퀴’가 되었다는 정보를 차분하게 더함으로서 낯선 울림을 만들어 냈다. 뿐만 아니라 바퀴에 대한 생태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비주얼은 처음으로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여전히 바퀴는 징그럽지만, 그림자와 빛,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사용한 미장센은 한편의 ‘도시 느와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것은 국내 방송 역사상 거의 최초로 추(醜)의 미학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방송 전반에 흐르는 문학성이었다.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고, 나아가 골계미와 비장미마저 보여주는 이 ‘괴작’을 만들어 낸 사람은 지난해 마지막 남은 코끼리 거북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던 EBS 의 문동현 PD다. 때때로 한계에 봉착할 정도로 혐오스러운 대상을 끝내 보아내게 만드는 그의 힘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에 비견할 만하다. 일 년에 한 편 보기에는, 좀 아깝다.
글 윤희성
스토리온 월요일 밤 12시
“시댁 식구 중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돈이 없다고 한다.”,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면 내가 번 건 내가 갖겠다.” 에서는 이런 발언들이 이어졌다. MC 이성미와 박미선을 중심으로 이른바 ‘여성들의 대한민국 1%’들의 생활을 알아본다는 콘셉트로 시작한 는 마치 SBS 의 세기로 말하는 MBC 같다. ‘아이를 국제 중학교에 보낸 엄마’나 ‘재테크를 잘하는 여자들’처럼 흔치 않은 부류의 여성들이 나와 처럼 자기소개와 자신의 사연을 적은 판을 옆에 두고 처럼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간다. 제작진은 민감한 발언을 해야 할 경우 커튼과 음성변조로 출연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결혼 전 지금처럼 돈을 벌었어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을 것이다’같은 질문을 던지며 출연자들에게 센 발언을 유도한다. 덕분에 토크쇼가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말했고,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까봐 자세한 수입을 밝히지 않는다”는 말을 한 장영란 등은 출연자들이 MC 측과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에서 이런 ‘센 발언’ 위주의 구성은 프로그램의 강점이자 약점처럼 보인다. 는 게스트의 센 발언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조금 센 발언이 나올 때면 여지없이 편집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덕분에 순간의 호기심은 커지지만, 토크의 자연스러운 맥은 사라진다. 토크의 개별적인 발언들은 ‘보도자료’로 만들어낼 법한 것들이 꽤 있는데, 그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런 연출 때문인지 MC와 출연자들, 그리고 출연자와 출연자들은 서로 대화한다기보다는 한명씩 마이크를 잡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프로그램이 기승전결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발언들만 이어지다 밋밋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토크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MC와 게스트의 역량을 믿어 보는 건 어떨까.
글 강명석
EBS의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시간이지만, 은 종종 스스로 ‘다큐’라는 형식으로부터 놀랍도록 자유로운 스케일을 보여준다. 어제 방송된 의 1부에 해당되는 ‘인간의 동굴, 바퀴의 도시’는 바퀴벌레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한,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드라마였다. 덕분에 이야기는 단순한 내용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성을 전달하는 기묘한 무게를 가질 수 있었다. 시종일관 바퀴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은 이들이 사실은 아프리카에서 왔으며, 이 땅에서 117세대를 살아 왔다는 사실을 전하는 동시에 이들이 노예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바퀴’가 되었다는 정보를 차분하게 더함으로서 낯선 울림을 만들어 냈다. 뿐만 아니라 바퀴에 대한 생태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비주얼은 처음으로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여전히 바퀴는 징그럽지만, 그림자와 빛,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사용한 미장센은 한편의 ‘도시 느와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것은 국내 방송 역사상 거의 최초로 추(醜)의 미학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방송 전반에 흐르는 문학성이었다.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고, 나아가 골계미와 비장미마저 보여주는 이 ‘괴작’을 만들어 낸 사람은 지난해 마지막 남은 코끼리 거북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던 EBS 의 문동현 PD다. 때때로 한계에 봉착할 정도로 혐오스러운 대상을 끝내 보아내게 만드는 그의 힘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에 비견할 만하다. 일 년에 한 편 보기에는, 좀 아깝다.
글 윤희성
스토리온 월요일 밤 12시
“시댁 식구 중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돈이 없다고 한다.”,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면 내가 번 건 내가 갖겠다.” 에서는 이런 발언들이 이어졌다. MC 이성미와 박미선을 중심으로 이른바 ‘여성들의 대한민국 1%’들의 생활을 알아본다는 콘셉트로 시작한 는 마치 SBS 의 세기로 말하는 MBC 같다. ‘아이를 국제 중학교에 보낸 엄마’나 ‘재테크를 잘하는 여자들’처럼 흔치 않은 부류의 여성들이 나와 처럼 자기소개와 자신의 사연을 적은 판을 옆에 두고 처럼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간다. 제작진은 민감한 발언을 해야 할 경우 커튼과 음성변조로 출연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결혼 전 지금처럼 돈을 벌었어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을 것이다’같은 질문을 던지며 출연자들에게 센 발언을 유도한다. 덕분에 토크쇼가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말했고,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까봐 자세한 수입을 밝히지 않는다”는 말을 한 장영란 등은 출연자들이 MC 측과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에서 이런 ‘센 발언’ 위주의 구성은 프로그램의 강점이자 약점처럼 보인다. 는 게스트의 센 발언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조금 센 발언이 나올 때면 여지없이 편집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덕분에 순간의 호기심은 커지지만, 토크의 자연스러운 맥은 사라진다. 토크의 개별적인 발언들은 ‘보도자료’로 만들어낼 법한 것들이 꽤 있는데, 그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런 연출 때문인지 MC와 출연자들, 그리고 출연자와 출연자들은 서로 대화한다기보다는 한명씩 마이크를 잡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프로그램이 기승전결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발언들만 이어지다 밋밋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토크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MC와 게스트의 역량을 믿어 보는 건 어떨까.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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