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달라도 너무나 다른 남녀의 심리를 비교 분석하는 tvN 가 슬슬 입소문을 타더니만 굳히기에 들어갈 마음인지 이번 추석 연휴엔 아예 8시간 릴레이 방영을 하더군요. 그 덕에 심심파적 채널을 돌리다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이들도 꽤 많지 싶어요. 그런데 여러 코너 중 정형돈-정가은의 ‘남녀 탐구생활’이 유독 주목을 받다 보니 ‘여자가 화났다’의 주인공인 종민 군으로서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남녀 탐구생활’이 ‘공중화장실’ 편을 비롯하여 초반부터 워낙 화제가 될 만한 에피소드들로 시청자들을 공략해온 터, 당연한 결과라 여겨집니다. 신종플루 때문에 온 나라가 ‘손 씻기 캠페인’을 벌이는 마당에 볼일을 보고도 손을 안 씻는 남자라니, 게다가 그 찝찝한 손으로 김밥을 집어 여자 친구에게 먹이는 만행을 저지르다니요. 저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거든요. 더 놀라운 건 화장실 출구 조사 결과 남자들의 3분의 1이 손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이지 싶네요. 세상에, 초등학생도 아닌 멀쩡한 성인남자들이 어찌 그리 위생관념이 없답니까.

황당한 연상녀, 그래도 옳은 소리 할 때 있더이다

그 외에도 ‘자매 싸움’, ‘공중목욕탕’, ‘인터넷 사용’ 등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를 칠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런 반면 ‘여자가 화났다’는 공감은커녕 오히려 “뭐야? 저게 말이 돼?” 하고 발끈할 경우가 허다했으니 유감천만이라 할 밖에요. 미안한 얘기지만 종민 군이 “짜증나!”를 외치며 머리를 쥐어뜯을 적마다 저는 채널을 돌리고 싶어집니다. 이유 없이 화내고 삐치는 여자 친구 때문에 남자들이 돌아버리고, 이유 없다 생각하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도 돌아버린다지만 저는 종민 군의 그녀인 누나(전세홍)가 괜한 생떼를 쓰는 걸로 보여서요. 짐을 한 손에 몰아들고 한 손으론 여자 친구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하여 화를 내는 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그 많은 짐을 남자 친구가 도맡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마땅하건만 웬 생트집이냐고요. 더운 날 힘들여 아이스커피를 사왔더니 빨대를 두 개 꼽아왔다고, 우리가 남이냐며 화를 내는 여자가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게다가 ‘정답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어차피 지적한 대로 다 해 바쳐 봤자 또 어깃장을 놓을 게 빤하잖아요.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성격 별로인 그녀라 해도 마냥 틀린 소리만 하는 건 아니더라는 사실. 이를테면 전화 먼저 끊지 말라는 지적 같은 건 약이 되는 얘기거든요. 어느 누구든 상대방이 끊은 다음에야 전화를 끊는 건 바람직한 습관이잖아요. 아무리 상냥한 어조로 대화를 나눴다 해도 마지막 인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끊은 기척이 나면 ‘빨리 끊고 싶었나?’ 싶어 서운할 수 있더라고요. 같은 이치의 사례를 하나 보태자면, 누군가를 방문했다 돌아갈 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도 전에 문 잠그는 소리가 ‘찰칵’하고 들리면 그것 또한 언짢지 않나요? 손님을 길에 나가서 배웅하는 게 도리지만 그게 불가능 하다면 적어도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지켜보는 게 옳지요. 아, 그리고 그녀의 지적 중 공감이 가는 또 한 가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뒤로 슬며시 물러서는 남자, 진심으로 괘씸합니다. 내색은 안 해도 그런 예민한 부분을 여자들이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있나요. 몇 달 전 우연히 2PM의 닉쿤 군과 사진 찍을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죠, 닉쿤 군은 오히려 이 얼큰이 아줌마를 배려해서 앞으로 고개를 살짝 빼주는 센스를 보입니다. 사소하지만 그런 작은 배려가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와 평생의 ‘편’이 되길 다짐하게 만드는 거거든요.

남녀 차이? 배려의 문제!

어쨌거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이란 걸 좀 해보라는 거예요. 고쳐야 옳은 지적은 즉각 수용하는 한편, 괜한 트집은 딱 잘라버리는 카리스마를 보여 줄 수는 없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남녀 차이나 나이 차이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의 문제랍니다. 솔직히 만날 화만 내는 그 누나와는 당장 헤어지는 게 정답이지 싶어요.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성격에 하자가 있어 그러는 거, 맞거든요? 물론 제가 이런 소리 백번 늘어놓아 봤자 이미 사랑에 눈이 먼 종민 군이 아랑곳이나 하겠습니까만.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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