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말투가 있고, 작가마다 문체가 있다. 감독들은 각자 화면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고 운동선수라면 게임에 접근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작곡가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부르더라도 그 멜로디와 비트를 만들어 낸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작곡가들이 있다. 비록 ‘트렌드’라는 큰 물결 안에서 비슷한 트루기를 통해 유행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목표는 같다고 하더라도 숨겨지지 않는 저마다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7명의 작곡가들의 오늘을 진단해 보았다. 가수들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분명히 가수들보다도 예민하게 가요계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을 그들의 오늘이 바로 한국 가요계의 현재다. 그들의 다음 걸음이 가요계의 그 다음 판도라는 사실은 말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대표곡 : Tell me-So hot-Nodoby (원더걸스), 이 노래 (2AM)
꼭 ‘Yeh, JYP’라는 뮤직 마크로 시작하기 때문은 아니다. 박진영의 손을 거친 노래들은 듣는 순간 ‘박진영표’ 음악임을 직감하게 하는 특유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그가 어린 시절에 듣던 디스코나 R&B 등의 흑인 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박진영이 만들어 내는 곡들은 장르를 답습하기보다는 그만의 해석을 통해 개성적인 스타일을 획득한다. 물론, 그가 만드는 곡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 개성이 JYP 사단 전체의 패턴으로 보여 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의 곡들은 형식적으로는 트렌드를 따르되, 분위기와 전개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박진영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작곡가가 아니다. ‘Tell me’의 성공이후 주요 패턴이 반복되는 스타일이 가요 전반을 지배한 덕분에 ‘So hot’과 ‘Nobody’가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사실 박진영은 개인의 취향에 가장 집중하는 타입이다. 이는 그가 곧 회사의 정체성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의 컨디션에 따라 회사의 성취가 좌우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박진영은 대중들의 귀에 쉽게 각인되는 주효 멜로디를 구성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리고 본인이 춤에 대한 이해가 깊은 덕분에 그의 음악은 댄스 비트를 중심으로 직조되고, 소속 뮤지션들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사장님인 덕분에 그가 만드는 음악은 궁극적으로 무대에서 가장 완성된 모습으로 구현된다. 그래서 그는 중요한 고비마다 히트곡을 만들었고, 그 성공은 한동안 그의 스타일을 가요계의 트렌드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이 박진영이 트렌드 안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그는 댄스 음악은 물론 발라드 작곡에도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전천후인 그의 다음 취향이 어쩌면 가요계의 다음 트렌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대표곡 : 디스코 (엄정화), 나만 바라봐 (태양), 롤리팝 (빅뱅&2NE1)
작곡가로서 테디의 강점은 누구보다 미국 현지의 트렌드에 대한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그는 차트나 마케팅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현지의 클럽과 대중들의 선호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포착해 낼 수 있다. 그리고 YG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하는 그는 히트곡을 강요하기 보다는 뮤지션의 개성을 살리는 것을 중시하는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공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분석한 ‘바로 지금’의 트렌드를 한국 가요 시장과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에 접목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테디가 최근 선보인 곡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독식하지는 못했지만 ‘센세이셔널’하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엄정화의 ‘디스코’는 유행하던 복고 코드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으로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태양의 ‘나만 바라봐’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을 가릴 만큼 음악적으로 성취를 이룬 곡이었다. 그리고 CM송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롤리팝’은 현재 미국 클럽신의 트렌드에 대한 보고서와 같은 곡으로 반복되는 비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교한 사운드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곡이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그가 이제 정복할 것은 대중성이다. 물론, 그것은 작곡가가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 온 내공에 더해 대중성마저 확보한다면 세련된 방식으로 트렌드를 선도할 그의 영역이 보다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대표곡 : 거짓말 (빅뱅), 어쩌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미쳤어 (손담비)
짧은 시간 용감한 형제가 일구어 낸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무거운 비트를 기본으로 한 힙합 음악을 주로 작곡하던 용감한 형제는 빅뱅의 ‘거짓말’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힙합이라는 고유의 장르를 순식간에 가요계에 정착 시켰다. 그리고 그가 개척해 낸 장르는 아직도 한국 가요계의 트렌드로 군림하고 있다. 그것은 클럽에서 음악을 배운 만큼 그가 누구보다도 클럽의 유행에 예민하며, 그 감각을 바탕으로 트렌드의 가장 첨예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는 부지런한 작곡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비슷한 유형의 음악이지만 브라운아이드걸스, 유키스, 애프터 스쿨 등 다양한 가수의 특성을 고려해 조금씩 포인트를 달리하는 유연성은 용감한 형제의 장점이다.이미 많은 것을 달성한 용감한 형제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다음 순서다. 지난해 YG에서 독립한 그는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곡의 절반에 자신들의 ‘Brave Sound’라는 뮤직 마크를 달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지만, 과잉 생산된 곡들은 점점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눈과 좋은 아이디어들을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멜로디와 풍부한 레퍼토리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의 음악은 곧 ‘식상함’이라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보다 내공을 쌓고, 주무기를 크게 휘두를 수 있는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 모쪼록 자기복제의 늪을 피하는 것이 그의 당면 과제다.
대표곡 : 난 알아요 (세븐), 유고걸 (이효리), Gee (소녀시대)
혹자는 ‘Gee’를 두고 짜깁기 한 패턴의 모음을 보는 것 같다고 했지만, 결국 ‘Gee’는 두 달 이상을 차트 정상에 머무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적한대로 반복되는 부분이 많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Gee’는 쉽게 질리지 않는 마력을 가진 곡이었다. 그것은 E- tribe가 기본적으로는 포인트가 되는 멜로디 라인을 구축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동시에, 곡 전체를 클라이막스로 끌고 가는 전통적인 가요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도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의 미학을 통해 귀에 익숙한 구절을 구축한 다음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그의 방식은 이효리의 ‘유고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방식이 다분히 록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댄스 비트와 반복되는 후크가 점점 가속을 받으면서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고민고민 하지마’라고 속삭이거나 ‘반짝반짝’이라며 귀여움을 극대화 하는 전반부와 대조를 이뤄 곡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요컨대, 그의 가능성은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골라서 갖춘 맞춤형 작곡가인 셈이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낯선의 ‘놀러와’는 E- tribe가 특정한 가수에게 유난히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효리와 소녀시대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도 그의 성공이 계속 될지 향방이 주목된다.대표곡 : 라이징선-퍼플라인 (동방신기), Sorry Sorry (슈퍼주니어)
분명히 유영진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다. R&B 싱어로서 흑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그는 가요 특유의 습관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댄서이기도 했던 만큼 그의 음악은 단지 부르고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고려해 만들어 진다. 그에 더해 SM의 이사로서 뮤지션의 기획과 콘셉트 프로듀싱에 관여하면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은 그의 음악이 가수와 보다 밀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그러나 한동안 그의 음악은 거대한 마니아 집단 밖에서는 소통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는 듯 보였다. 심지어 콘셉트에 압도당한 나머지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는 유영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곡이라 볼 수 있다. 반복되는 패턴을 기본으로 한 세련된 사운드는 SMP 혹은 코믹송으로 한정되던 그룹의 이미지 크게 변화 시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슈퍼주니어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그는 멤버들 각자의 파트를 염두에 둔 듯 후크와 후크 사이에는 특유의 멜로디를 삽입했고, 음악은 군무에 적합한 전개를 보여준다. 정체성과 트렌드 사이의 절충안을 찾은 그는 운신의 폭을 조금 더 넓혔다. 아이돌을 컨트롤 하는데 있어서 이만큼의 대중성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곡 : 총 맞은 것처럼-입술을 주고 (백지영), 심장이 없어 (에이트)
방시혁의 존재는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JYP 안에서의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통해 흥행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그는 이제 자신의 회사를 소유하고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관장하는 작곡가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백지영에게 트렌드와 무관한 노래인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게 하고, 그 노래를 통해 백지영을 유행과 상관 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보컬리스트로서 인정받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렌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뮤지션의 역량과 특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대범함과 직관은 방시혁의 대단한 강점이다.그래서 그의 영역은 여전히 고유하다.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곡을 두고 ‘누가 부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만큼 방시혁의 노래는 유행을 초월한 곡 자체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는 트렌드 바깥에 있지만, 그것은 밀려나거나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굳이 트렌드 안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유는 아마도 그가 CM송 작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창구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여전히 작곡을 예술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그의 행보 그래서 더욱 예측불가능하다.
대표곡 : 내 사람-라라라 (SG워너비), 사랑과 전쟁 (다비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한때 트렌드를 주도했던 ‘미디엄 템포’ 열풍에 비하면 이제 그 수요는 특정 계층에 불과하다. 가요 특유의 감수성에 천착하며 가수의 가창력를 강조하는 조영수의 곡들은 듣기에 무난한 곡인 동시에 노래방에 가서 한번쯤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들이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중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순간 트렌드는 급변했고, 그는 타의에 의해 중심에서 밀려나는 위기에 처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영수는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우를 범했다. 바로 씨야의 ‘Hot girl’이 그 곡이다. 반복되는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후크 사이의 멜로디는 여전히 조영수의 방식을 답습했으며 보컬 역시 댄스 음악에 걸맞지 않는 무게로 프로듀싱 돼있었다. 기형적인 곡의 실패 이후 그는 다시 본연의 장기로 돌아가 여전히 보컬이 두드러지는 발라드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가장 잘 하는 것을 하는 게 해답일 수도 있다. 패션이 그렇듯, 음악 트렌드도 돌고 도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대표곡 : Tell me-So hot-Nodoby (원더걸스), 이 노래 (2AM)
꼭 ‘Yeh, JYP’라는 뮤직 마크로 시작하기 때문은 아니다. 박진영의 손을 거친 노래들은 듣는 순간 ‘박진영표’ 음악임을 직감하게 하는 특유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그가 어린 시절에 듣던 디스코나 R&B 등의 흑인 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박진영이 만들어 내는 곡들은 장르를 답습하기보다는 그만의 해석을 통해 개성적인 스타일을 획득한다. 물론, 그가 만드는 곡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 개성이 JYP 사단 전체의 패턴으로 보여 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의 곡들은 형식적으로는 트렌드를 따르되, 분위기와 전개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박진영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작곡가가 아니다. ‘Tell me’의 성공이후 주요 패턴이 반복되는 스타일이 가요 전반을 지배한 덕분에 ‘So hot’과 ‘Nobody’가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사실 박진영은 개인의 취향에 가장 집중하는 타입이다. 이는 그가 곧 회사의 정체성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의 컨디션에 따라 회사의 성취가 좌우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박진영은 대중들의 귀에 쉽게 각인되는 주효 멜로디를 구성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리고 본인이 춤에 대한 이해가 깊은 덕분에 그의 음악은 댄스 비트를 중심으로 직조되고, 소속 뮤지션들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사장님인 덕분에 그가 만드는 음악은 궁극적으로 무대에서 가장 완성된 모습으로 구현된다. 그래서 그는 중요한 고비마다 히트곡을 만들었고, 그 성공은 한동안 그의 스타일을 가요계의 트렌드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이 박진영이 트렌드 안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그는 댄스 음악은 물론 발라드 작곡에도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전천후인 그의 다음 취향이 어쩌면 가요계의 다음 트렌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대표곡 : 디스코 (엄정화), 나만 바라봐 (태양), 롤리팝 (빅뱅&2NE1)
작곡가로서 테디의 강점은 누구보다 미국 현지의 트렌드에 대한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그는 차트나 마케팅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현지의 클럽과 대중들의 선호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포착해 낼 수 있다. 그리고 YG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하는 그는 히트곡을 강요하기 보다는 뮤지션의 개성을 살리는 것을 중시하는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공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분석한 ‘바로 지금’의 트렌드를 한국 가요 시장과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에 접목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테디가 최근 선보인 곡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독식하지는 못했지만 ‘센세이셔널’하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엄정화의 ‘디스코’는 유행하던 복고 코드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으로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태양의 ‘나만 바라봐’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을 가릴 만큼 음악적으로 성취를 이룬 곡이었다. 그리고 CM송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롤리팝’은 현재 미국 클럽신의 트렌드에 대한 보고서와 같은 곡으로 반복되는 비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교한 사운드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곡이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그가 이제 정복할 것은 대중성이다. 물론, 그것은 작곡가가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 온 내공에 더해 대중성마저 확보한다면 세련된 방식으로 트렌드를 선도할 그의 영역이 보다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대표곡 : 거짓말 (빅뱅), 어쩌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미쳤어 (손담비)
짧은 시간 용감한 형제가 일구어 낸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무거운 비트를 기본으로 한 힙합 음악을 주로 작곡하던 용감한 형제는 빅뱅의 ‘거짓말’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힙합이라는 고유의 장르를 순식간에 가요계에 정착 시켰다. 그리고 그가 개척해 낸 장르는 아직도 한국 가요계의 트렌드로 군림하고 있다. 그것은 클럽에서 음악을 배운 만큼 그가 누구보다도 클럽의 유행에 예민하며, 그 감각을 바탕으로 트렌드의 가장 첨예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는 부지런한 작곡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비슷한 유형의 음악이지만 브라운아이드걸스, 유키스, 애프터 스쿨 등 다양한 가수의 특성을 고려해 조금씩 포인트를 달리하는 유연성은 용감한 형제의 장점이다.이미 많은 것을 달성한 용감한 형제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다음 순서다. 지난해 YG에서 독립한 그는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곡의 절반에 자신들의 ‘Brave Sound’라는 뮤직 마크를 달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지만, 과잉 생산된 곡들은 점점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눈과 좋은 아이디어들을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멜로디와 풍부한 레퍼토리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의 음악은 곧 ‘식상함’이라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보다 내공을 쌓고, 주무기를 크게 휘두를 수 있는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 모쪼록 자기복제의 늪을 피하는 것이 그의 당면 과제다.
대표곡 : 난 알아요 (세븐), 유고걸 (이효리), Gee (소녀시대)
혹자는 ‘Gee’를 두고 짜깁기 한 패턴의 모음을 보는 것 같다고 했지만, 결국 ‘Gee’는 두 달 이상을 차트 정상에 머무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적한대로 반복되는 부분이 많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Gee’는 쉽게 질리지 않는 마력을 가진 곡이었다. 그것은 E- tribe가 기본적으로는 포인트가 되는 멜로디 라인을 구축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동시에, 곡 전체를 클라이막스로 끌고 가는 전통적인 가요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도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의 미학을 통해 귀에 익숙한 구절을 구축한 다음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그의 방식은 이효리의 ‘유고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방식이 다분히 록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댄스 비트와 반복되는 후크가 점점 가속을 받으면서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고민고민 하지마’라고 속삭이거나 ‘반짝반짝’이라며 귀여움을 극대화 하는 전반부와 대조를 이뤄 곡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요컨대, 그의 가능성은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골라서 갖춘 맞춤형 작곡가인 셈이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낯선의 ‘놀러와’는 E- tribe가 특정한 가수에게 유난히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효리와 소녀시대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도 그의 성공이 계속 될지 향방이 주목된다.대표곡 : 라이징선-퍼플라인 (동방신기), Sorry Sorry (슈퍼주니어)
분명히 유영진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다. R&B 싱어로서 흑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그는 가요 특유의 습관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댄서이기도 했던 만큼 그의 음악은 단지 부르고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고려해 만들어 진다. 그에 더해 SM의 이사로서 뮤지션의 기획과 콘셉트 프로듀싱에 관여하면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은 그의 음악이 가수와 보다 밀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그러나 한동안 그의 음악은 거대한 마니아 집단 밖에서는 소통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는 듯 보였다. 심지어 콘셉트에 압도당한 나머지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는 유영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곡이라 볼 수 있다. 반복되는 패턴을 기본으로 한 세련된 사운드는 SMP 혹은 코믹송으로 한정되던 그룹의 이미지 크게 변화 시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슈퍼주니어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그는 멤버들 각자의 파트를 염두에 둔 듯 후크와 후크 사이에는 특유의 멜로디를 삽입했고, 음악은 군무에 적합한 전개를 보여준다. 정체성과 트렌드 사이의 절충안을 찾은 그는 운신의 폭을 조금 더 넓혔다. 아이돌을 컨트롤 하는데 있어서 이만큼의 대중성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곡 : 총 맞은 것처럼-입술을 주고 (백지영), 심장이 없어 (에이트)
방시혁의 존재는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JYP 안에서의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통해 흥행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그는 이제 자신의 회사를 소유하고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관장하는 작곡가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백지영에게 트렌드와 무관한 노래인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게 하고, 그 노래를 통해 백지영을 유행과 상관 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보컬리스트로서 인정받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렌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뮤지션의 역량과 특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대범함과 직관은 방시혁의 대단한 강점이다.그래서 그의 영역은 여전히 고유하다.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곡을 두고 ‘누가 부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만큼 방시혁의 노래는 유행을 초월한 곡 자체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는 트렌드 바깥에 있지만, 그것은 밀려나거나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굳이 트렌드 안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유는 아마도 그가 CM송 작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창구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여전히 작곡을 예술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그의 행보 그래서 더욱 예측불가능하다.
대표곡 : 내 사람-라라라 (SG워너비), 사랑과 전쟁 (다비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한때 트렌드를 주도했던 ‘미디엄 템포’ 열풍에 비하면 이제 그 수요는 특정 계층에 불과하다. 가요 특유의 감수성에 천착하며 가수의 가창력를 강조하는 조영수의 곡들은 듣기에 무난한 곡인 동시에 노래방에 가서 한번쯤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들이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중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순간 트렌드는 급변했고, 그는 타의에 의해 중심에서 밀려나는 위기에 처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영수는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우를 범했다. 바로 씨야의 ‘Hot girl’이 그 곡이다. 반복되는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후크 사이의 멜로디는 여전히 조영수의 방식을 답습했으며 보컬 역시 댄스 음악에 걸맞지 않는 무게로 프로듀싱 돼있었다. 기형적인 곡의 실패 이후 그는 다시 본연의 장기로 돌아가 여전히 보컬이 두드러지는 발라드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가장 잘 하는 것을 하는 게 해답일 수도 있다. 패션이 그렇듯, 음악 트렌드도 돌고 도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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