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오후 11시 30분
TV는 듣는 것만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매체지만, 에서만은 듣는 것이 보는 것에 앞선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린 감각 중 하나인 ‘소리 내어 읽는 것’의 매력이 바로 안에 있다. 이 읽는 것은 문학작품만이 아니다. 노래 가사, 영화나 연극의 대사,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일기에 이르기까지. 출연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글을 읽고, 브라운관 앞의 사람들은 듣는다. 노래 가사를 낭독하면, 노래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이 되어 다가오고, 영화의 대사를 읽으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와 또 다르다. 출연자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TV를 통해 책을, 소설이나 시를, 문학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진지한 예술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이때에 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예능 토크쇼에 출연해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한 모습은 보인 적 있던 강혜정은, 조용하게 글을 낭독하고 가만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되는 안에서 무척 편안해 보였다. 에디트 피아프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영화의 내레이션을 낭독하며 새 영화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은, 영화 홍보는 좀 덜 될지 몰라도 진지한 배우들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글 윤이나
KBS1 화 오후 7시 30분
1개월 전에 치매로 쓰러지셨다는 ‘테스’의 아버지는, 가족 중 당신 딸 테스만을 기억하지 못한다. 머나먼 타국으로 시집 가 고향 필리핀을 찾지 못한 지 벌써 6년째. 그 세월이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제일 먼저 그녀를 지워버렸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향하는 길, 그 길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는 고향을 떠나온 자의 그리움을 기반하고 있기에 전형적인 구석이 많다. 결혼이민자들의 일상을 보여준 뒤 그들의 귀향 길을 뒤쫓는 패턴은 항상 반복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필리핀인이든 일본인이든, A라는 필리핀인이든 B라는 필리핀인이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렇기에 는 시청자들이 각각의 삶 속 결들에 집중하는 성의를 보여야지만 결혼이민자들의 삶을 하나의 틀 속에 함몰시켜버리는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테스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사실을 통해 ‘필리핀인 아내’라는 말을 들으면 퍼뜩 농촌을 떠올리는 우리네 선입견을 반성할 수 있는 것처럼, 테스의 귀향 길 끝에는 아버지와의 애틋한 사연 말고도 친구나 코코넛 향과 같은 평범한 그리움도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문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 이민자들은 어색한 존재이다. 한국에 이민 와서 몇 년을 살았는데도 가슴팍에 고향나라 국기를 달고 앉아있는 이 프로그램의 패널 모습이야말로 그녀들이 여전히 변방에 위치해있단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그래서 는 착하지만 못됐다.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품으려고 하지만, 그들이 우리 안에 소속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에 그들을 더욱 그들이게 한다.
글 정진아
TV는 듣는 것만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매체지만, 에서만은 듣는 것이 보는 것에 앞선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린 감각 중 하나인 ‘소리 내어 읽는 것’의 매력이 바로 안에 있다. 이 읽는 것은 문학작품만이 아니다. 노래 가사, 영화나 연극의 대사,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일기에 이르기까지. 출연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글을 읽고, 브라운관 앞의 사람들은 듣는다. 노래 가사를 낭독하면, 노래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이 되어 다가오고, 영화의 대사를 읽으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와 또 다르다. 출연자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TV를 통해 책을, 소설이나 시를, 문학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진지한 예술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이때에 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예능 토크쇼에 출연해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한 모습은 보인 적 있던 강혜정은, 조용하게 글을 낭독하고 가만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되는 안에서 무척 편안해 보였다. 에디트 피아프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영화의 내레이션을 낭독하며 새 영화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은, 영화 홍보는 좀 덜 될지 몰라도 진지한 배우들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글 윤이나
KBS1 화 오후 7시 30분
1개월 전에 치매로 쓰러지셨다는 ‘테스’의 아버지는, 가족 중 당신 딸 테스만을 기억하지 못한다. 머나먼 타국으로 시집 가 고향 필리핀을 찾지 못한 지 벌써 6년째. 그 세월이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제일 먼저 그녀를 지워버렸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향하는 길, 그 길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는 고향을 떠나온 자의 그리움을 기반하고 있기에 전형적인 구석이 많다. 결혼이민자들의 일상을 보여준 뒤 그들의 귀향 길을 뒤쫓는 패턴은 항상 반복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필리핀인이든 일본인이든, A라는 필리핀인이든 B라는 필리핀인이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렇기에 는 시청자들이 각각의 삶 속 결들에 집중하는 성의를 보여야지만 결혼이민자들의 삶을 하나의 틀 속에 함몰시켜버리는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테스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사실을 통해 ‘필리핀인 아내’라는 말을 들으면 퍼뜩 농촌을 떠올리는 우리네 선입견을 반성할 수 있는 것처럼, 테스의 귀향 길 끝에는 아버지와의 애틋한 사연 말고도 친구나 코코넛 향과 같은 평범한 그리움도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문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 이민자들은 어색한 존재이다. 한국에 이민 와서 몇 년을 살았는데도 가슴팍에 고향나라 국기를 달고 앉아있는 이 프로그램의 패널 모습이야말로 그녀들이 여전히 변방에 위치해있단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그래서 는 착하지만 못됐다.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품으려고 하지만, 그들이 우리 안에 소속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에 그들을 더욱 그들이게 한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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