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일요일 오후 두시만 되면 내 워크맨 주파수는 로 맞춰졌다. 그 당시 매주 일요일엔 해외음악차트 순위를 소개했는데 신기했던 건 듣기에도 생소한 월드차트의 순위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UK차트였던 거 같다) 김기덕 형님이 “이번 주 워얼드챠트으 1위느은 오!아시스에 원더워얼~” 이라며 ‘딩딩딩 딩딩딩디 딩딩딩딩 딩딩딩디~’ 음악은 시작되었다. 그때의 그 소리가 너무나 비장해서였는지 즉시 레코드가게로 달려가 “오아시스 주세요”라고 외쳤다. 몇 달 뒤 모든 음악잡지의 가십란은 오아시스와 얼터너티브락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친구들과는 공연실황비디오에서 “‘Champagne Supernova’를 부르며 샴페인을 내뿜는 리암을 봤냐?” “엄밀히 말하면 오아시스는 얼터너티브락이 아니고 브리티시락을 하고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며 심각하게 토론을 하곤 했다.뒷짐을 지고 눈이 다 풀려 노래를 부르고 부모 형제를 못 알아보며 싸움을 하고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만나는 여자마다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 그 시대 우리의 영웅이었다. 기존 락커들의 이해할 수 없는 패션스타일을 따르지도 않았고 그들은 진정 남자의 길을 가는 듯 보였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얼마 전 내한공연을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Don`t Look Back In Anger’를 토시하나 안 틀리고 떼창을 하는데 전율이 느껴지더라”며 부러운 나는 이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렇겠냐? 오아시슨데.”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