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고미남(박신혜)은, 물론 판타지의 인물이다. 그것은 시청자에게 뿐 아니라 드라마 속의 인물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꾸며야 하는 헤이(유이)와 불특정 다수의 사랑을 받지만 한없는 결핍에 굶주린 태경(장근석), 그리고 준만큼의 사랑을 끝내 받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신우(정용화)는 존재를 좀처럼 감추지도 못할 만큼 어설프지만 그런 점마저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남이라는 판타지와 각자의 방식으로 싸운다. 지난 방송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신기루를 두고 그것을 물리치거나, 소유하거나, 혹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방식을 확실하게 분류했다. 덕분에 지난 한 회는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배워야 할 점들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 방송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미남이 한 일은 오직 제자리걸음뿐이었다. 위기 상황을 맞이해도 해결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그녀는 그저 나머지 아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등장한 것 뿐, 자신의 성장을 일궈낼 어떤 계획도 없는 인물처럼 보였다. 심지어 방송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 ‘셋 ! 누가 좋아?’라는 질문은 미남의 역할이 화살표일 뿐, 스스로는 어떤 지표가 될 수 없음을 계속해서 각인시키는 듯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이 캐릭터의 몰락은 아닐 것이다. 미남은 고비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했고, 그 에너지로 지금의 사랑을 이끌어낸 인물이었다. 이제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할 그녀가 다시금 그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를 기대한다. 사실 기대감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미남, 넌 성공적인 캐릭터다.
글 윤희성

‘라디오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라디오스타’가 반가웠다. 아 뭐 박진영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릎 팍 도사’에 미국에서 고군분투 중인 원더걸스가 나왔기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 방송됐고, 걸그룹에 뒤이어 어느덧 예능의 감초가 된 20년 차 가수들이 등장했지만, 경양식 식후 마신 청량음료처럼 개운했다. 비록 1등 MC 강호동의 무병장수와 1등 코너 ‘무릎 팍 도사’의 선전을 기원하는 자존심보단 생존이 절실한 프로그램인지라 매우 짧게 방송됐지만 이승철과 김종진, 전태관을 들었다놨다하며 주식 투자 실패 이야기, 수입 배분의 문제, 3시 전에 연습을 못 하는 사정 등의 근황과 다음 주를 위한 브릿지를 만들어놓았다. 그 와중에 얼핏 ‘라스’만의 위대함이 엿보인다. 윤종신과 김구라를 깐죽거리고 비아냥거리는 캐릭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수십 년간 대중문화의 온갖 서브컬처를 종횡무진 누비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홍콩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오요한을 꺼내고 어제는 70년대 가수 함중아를 언급했다. 이들의 방대한 레퍼런스가 만들어내는 토크는 다른 토크쇼에선 만날 수 없는 이야기다. 부활과 이승철의 관계는 익히 많이들 알려졌고 예능에서도 많이 소비되었지만, 김종진에게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시절의 고 김현식, 고 유재하에 대해 물어본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승철의 1집 앨범 프로듀서가 김종진이었던 것도 라디오스타가 아니면 듣기 힘든 이야기니까. 분위기이든, MC들의 드센 기를 아랑곳하지 않는 아저씨 포스를 보이든 관록이 붙은 청춘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줄지 궁금하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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